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옥죄며 해외이전도 막는다면 어쩌란 것인지.. (2017.08.15 조선일보 사설)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이 섬유업계 대표를 만나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공장 이전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경영난과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100년 장수 기업 경방, 80년 기업 전방이 국내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을 발표하자 산자부가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섬유노조위원장조차 최저임금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건의했다고 한다.


작은 구멍가게만 운영해봐도 생산성과 매출 증가를 웃도는 임금 인상이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전에 정부는 산업계 사정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적폐'로 몰아 입을 다물게 했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지난해 수출 138억달러로 세계 9위 규모다. 그런 섬유업계에 결정타를 가해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 해외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 정부다.


국내 제조업 생산액의 13%, 고용의 12%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은 더 심각하다. 2011년 일본에서는 "현대차의 성공 비결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불과 6년 만에 상황은 바뀌었다. 일본 도요타는 세계 1위를 재탈환할 기대에 차 있고 현대차 노조는 6년 연속 임금 인상 파업이다. 한국차의 세계시장 입지는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 눈사태까지 덮치면 '공멸'이란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협회가 '이런 식이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한 일이라곤 자동차협회를 압박해 그 성명을 번복시킨 것뿐이다.


섬유나 자동차만이 아니라 반도체 등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지금 한국 경제 전반이 이와 비슷한 처지다. 그런데도 내년 최저임금을 16.4%나 올려버렸다.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국민 세금 3조원으로 민간 업체 월급을 보전해준다는 기상천외한 대책이 나왔을 뿐이다. 그러고선 버티기 힘들다는 기업들에 "해외 이전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17일로 새 정부 출범 100일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 등 우리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주는 정책들로 논란이 끊일 새가 없었다. 경제정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어느 한쪽을 선(善), 다른 한쪽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한쪽만 밀어붙이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난다. 정부가 이제부터는 귀를 열고 산업계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경제정책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4/20170814022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