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퇴사자의 변.
 
안녕하십니까 한화투자증권의 선, 후배 여러분.
전 2007년 12년 주식 활황기의 끝자락에 입사하여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 되는 문경지점의 xxx 대리입니다.
퇴사를 앞두고 첫 출근의 마음, 희망과는 달리 마지막 출근일인 오늘은 회사를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보단 시원함이 앞섭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의 한화증권은 직원간에 신용과 의리로 똘똘뭉쳐 일은 힘들어도 직원들과 일 마치고 소주잔 기울이며 친구처럼 형처럼 가족같이 지낼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분위기는 사라지고 서로 살아남기 위해 일에 찌든 얼굴만이 남아 있는거 같습니다.


언제나 답이 없는 회의진행 서로의 발전을 위한 회의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회의, 260명이라는 자식들을 떠나보내며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회사, 260명의 자식이 나갔지만 줄어들지 않는 임원수, 회사가 어려워 직원은 줄어드는데 임원은 늘어갑니다. 거기에 계속되는 급여삭감에 대한 압박, 자산영업을 강조하더니 결국에는 모든걸 수익으로 평가하는 다이나믹한 변화의 실적인정 기준, 무기를 주지도 않고 전장으로 떠밀려 병사들이 살려야 하는 장수가 많은 군대. 자식들이 힘들어함에도 아버지는 말이 없습니다. 왜 우리가 힘든지 왜 우리가 부모들을 부양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없고 부양해야 할 부모님이 자꾸 많아집니다. 그래서 자식들은 자꾸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전 가출을 결심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직원수는 계속 줄어들고 일을 시키는 사람은 많아져 가고 있습니다. 외부에는 우리회사는 캠페인으로 고객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하고 내부적으로는 계속되는 캠페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직원도 고객입니다. 내부고객 과연 이러한 회사분위기에서 직원들이 다른곳에 가서 자랑스럽게 한화증권과 거래를 해보라고 가족들에게 권할 수 있을까요? 과연 앞에 그만둔 260명의 예전 한화가족들이 다시 고객으로 한화투자증권을 찾아올까요? 과연 그분들이 다른 곳에 가서 자신은 한화투자증권의 자랑스런 직원이었노라 얘기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에 대한 추억과 아련함 보다는 증오만이 남아 있는것 같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그 직원들의 가족들이 한화투자증권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그런 회사로 만들어 주십시오.


한화투자증권의 선, 후배님 저는 금융은 신뢰로 부터 시작이라고 배웠습니다. 직원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쌓아서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십시오.  저녁 9시까지 계속되는 회의.........실질적으로는 5시에 퇴근하던 예전과 실적이 크게 나아지는건 없습니다. 저 같은 대리들은 한달 월급의 2.5배는 평균 회사에 벌어다 드립니다. 엄청난 생산성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힘듭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연봉 2억받으시는 분들은 그정도의 생산성을 가지십니까? 연봉 10억 받으시는 분들은 그정도의 생산성을 가지십니까? 채찍질은 최고이신거 같습니다. 마른행주도 계속 쥐어짜면 찢어집니다. 직원들의 상반기 실적 목표배분액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그걸 달성해도 회사는 적자라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요?


제가 5년의 시간동안 느낀 한화투자증권의 직원들은 다들 프로입니다. 자신들의 실적에 책임을 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프로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큰틀만 잡아주고 인센티브만 많이 준다면 영업직원들은 리스크를 안고 열심히 영업을 할 것입니다. 돈 많큼 좋은 촉진 요인이 없으니까요. 금광기업 CP부도 사태 때 분명히 회사는 엄청난 드라이브를 걸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졌을 때는 직원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가는 회사. 과연 직원이 회사를 믿고 캠페인을 할 수 있을까요? 가둬서 키운 돼지와 소는 자유스럽게 풀어서 키운 돼지와 소보다 상품성도 떨어지고 맛도 없다고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증권업만큼 창의성이 필요한 곳은 없다고 봅니다. 계속되는 회의와 실적점검, 그에 따른 보고서 작성 이런 정형화 된 곳에서 창의성이 발휘될까요? 한화투자증권 선, 후배 여러분들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신뢰의 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우리 직원들은 우리사주가 있는 한화투자증권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주로써의 대접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사주의 가치하락으로 인해 열심히 일해야 겠다는 생각은 사주를 들고 있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의 위로 없이 계속되는 대형사의 벤치마킹실험, 실험 실패에 대한 피드백은 없고 계속되는 실험. 대형사가 저걸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보자. 창의성은 없고 획일화만 계속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직원으로서 회사의 미래와 비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0년뒤에 제가 차장 부장이 되었을 때를 몇 번이고 생각해 보아도 행복한 생각보다는 암울한 미래만 떠오릅니다. 예전에 지점장님들은 직원과 함께 동행하는 동반자 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에서는 직원들 괴롭히는게 일이고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결과만 보이라고 하는 분들로 바뀐거 같습니다. 영업직원이 주식공부, 상품공부보다는 하루종일 보고서만 쓰는 사무직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과연 영업 전략을 구상하시는 분들은 영업을 얼마나 오래동안 해보셨나요? 계속되는 캠페인, 계속되는 보고서.....제발 영업추진팀에는 영업을 잘하셨고 많이 해보신 분들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종일 보고서 쓰고 장중에도 보고서 쓰고 또 실적 때문에 보고서 쓰고.....제발 한화만의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 글을 읽으면서 제발 몇 년 뒤 한화투자증권의 모든 직원들이 xxx이란 건방진놈이 있었지....지금 회사를 그만둔걸 엄청 후회하고 있을 꺼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회사가 되게 해주십시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하지만 직원이 행복하지 않은 이윤 추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화투자증권의 직원은 무한체력의 박지성이 아닙니다. 한화투자증권의 직원 모두가 가족 또는 친구들에게 한화투자증권과 거래를 권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십시오.


실력이 부족하고 능력이 안되어 전 도망갑니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 사랑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2007년의 한화증권......사랑합니다..제가 적은 글이 불평이 될 수도 있고 성공하지 못한자의 변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올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겁니다. 혹은 누군가는 왜 저런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소통을 강조하는 본사 차원에서 삭제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을 떠나면서 한화증권이 걱정되어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이고 몇몇 직원들의 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