[ Track List ]
  
01.   Stand In Line  
02.   Since You've Been Gone  
03.   Secret Lover  
04.   Somewhere Over The Rainbow  
05.   Tonight I Fly  
06.   White And Perfect  
07.   Leviathan  
08.   Goodnight And Goodbye  
09.   Playing With Fire  


속주 기타의 역사적인 이정표 - Impelliterri, Stand In Line (1988, Relativity Combat)

리치 블랙모어에서 시작되어 스웨덴 최고의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을 거
치면서 속주 기타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 하지만
더이상 속주 기타의 효력과 인기가 떨어지면서 그들이 주는 색다름은 더이상
무의미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치 블랙모어와 잉베이 말름스틴으로 점칠된
속주 기타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거물급 신인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 코네티컷
주 출신의 이쁘장한 외모를 지닌 크리스 임펠리테리 (Christopher Impellitteri)
였습니다.

그는 1987년 4곡만 담은 미니 앨범인 Impellitteri 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가요계
에 데뷔했습니다. 그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장르인 바로크 메탈에 대한 새로
운 답습이라는 호평가와 함께 이름을 알린 임펠리테리는 그 데뷔 앨범에 참여했
던 보컬 롭 록 (Rob Rock) 대신 레인보우, 미하엘 쉥커 그룹, 알카트라즈 등 록
계의 굵직굵직한 그룹들을 거친 '철혈 보컬' 그레이엄 보넷을 영입하여 곡의 완성
도를 높히는데 주력했습니다. 거기다가 훗날 대중 음악과 록 사이에서 아주 큰
인기를 몰고 다닐 미스터 빅 (Mr.Big) 의 일원이 될 드러머 팻 토피와 베이시스트
척 라이트 (나중에 임펠리테리의 3집에도 참여), 키보드엔 필 울프를 불러들여 임
펠리테리 2기를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실력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2집 작업에 들어간 그들은 처음부터
순탄한 작업을 하진 못했습니다. 일단 미국의 어느 무명 레이블인 렐러티버티
컴뱃 (Relativity Combat) 이라는 곳과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길이 작아질 수 밖에 없었고, 앨범을 그레이엄 보넷의 생각 위주로 만들려고 하
니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 임펠리테리와 멤버들은 미국
각지의 클럽 등을 돌아다니면서 목표도 세우지 않은 2집 구상에 허송세월을 보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무언가 미래적인
음악을 해보자고 마음을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반 사람들도 편히 들
을 수 있는 멜로디를 전면 배치하여 일단 대중들의 인기 몰이에 주력하겠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아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불후의 명곡인 영화 '오즈의 마
법사' 주제곡인 Over The Rainbow를 인스트루먼틀 버젼으로 각색한 Somewh
ere Over The Rainbow를 앨범에 수록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결과적으로 이 곡
하나로 전체적인 앨범의 이미지가 좋게 대변되어, 훗날 팬들이 이 앨범을 기억할
때 잘 되씹어볼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임펠리테리 2집은 정말 대 성공이었습니다. 물론 계약한 레이블은 무명
회사라서 천대받기 일쑤였고, 그렇다고 각국의 차트에 오르락내리락 한 것도 아니
였습니다만, 평론가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데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했
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오히려 대중적 인기와 호평가보다는 록을 준비하는 후배
들에게 무언가 숙제를 던져주는 하나의 과제와도 같은 명반으로 통용되었습니다.
이 앨범이 발매된 후 우리나라를 비롯 여러 나라들의 록 키드들에게 한번 연주를 해
보면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시험용, 그리고 굵직한 기타 연주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필청 음반이 되어 꾸준히 인기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 Stand In Line
귀에 익은 멜로디가 첫 입문부터 기나긴 여정을 손쉽게 만듭니다. 티비에서 가끔
들을 수 있는 이 화려한 록 비트의 Stand In Line의 인트로 부분은 적막한 공간을
일깨워주는 섬뜩한 종 소리로 시작합니다. 마치 AC/DC의 Hells Bells를 떠오르게
만드는 이 종 소리로 시작되면서 임펠리테리 2기의 가장 중요한 멤버인 그레이엄
보넷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곡은 많은 록계의 후배들이 끊임없이 연
주해보고 같이 세션을 맞춰본 거의 교과서 같은 곡으로 알려졌습니다. 첫 곡부터 그레
이엄 보넷의 허스키하고 힘있는 목소리를 들으니 임펠리테리는 이 노련하고 영향력이
지대한 이 보컬을 잘 데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앨범이 인기를 끈 요소의 거
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죠.


2. Since You Been Gone
러스 발라드의 싱글 곡에서부터 시작해서 1979년 레인보우 4기 당시 만들어낸
레인보우 역대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끈 역작 Down To Earth에서의 대표곡으로
이름을 알린 후, 잉베이 말름스틴의 알카트라즈, 그리고 여기 임펠리테리로 최종
도착한 명곡입니다. 그레이엄 보넷의 18번 곡으로써 그가 쭉 몸담았던 그룹에서
이 노래를 연주 안 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사실 레인보우 시절의 Since
You Been Gone은 사운드 자체가 아기자기한 록 비트에 그레이엄 보넷 스스로도
아직 목소리가 고도의 경지에 못 미친 약간 싱거운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임펠
리테리의 2집에서 그레이엄 보넷은 이 노래를 헤비 메탈의 정점으로까지 올려놓
고, 자기 자신의 노래 실력도 최절정에 이르게 만듭니다. 많은 팬들은 이 임펠리
테리 버젼의 Since You Been Gone을 더 많이 듣는 편입니다. 마침 이 노래가
3년 전 쯤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미국 프로 레슬링 프로그램의 OST로 나와 젊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곡의 절정에 다다를수록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섬
세해지는 임펠리테리의 기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Secret Lover
속주 기타가 무엇인지 여기서 보여주는 임펠리테리. 어차피 맨 끝 곡인 Playing
With Fire를 통해 속주 기타의 타를 불허하는 지점에까지 오르는데, 미리 이 3번
곡에서 그 맛보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곡이 끝나갈 무렵 마치 기타 소
리를 칼로 허공에 그으듯이 한번 싹 긁어주는 기술은, 이 노래를 연주할 사람은
오직 크리스 임펠리테리 자신임을 믿는 오만한 기술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4. Somewhere Over The Rainbow
록 팬들은 물론 록을 좋아하지 않은 음악 팬들, 그리고 여성들의 전폭적인 몰표
를 받은 아주 유명한 기타 연주곡입니다. 갖가지 기타 연주 기술을 모두 종합시켜
이 곡에 형성시킨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결국 이 곡을 통해서 다른 곡들보다도 자신
을 잘 표현하는 하나의 정체성이 담긴 소중한 상징으로 변했을 정도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강력 추천하는 곡입니다.


5. Tonight I Fly
이 노래는 그레이엄 보넷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양의 고음을 소화할 수 있을
까라는 점에 의문점을 던진 것에 비롯된 곡 같습니다. 임펠리테리 밴드는 매정
하게도 그레이엄 보넷이 고음의 끝을 보게 하기 위해서 계속 세션을 멈추지 않고
쭉 이어갑니다. 하지만 승부사 그레이엄 보넷은 철혈 보컬의 자존심을 걸고 밴드
의 시험에 강력히 맞대응합니다. 이 곡에서 아마 그레이엄 보넷의 보컬 실력을 의
심했거나 그의 역량을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그 해답을 가르쳐준 것이 아닌가 싶
습니다. 저야 물론 이 곡을 통해 그레이엄이 과연 철혈 보컬이라는 별명을 거저 얻
은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 곡 또한 3년 전 쯤 미국 프로 레슬링 프로그램
OST로 나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6. White And Perfect
임펠리테리 2집 앨범의 대부분 곡들은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속주 기타, 거기
에 팻 토피의 좀 과하다 싶은 파워 드럼, 그리고 그레이엄 보넷의 확실한 고음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서 80년대 후반의 헤비 메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
니다. 일단 90년대로 향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전작들보다 세련된 멜로디를 지녔
고, 이제 더이상은 과격한 비트는 없겠다는 듯이 그 사운드의 증폭이 대단합니다.
이 곡 또한 그 80년대 헤비 메탈의 기본 공식을 철저히 따른 별 특징없는 곡으로
들려집니다.


7. Leviathan
그레이엄 보넷의 비장한 목소릴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다른 곡들에 비
해 비교적 점잖고 더욱 더 섬세한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기타 연주를 들
을 수 있습니다. 이 곡 또한 많은 록 키드들이 답습한, 록 음악의 수행 과
제 중 하나입니다.


8. Goodnight And Goodbye
키보디스트인 필 울프의 미래 지향적인 전자 키보드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역시 6번 곡 White And Perfect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80년대 헤비
메탈의 공식을 골조로 만든 넘버입니다.


9. Playing With Fire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소리를 샘플링해서 그 곡의 규모를 좀 더 크게 만들었
습니다. 그리고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육중한 기타 연주가 끊임없이 이어집
니다. 정말 사람이 연주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게다가 이펙터를 과하게 썼는지는 모르지만 기타의 연주가 보통의 두 배를
넘는 것 같이 들립니다. 아마 베이시스트인 척 라이트의 지원 사격도 대단했
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싶을 뿐입니다.


* 총평 : 별 다섯 개 중, 두 개 반
1번 트랙이나 4번 트랙에서 크리스 임펠리테리가 남겨놓은 족적은 나중에 그
를 보고 배울 록 키드들에게 많은 과제와 선행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쭉 감상했을 때, 이 당시 나온 여러 헤비 메탈 음반들과 비교해
서 그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보컬이 그레이엄 보넷
이라는 점에서 당연 그 차이는 느껴지지만, 이 앨범은 단지 시기가 90년대로 넘어
가는 과도기에서 나온, 그 당시 헤비 메탈의 과격한 공식에 잘 짜여진 모범적인 음
반일 뿐 더이상의 작품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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