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ck Review ]
글 수 33
[Passion & Warfare](90)는 스티브 바이(Steve Vai)의 많은 팬들이 그의 최고의 앨범이자 일렉트릭 기타 연주 음악 역사상 중요한 획을 그은 명반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재적 시절 녹음되었으나 실은 어린 시절의 꿈에서 받은 영감을 기초로 평소 밴드 활동과 병행하여 틈틈히 써놓았던 곡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이 앨범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80년대 말 이미 절정에 달한 속주 기타리스트들의 속도 경쟁에 있어서 전혀 새로운 접근법으로 가히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혁명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데 있다. 당시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과 팬들이 기계적인 속도나 정확성만을 추종하고 있던 시절에 스티브는 본 앨범을 통해 기타 음악의 새로운 질적 변혁을 통해 90년대의 기타계를 선도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정형성과 균형미를 강조하던 네오 클래시컬 속주 기타 연주 음악(흔히 말하는 바로크 속주 연주)는 고도로 숙련된 연주자의 노동을 그 관건으로 하고 있었다. 잉베이 말름스틴, 토니 매컬파인, 비니 무어 등이 당시 기타 음악계에서 서로 불꽃튀는 속도 경쟁을 하고 있던 당시, 스티브 바이는 그들과는 정 반대의 미학, 즉 그러한 정형성과 균형미를 파괴한 불규칙성과 부조화를 내세운 것이다. 고정된 스케일로부터의 해방, 정형적 박자로부터의 탈피, 심지어는 음정과 화음의 불규칙한 변화가 오히려 전면에 나타났다.
스티브의 이러한 파괴와 해체는 이미 6년 전 무명 시절 저예산으로 제작된 두 장의 솔로 데뷔 앨범 [Flex-Able](84)과 [Flex-Able Leftovers]에서도 표방되었던 노선이다. 그러나 본 앨범에 와서는 이것이 단순히 세기말적 무질서와 해체의 유행 속에 파묻혀 버리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현대성'으로 잘 포장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즉 무질서함 자체를 질서있게 정돈하여 제시한 것이다. 팬들의 사랑을 받은 'For The Love of God'나 'Blue Powder' 등의 곡들이 차분함과 진지함을 잃지 않은 속에서 자유로운 음악적 영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브는 또한 이 앨범을 통해 당시 팝메틀과 일반 속주 기타리스트들이 경시하고 있던 기타의 톤과 억양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켰다. 와우 페달, 디지털 딜레이, 이퀄라이저 등의 악세서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은 물론 디스트의 미묘한 조절과 피킹 톤의 섬세한 변화가 앨범 전체에 넘치고 있다. 또한 본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바네즈(Ibanez)에 특별히 주문하여 제작한 7현 기타의 도입이다. 저음현이 추가된 이 기타는 'The Animal'과 같은 곡의 리프는 물론 여러 곡들의 곳곳에서 묵직하고 난폭한 효과를 내는 데에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앨범은 그의 환상을 기초로 한 하나의 컨셉트로 묶여져 있으나 각각의 곡들이 명확하게 뚜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고 각각의 감성을 독립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므로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따라서 개별 곡들은 청취자로 하여금 몰입하여 이해하기 쉽게끔 해 주는데, 바로 이 점이 본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 주고 상업적 성공도 성취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Erotic Nightmare', 'The Animal'과 같은 격정, 'The Audience Is Listening', 'Greasy Kid's Stuff'와 같은 장난스러움의 표출은 물론 'Liberty', 'Ballerina 12/24', 'I Would Love To', 'Sisters'와 같은 포근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For The Love of God', 'Blue Powder'와 같은 진지함 등의 감성들이 각각의 완성도와 함께 상호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 곡 내에서의 변화무쌍함과 여러 감각의 곡들이 교차하는데 힘입어 앨범 전체가 지루함없이 컬러풀하고 화려하게 채색되었다.
97년 내한공연 때는 물론이고 그간의 많은 공연에서 'For The Love of God'는 팬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은 곡이다. 많은 팬들은 이 곡을 스티브의 최고 명곡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비교적 덜 주목받아 왔던 곡인 'Blue Powder'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내적 충실함을 갖춘 곡으로 평가되는데, 단순한 블루스를 쳐도 역시 스티브는 펜타토닉에 얽매이지 않는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을 개성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우주적 사운드의 비밀은 하모나이져, 피치 스위프터 등의 첨단 장비나 속주와 태핑 등의 고난이도 테크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분 좋게 퍼지는 딜레이와 깔끔한 정도의 디스트가 걸린 기타에서 프렛 사이를 시원스레 미끌어지는 슬라이드(혹은 글리산도) 주법을 손버릇처럼 끼워넣는 그의 기타 억양에 그 기본적인 비밀이 있다. 그를 기계 조작에만 의존하는 천박한 장난꾸러기에 불과하다는 비평들이 흔히 간과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그의 음악적 표현 능력이다. 기계와 테크닉은 모두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수단들에 불과할 뿐이다. 그의 앨범들 가운데 그 수단들의 효율적 활용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앨범이 바로 [Passion & Warfare]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출처 : 음악창고 ( 글 / 신택진 )
정형성과 균형미를 강조하던 네오 클래시컬 속주 기타 연주 음악(흔히 말하는 바로크 속주 연주)는 고도로 숙련된 연주자의 노동을 그 관건으로 하고 있었다. 잉베이 말름스틴, 토니 매컬파인, 비니 무어 등이 당시 기타 음악계에서 서로 불꽃튀는 속도 경쟁을 하고 있던 당시, 스티브 바이는 그들과는 정 반대의 미학, 즉 그러한 정형성과 균형미를 파괴한 불규칙성과 부조화를 내세운 것이다. 고정된 스케일로부터의 해방, 정형적 박자로부터의 탈피, 심지어는 음정과 화음의 불규칙한 변화가 오히려 전면에 나타났다.
스티브의 이러한 파괴와 해체는 이미 6년 전 무명 시절 저예산으로 제작된 두 장의 솔로 데뷔 앨범 [Flex-Able](84)과 [Flex-Able Leftovers]에서도 표방되었던 노선이다. 그러나 본 앨범에 와서는 이것이 단순히 세기말적 무질서와 해체의 유행 속에 파묻혀 버리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현대성'으로 잘 포장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즉 무질서함 자체를 질서있게 정돈하여 제시한 것이다. 팬들의 사랑을 받은 'For The Love of God'나 'Blue Powder' 등의 곡들이 차분함과 진지함을 잃지 않은 속에서 자유로운 음악적 영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브는 또한 이 앨범을 통해 당시 팝메틀과 일반 속주 기타리스트들이 경시하고 있던 기타의 톤과 억양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켰다. 와우 페달, 디지털 딜레이, 이퀄라이저 등의 악세서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은 물론 디스트의 미묘한 조절과 피킹 톤의 섬세한 변화가 앨범 전체에 넘치고 있다. 또한 본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바네즈(Ibanez)에 특별히 주문하여 제작한 7현 기타의 도입이다. 저음현이 추가된 이 기타는 'The Animal'과 같은 곡의 리프는 물론 여러 곡들의 곳곳에서 묵직하고 난폭한 효과를 내는 데에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앨범은 그의 환상을 기초로 한 하나의 컨셉트로 묶여져 있으나 각각의 곡들이 명확하게 뚜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고 각각의 감성을 독립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므로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따라서 개별 곡들은 청취자로 하여금 몰입하여 이해하기 쉽게끔 해 주는데, 바로 이 점이 본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 주고 상업적 성공도 성취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Erotic Nightmare', 'The Animal'과 같은 격정, 'The Audience Is Listening', 'Greasy Kid's Stuff'와 같은 장난스러움의 표출은 물론 'Liberty', 'Ballerina 12/24', 'I Would Love To', 'Sisters'와 같은 포근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For The Love of God', 'Blue Powder'와 같은 진지함 등의 감성들이 각각의 완성도와 함께 상호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 곡 내에서의 변화무쌍함과 여러 감각의 곡들이 교차하는데 힘입어 앨범 전체가 지루함없이 컬러풀하고 화려하게 채색되었다.
97년 내한공연 때는 물론이고 그간의 많은 공연에서 'For The Love of God'는 팬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은 곡이다. 많은 팬들은 이 곡을 스티브의 최고 명곡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비교적 덜 주목받아 왔던 곡인 'Blue Powder'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내적 충실함을 갖춘 곡으로 평가되는데, 단순한 블루스를 쳐도 역시 스티브는 펜타토닉에 얽매이지 않는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을 개성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우주적 사운드의 비밀은 하모나이져, 피치 스위프터 등의 첨단 장비나 속주와 태핑 등의 고난이도 테크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분 좋게 퍼지는 딜레이와 깔끔한 정도의 디스트가 걸린 기타에서 프렛 사이를 시원스레 미끌어지는 슬라이드(혹은 글리산도) 주법을 손버릇처럼 끼워넣는 그의 기타 억양에 그 기본적인 비밀이 있다. 그를 기계 조작에만 의존하는 천박한 장난꾸러기에 불과하다는 비평들이 흔히 간과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그의 음악적 표현 능력이다. 기계와 테크닉은 모두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수단들에 불과할 뿐이다. 그의 앨범들 가운데 그 수단들의 효율적 활용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앨범이 바로 [Passion & Warfare]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출처 : 음악창고 ( 글 / 신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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