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만의 귀대 ]

2007.01.11, 오후 7시 수원역 맞은편 명가네에서 소대장 이영주 중위, 윤현규 병장, 이주형 병장과
제대후 첫 만남이 있었고, 그때 만들어진 종수대 카페를 통하여 만나게 된 추억속 전우들의 사진과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더 늦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겠다고 되뇌이곤 했던 그곳,

         "보병 제 7사단 보급 수송근무대 수송중대 (종합수송근무대)"

군 복무시절 면회를 오곤하면서 아내에게도 낯익은 추억의 도시 화천 그리고 종수대,
그곳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1986.01.14입대, 1988.04.21 제대를 하였으니 20년만의 귀대였다)


2008.01.02(수) 오후 1:30분 천안 출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신갈에서 영동고속도로,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 진입, 조금은 한적한 원주 ↔ 춘천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홍천/홍천강 표지판에
마주치면서 입대후 논산 훈련소, 춘천 102보충대를 거쳐 홍천 제1 야수교에서의 3개월여의 후반기
운전교육 시절, 떨쳐지지 않던 기름 냄새와 그리도 차갑던 홍천강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이외수씨 소설을 통하여 익숙해 있던 호반의 도시 춘천에 진입, 영원한 소대장 이영주 중위님께
새해 인사겸 보고를 먼저 드렸다. 조심해서 갔다오라는 말과 함께 예전 근무자라고하면 부대를 돌아볼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으나, 큰 기대를 하지 않은채 북한강 상류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어렴풋한 추억속의 그 험하던 길들이 지금은 많은 다리와 도로 공사를 통하여 보다 안전하고 시원스럽게
변해있었으며, 화천에 가까워지자 영어/일어로 걸려있는 환영 플랭카드들이 방송에서 보고 들어왔듯이
산천어 축제를 통하여 관광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화천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리는 어둠속에서 시내로 들어서니 희미하게 남마있는 기억속의 작은 도시, 화천이 추억으로 안내한다.
예전 휴가시절 이용하던 시외버스 터미널이 지금도 그자리에서 화천을 지키고 있었고, 도로외에는 크게
변하지 않은 아담한 모습 그대로 였다.

헌병대를 지나면서 군시절 그렇게 지겹도록 마사토 작업과 제설작업을 하였던 우리부대 관할 도로는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고 보급대를 지나며 뛰는 가슴과 함께 저 멀리 산아래를 주시하였으나,
내리기 시작하는 어둠과 함께 웬 아파트만이 어렴풋하다...


오후 5시경, 드디어 꿈에 그리던 종수대 도착.
위병소 바로 앞에 있던 관사는 아파트로 모습을 바꾸었고, 추억속의 목욕탕도 보이지 않는다.
새파란 모습(?)의 애띤 위병소 초병이 뛰어나와 차를 제지,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행정반 보고,
대대보고를 마치고 신분증과 함께 출입증을 건네며 친절하게 출입을 허락하여 위병소에 주차한 후
아내와 함께 천천히 걸어 들어가며 21 ~ 22년전 추억으로 돌아간다.

바로 보이던 주유기는 없어졌고, 정비반 아래엔 상승칠성(?) 이라는 간단한 기념비가 서 있고
우측의 3종 창고에 무성하던 아카시아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고 도로옆엔 전에 없던 건물도 보인다.

이병선 병장이 다치며 만들었던 세차장을 지나니 멀리 당직 사관이 내려오며 반긴다.
연병장에 몇몇 병사들이 차량 정비를 하고 있었고, 정비대로 넘겨졌던 버스도 3대나 보인다.
그리고  335/349/345호와 함께 나를 반기는, 지금까지 주차장을 지키며 옛주인을 기다린 듯한

336호...  제대할 때까지 사단 곳곳을 누비며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애마...


당직 사관과 함께 행정반으로 향하는 길에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화장실과 입구가 약간 변경된
취사반, 김장독을 묻기도 하고 야간 사격장으로 사용되던 취사반 뒤 공터는 병사들을 위한 몇개의
건물이 추가로 들어서 있었고, 족구장옆, 병기쪽 내무반 옆엔 작은 정자를 비롯한 작은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겨울이면 나름대로 즐거운 추억이었던 화목 작업을 요즘은 하지 않는단다.


타이프 대신 컴퓨터가 자리를 차지한 행정반에서 당직사관이 권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도중,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휴가복귀시 취사반이나 내무반에서,
또는 사전 보고후 약간의 음식과 술로 서로를 위로하던 일들이 지금은 전혀 불가하다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부대내로 음식물 반입이 전혀 불가하다고 함)

특히 우리 동기가 점호를 마치고 취사반에서 술자리를 자주 했었는데...


기억속의 간부들께서는 지금은 한분도 계시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한번 또 들러달라는
당직 사관의 인사를 뒤로하며 행정반 앞 계단을 내려와 연병장을 가로질러 정비반을 지나
짧지만 가슴 벅찼던 20년 만의 추억속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부대를 떠났다.

내리는 어둠과 함께 백미러속으로 부대의 잔영을 남긴채 사단본부까지 그리고 다시 파로호까지
그냥 휙 한번 둘러보고 어둠속에서 다시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 닭갈비 간판이 크게 걸린곳에서
닭갈비로 저녁을 대신하고 다시 천안으로 향하여,  22:30분쯤 현실의 내무반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그곳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도 먼 훗날 다시 그곳을 찾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