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몇회에 걸쳐 기타 지판 구조 전반에 대해 연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흔히 'Fretboard Logic' 이라고 표현하는 이 분야는 번역한다면 '지판의 논리' 정도 되겠는데, 한눈에도 단순정연한 피아노 건반과는 달리 열라 복잡한 기타 지판을 보다 단순화, 체계화해서 이해하고 이를 연주에 응용하려는 관점이다.

해외에서는 십여년전부터 활발한 접근이 이루어져 현재는 다양한 관점에서 정리가 되어 있지만, 울나라에는 이런 개념 자체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나라 기타교육, 특히 독학 환경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태라고 하겠다.

그러나 걱정마시라. 이제부터 본 코너를 통해 같이 공부해나가면 지판에 대한 이해 증진은 물론, 기타 음계에 대한 적응, 독보력, 즉흥연주력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열분들은 행운아들이다... 알고 계시는가?


--------------------------------------------------------------------------------

◇ 지판 이해의 중요성

열분들 중에, 기타연주 실력 자체를 떠나서, '내가 지금 뭘 좀 알면서 연주를 하고 있는건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 한번 안가져 본 분 계신가.

다시 말해서 카피곡들은 외워서 곧잘 연주하고 즉흥연주도 감으로 어느정도까지는 하지만... 막상 조금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은 전혀 연주가 안되고, 아무리 쉬운 곡이라도 오선악보만 나오면 즉시 까막눈이 되어 버림은 물론, 항상 뭔가 소뒷걸음질 치다 쥐잡는 식으로 어영부영 끼워 맞춰 치고 있는 듯한... 그런 후루꾸스런 기분 말이다.

사실 태브악보로 좋아하는 곡들 카피만 하면서 연습한 경우에는 경력이나 손가락 빠르기와 무관하게 백프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실은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입장에 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좀더 기타를 이해하면서 치기 위해서는 다른것 다 떠나서 일단 기타의 어디에서 무슨 음이 나오는지를 아는 것이 급선무인거다.

특히 독보와 관련되서, 우리가 오선 악보로 기타를 못친다는 말을 할때는 실은 악보자체를 읽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 이건 중고등학교때 어느정도는 다 배운다 - 그 악보의 음이 기타 어디에서 나는지 짚어낼수 없다는 뜻이라는 사실이다. 또, 스케일과 아르페지오등을 코드 진행에 맞춰 연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음들을 모르는 경우에는 늘 정해진 스케일 블록만을 찾아서 연주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손에 익은 프레이즈만 반복하기 십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멜로디나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기묘한 구조때문에 지판상에서 음들을 찾아내기는 상당히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래서 책의 도움을 받아보려 하지만, 수십년전에 출판되서 아직도 버젓이 '최신교본' 인양 유통되고 있는 국내 교본들을 보면 그저 바둑판같은 금들 찍찍 그어놓고 검은 점만 우루루 찍어놓은 다음 그걸 다 외우라는 식이다. 이걸 보고 지판의 음이름을 외울 수 있는 넘은 아무도 없고, 설사 외워본들 금방 다 까먹기 마련이다.

우리가 기타 지판을 체계적으로 분석,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말해 여섯줄 스물몇 프렛의 음들을 하나씩 무작정 외울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타의 튜닝과 프렛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결과 어떤 음이 어디서 나오게 만들어져 있는지 이해하는거다. 이렇게 하면 단지 음들을 외우는 것 뿐 아니라 코드의 구조, 스케일의 구조, key (조) 시스템등 전반적인 사항들에 접근도 열라 용이해짐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기타라는 악기에 접근이 가능하다.

필자가 이제부터 전해드리는 내용의 대부분은 국내 교본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것인 만큼, 진지하게 따라오다보면 큰 도움이 되실 거다. 특히 오늘 소개해 드리는 비술은 앞으로 전개해 나갈 모든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것인 만큼 반드시 숙지하셔야만 한다. 그냥 눈으로 읽지만 말고, 필자가 시키는 것들을 하나씩 실행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마시고...

 

◇ 지판상에서 음 찾아내기 비법

그럼 이제부터 열분들에게 기타 지판 전체의 모든 음을 열라 수월하게 찾아내는 비전의 수법을 전수해 드리도록 하겠다. 이걸 다 읽고 나면 열분들은 이 수법의 단순명료함과 실용성에 감탄하면서, 여지껏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무릎을 치게 되실거다. 구궁...

...좀 더 너스레를 떨까 했지만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련다. 일단 기타의 튜닝구조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열분들도 잘 아시는 바, 기타의 스탠다드 튜닝은 아래와 같다.

E - A - D - G - B - E  

그럼, 이 튜닝이 어떤 관계로 만들어져 있는건지부터 살펴보자. 일단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옆줄과의 관계, 즉 6번과 5번줄, 혹은 5번과 4번줄 등이 어떤 음정관계에 있는지 확인해 보는걸거다.

표 1
                  E - A (미 - 라 : 완전 4도)
                  A - D (라 - 레 : 완전 4도)
                  D - G (레 - 솔 : 완전 4도)
                  G - B (솔 - 시 : 장 3도)
                  B - E  (시 - 미:  완전 4도)

자, 위에서 보는바와 같이 기타의 튜닝은 3번줄과 2번줄 사이를 제외하면 전부 완전4도 차이로 되어 있다. 완전 4도는 쉽게 말하면 '도 와 파' 사이의 음간격을 말하는데, 이해가 안되는 분은 지금 즉시 본지에서 연재중인 재즈강의 지난호들로 가서 공부하고 오시라. 기타스토리를 읽는 분이라면 그것도 같이 읽어야 한다!

근데 전부 다 완전4도 간격으로 해놓으면 편할 것을 왜 3번과 2번 사이만 장3도냐? 그건 기타가 원래는 솔로 악기가 아니라 코드 연주에 주완점을 둔 넘이라는 사실과 관련있다는 정도만 알아두자. 참고로 솔로 악기인 바이올린은 4현의 간격이 완전 5도로 일정하다.

그러나, 현과 현 사이가 완전 4도, 혹은 장 3도로 튜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열분들이 이걸 실제 연주에서 응용하기는 무리다. 이게 뜻하는 바, 이게 지판상에서 만들어내는 상황이 뭔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거다. 일단 그 의미만 이해하고 나면 음찾기는 지금에 비해 열배 이상 수월해진다.

이제부터 그걸 알아보자꾸나.


--------------------------------------------------------------------------------

기타를 어느정도 연주한 분들이라면, 하이 코드(오픈 코드가 아닌 바레 코드)를 치기 위해서라도 6번줄과 5번줄의 음계는 어느정도 알고 있을거다. 모르는 분덜은 일단 이 두줄의 음계는 외워야 된다. 함 보자.


표 2
  
(프렛)  0    1     2    3   4    5    6    7   8    9   10   11
5번줄 : A - Bb - B  - C - C# - D - Eb - E - F -  F# - G - G#
6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얼핏 좀 복잡해 보이지만 떨것 하나도 없다. 바레 코드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코드 잡을때 집게 손가락 바레로 짚어주는 낮은 음들을 대충 알거다. 대표적으로, 6번줄에 root 가 있는 F, G, A 코드와 5번줄에 루트가 있는 Bb, C, D, Eb 등은 기타친지 몇달 안되었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익숙하실 거라고 본다.

이 루트음들을 기초로 조금만 확장하면 11플렛까지의 음들을 암기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혹시 이걸 외우기 어려운 분들은 A4 용지에 위의 표를 큼지막하게 그려넣고는 기타 칠때 옆에 놔두고 10분씩만 하나하나 짚어주도록 한다. 이때 음을 손으로 짚으면서 큰 소리로 그 음의 이름을 'G#!' 하는 식으로 입으로 말해주는게 중요하다. 이렇게 하루에 10분씩 일주일만 하면 아무리 바보라도 거의 다 외울 수 있다. 이것도 못할정도로 게으르다면 기타 그만둬야 된다. 진짜로.

하긴, 일단 이것만 외우고 나면 나머지 네줄의 음계는 외울 필요조차 없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고 나면 아무리 게으른 넘이라도 힘이 나실거다. 뭔소리냐고? 글타...이 두줄 외우는걸로 지겨운 암기는 다 끝나고 나머지는 전부 튜닝관계를 통해 열라 쉬운 방법으로 유추, 응용이 가능하다는 말씀이다.

이런 사실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나는 1번줄부터 살펴보자. 위의 표 1로 되돌아가보면, 6번줄과 1번줄이 튜닝이 같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옥타브 차이) 그럼 6번줄만 외우면 1번줄도 동시에, 그 즉시 해결되는거다. 사실 이건 뻔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의외로 응용을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표 3

(프렛)  0    1     2    3   4    5    6    7   8    9   10   11
1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2번줄 : B
3번줄 : G
4번줄 : D
5번줄 : A - Bb - B  - C - C# - D - Eb - E - F -  F# - G - G#
6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자, 이렇게 세줄 해결. 그럼 나머지도 함 디벼보자꾸나.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머리굴림이 필요하지만 열라 간단한 수준이니 걱정마시고...

'6번줄과 4번줄' 의 음간격은 어떻게 될까? 위 표 3을 보면 6번줄 개방현이 E(미)고 4번 개방이 D(레)다. 글타. 옥타브에서 한음이 모자라는 간격, 즉 단 7도 간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음정 이름땜에 헷갈릴 필요는 없고, 4번줄 연주시마다 단 7도의 간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파워코드 폼을 통해 실제 손가락상의 느낌으로 열라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분들이 파워코드 A 를 짚을때는 대부분 6번줄 5프렛과 5번줄 7프렛을 짚을거다. 즉 아래와 같이 말이다.

그럼 이와 거의 같은 폼으로, 5번줄 7프렛의 손가락을 4번줄로 옮겨서 아래와 같이 연주해보자. 어떤 음이 나는지 본인들 귀로 직접 확인해 보시라.

확인하셨는가? 글타. 옥타브... 즉, 같은 A 음이 나게 된다. 이건 뭘 뜻하는가. 이미 외운 6번줄 음계를 전부 두 프렛씩만 뒤로 미루면 그게 바로 4번줄 음계라는 뜻! 머리만 갖고 생각하지 말고 기타를 잡고 손과 눈으로 확인해보면 아주 쉽게 응용이 된다. 이처럼 6번줄 음계만 외우고만 있다면 거의 즉시 4번줄의 음을 찾을 수 있는거다. 이해가 가시는가?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똑같은 법칙이 5번줄과 3번줄 사이에서도 적용된다는 사실... 따라서 5번줄 음계를 외우고 있으면 같은 방식으로 3번줄의 음도 즉각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표 4
  
(프렛)  0    1     2    3   4    5    6    7   8    9   10   11
1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2번줄 : B
3번줄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E - F - F#
4번줄 : D - Eb - E -  F - F#  - G - G# -A - Bb - B - C - C#
5번줄 : A - Bb - B  - C - C# - D - Eb - E - F -  F# - G - G#
6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이렇게 순식간에 다섯줄이 해결되었다. 이제 마지막 2번줄을 보자. 방금 한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5번줄과 2번줄 사이의 관계를 보면 아래와 같은 상태에서 옥타브로 같은 음이 나옴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건 그냥 앞의 6~4번줄, 5~3번줄의 경우와 반대로만 생각하면 끝난다. 즉, 2번줄은 5번줄 음들을 두 프렛씩 땡겨서 찾으면 되는거다... 이렇게 쉬울수가?


표 5 (완성본)
  
(프렛)  0    1     2    3   4    5    6    7   8    9   10   11
1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2번줄 : B  - C - C# - D - Eb - E - F -  F# - G - G# - A - Bb
3번줄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E -  F - F#
4번줄 : D - Eb - E -  F - F#  - G - G# -A - Bb - B - C - C#
5번줄 : A - Bb - B  - C - C# - D - Eb - E - F -  F# - G - G#
6번줄 : E -  F  - F# - G - G# - A - Bb - B - C - C# - D - Eb

자, 이렇게 해서 여섯줄의 음을 모두 찾았다.

위 표 5는 11프렛까지의 기타상에서의 모든 음을 표기한 것이고,12프렛부터는 표의 0 프렛에서부터 그대로 반복되는 만큼 24프렛까지 이 표로 완전 카바된다. 기타 지판에 있는 포지션 마크가 3프렛을 제외하면 0-11프렛 사이와 12-24프렛 사이에서 똑같이 대응한다는 점을 알면 하이 포지션에서 음 찾기는 더욱 수월하다.

그러나 '절대' 이 표를 외우려고 들지는 마시라. 사실상 암기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외운다 한들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오늘 알려드린 비법에 일단 익숙해진 담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6현의 음들이 다 외워지게 되고 그 결과 지판 전체의 음계를 마스터하는, 바둑판식 암기로는 평생 못할 것 같았던 위업을 저절로 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 난수표는 제아무리 고생해서 외워본들 조금만 지나면 다 까먹지만 오늘 알려드린 방법만 기억하고 있다면 설사 어떤 음 한두개를 잊어버린다 하더라도 바로 다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아 놀라워라


--------------------------------------------------------------------------------

자, 다음번 기타스토리까지 이걸 마스터하시라. 다시 말하지만 하루에 10분씩  넉넉잡아서 3주면 이까짓거는 완전 정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6번과 5번 줄 음계만큼은 확실하게 암기해야만 본 비법을 수월하게 써먹을 수 있으니 못외우는 분들은 이 부분에 특히 주력하시기 바란다.

오늘 공부한 지식을 기초로 담번부터는 지판상에서 각종 코드, 스케일, key 에 접근하는 법등 다양한 응용의 세계로 열분을 안내하고자 한다. 음을 외우는 것은 단지 시작일 뿐... 이제 기타의 광활하고도 깊은 심연으로 조금씩 발을 들여놓아 보자꾸나.

그럼 담 시간에.


                                - 딴따라딴지 전임 오부리 파토(pato@ddanzi.com) -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28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