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스토리 4호에 나갔던 손가락 연습에 대한 독자 열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런만큼 오늘은 연습으로 다시 돌아가서, 왼손 운지만큼이나 중요한 오른손의 피킹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교본의 경우 사실 이 부분이 절라 소흘하게 다뤄져 있다. 왼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음에도 피킹과 관련해선 그저 피크 잡는 법 사진 한두장 정도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교본들이 대부분 80년대 중반 이전에 출간된 것이라 현대 기타 연주의 피킹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80년대 초까지의 기타 연주, 특히 록의 경우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피크 잡는 법 자체에 신경을 크게 안써도 별 상관이 없었다.

당시에 출간된 한 교본에 '속주는 너무 음 하나하나에 구애받지 말고 단숨에 쳐내려가자' 라는 표현마저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잉베이나 스티브 바이등이 출현한 그 이후의 정교한 연주와는 접근 시각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속칭 '후린다' 라고 말하는 이런 식의 연주는 왼손도 왼손이지만 오른손의 미스 피킹을 상당히 용인해 주는 입장인 셈인데,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은 좀 곤란한 일이다.  

결국 미스를 없애고 빠르고 정교한 연주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제 피킹에 대해 첨부터 명확한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만 한다는 소리다.


--------------------------------------------------------------------------------

피킹은 직접 음 자체를 내는 것은 물론, 음질과 연주 색깔의 상당 부분을 결정짓는 열라 중요한 행위다. 그런만큼 느리면 느린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충분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피킹을 하기 위해선 일단 피크를 잡아야 하는데 교본에 흔히 나와있는 형태가 스탠다드다. 팻 매쓰니처럼 피크를 옆으로 잡는 넘도 있고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으로 잡거나 피크를 쓰지 않는 넘들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다. 이런 것들까지 일일히 고려하다가는 기타 몬친다.

사실 피크 잡는 법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고 모든 교본에 그림과 함께 잘 나와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안된다. 오히려 헷갈리는 부분은 그 다음, 즉 아래와 같은 사항들일 것이다.


- 피크를 현에 대는 각도는 어느정도여야 하는가.

- 손목은 브리지에 올려야 하는가 아님 띄워야 하는가.

- 새끼 손가락을 기타 바디에 붙혀야 하는가 아님 말아야 하는가.

- 손목으로만 피킹해야 하는가 아님 손가락, 팔꿈치를 같이 사용해야 하는가.

- 피킹은 얼마나 세게 해야 하는가.


교본에서는 이런 부분들애 대해, 아예 안 다루고 있거나 이래도 저래도 다 좋다는 식이다. 예를 들면 '손목을 브릿지에 밀착하고 치면 손목이 고정되어 좋지 않지만 에릭 클랩튼은 손이 크므로 마치 고정한 것같이 보인다' 는 식인데 이래서는 어떻게 하라는건지 도저히 알 수 없지 않은가.

그럼 위의 다섯가지 질문에 대한 유효한 답을 함 정리해 보자.
 

◇ 피크를 현에 대는 각도는?

피크와 현이 이루는 각도에는 두가지가 있다. 현에 대해 수직인 각과 수평인 각 이 그것이다. 수직인 각을 '눕힘', 수평인 각을 '기울임' 이라고도 표현한다.

기본적으로는 왼쪽 사진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폼이라면 다운과 업 피킹에 균일한 힘과 정확도를 줄 수 있으므로 정교한 속주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치다보면 자연스럽게 10,15도 정도 기울게도 되는데 이 정도는 냅둬도 된다.

반면 피크의 기타 헤드쪽을 아래로 45도 쯤 비스듬하게 기울여 각을 주는 것을 '헤비메탈 피킹' 이라고 하는데 다운피킹 위주의 메탈리프에는 유용하나 그외 솔로등에서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치기 쉽지만 섬세한 연주에 있어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안좋은 건 피크를 눕혀 버리는거다. 위 오른쪽 사진을 보면 피크가 눕고 기울어 업 피킹 조건이 다운피킹과 완전히 달라져서, 균일한 피킹이 불가능한 폼임을 알 수 있다. 지금 니덜의 손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 손목은 브릿지에 붙이나, 띄우나?

붙인다. 코드를 잡고 리듬 스트로크를 할때를 제외하면 손목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는 섬세한 연주가 거의 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손가락을 몸통에 받치지 않는 경우 팔꿈치가 오른팔의 최종 지지점이 되는데, 이 상태에서 섬세한 솔로가 가능하도록 동선을 작게 유지하는 건 좆나게 어려운 일인 것이다. 함 해보면 안다.

이런 수고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 새끼 손가락은 기타 바디에 붙이나, 마나?

이것이야말로 사람에 따라 틀린데, 한가지는 명백하다. 붙이더라도 거기에 힘이 들어가서 손을 떠받치는 형태가 되서는 안되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손가락이 기타 바디에서 자유자재로 미끄러지는 수준의 가이드 역할이라면 몰라도, 받침점이 되어서 이걸 중심으로 손목이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원활한 손목 움직임이 불가능함은 물론, 피크를 잡고 있는 엄지와 집게 손가락이 안정되지 못하고 깔짝거리면서 이리저리 움직일 가능성마저 있다.

대체적으로 손가락을 살짝 짚으면 1,2번 현 같은 고음현이 치기 편하고, 안짚고 손목만 브릿지에 얹어 놓으면 6,5 번의 저음현이 치기 편하다. 본인의 연주 스타일과 관련되어 이것저것 시험해 보자.
 

◇ 손목 스냅만으로 피킹해야 하는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손목만으로 하는게 상식적이다. 테크니션 중에서는 폴 길버트가 모범적인 손목 사용의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속주파 중에서도 스티브 모스, 크리스 임펠리터리 등은 느린 연주에서는 손목으로 치다가도 정작 최고 속도 연주를 할때는 손목을 고정시키고 팔꿈치를 흔들며 연주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작이 아무래도 커지게 되므로 도대체 어떻게 하나 싶지만, 암튼 이넘들은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이걸 모방할 필요는 없고, 이렇게는 사실 힘이 딸려서 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손목을 최대한 유연하고 빨리, 스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끔씩 보면 손목보다는 손가락의 관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예가 있는데, 기초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하는것이 좋다. 피킹이 너무 약해지거나 불안정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릭 존슨은 실전에서 이런 방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에릭 존슨이 아니니 말이다.
 

◇ 피킹은 얼마나 강하게?

피킹의 강약 문제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피킹에 대한 접근 시각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자.

기타를 연주한다는 것은 결국은 손으로 현을 만지작거리는 작업이다. 특히 오른손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직접 소리를 내는 일을 하므로 이때 현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관점이 개입되게 된다. 이에는 크게 다음의 두 갈래가 있다.

- 현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이해하면서 얼른다.

- 현을 박력과 결단력으로 리드하면서 제압한다.

실제로 둘은 칼같이 나눠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주자마다 어느쪽에 기울어 있는지의 '경향'이 드러나게 된다. 전자는 아무래도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연주의 관점이 되고 후자는 보다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연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어를 꼽자면 전자는 누노 베텐코트나 잉베이 맘스틴 류가 될 것이고 후자는 스티브 모스나 스티비 레이 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파라면 피크 끝을 뾰족하게 갈아서 매우 약하게 피킹하는 이현석과 무조건 피킹을 강하게 한다는 최일민을 대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빠르고 정확하면서 정교한 연주를 자랑하는 기교파들임에도 이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즉, 본인이 가진 성격과 추구하는 사운드의 특성에 따라 정답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그러므로 한가지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초보자들의 경우는 다소간 의식적으로 피킹을 강하게 할 필요는 있다. 섬세하고 약한 피킹으로 정확한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피킹폼이 거의 완전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첨엔 무리다. 폼이 좀 엉성해도 강한 피킹을 통해 현을 이겨버림으로서 음을 충분히 울려주고 업 피킹시에도 다운피킹과 같은 원활함을 얻어낼 수 있다. 그리고 힘이 부족한 울나라 연주자들의 '약함' 과 기골이 장대한 양넘들의 '약함'이 다른 차원일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거다.

다음에는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다. 이상.

                             - 딴따라딴지 전임 오브리 파토 (pato@ddanzi.com) -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28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