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시 쉬는 의미에서, 그간 메일로 받아온 질문들 중 좀 중요한 것들에 대해 대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대부분 질문자 본인에게는 답장을 드렸지만 다른 분들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방면의 질문들을 골라 공개적으로 답변해 드리련다.

믹솔리디언 모드에 목마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기타스토리는 원래 필자 꼴리는대로 가는거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동안 다른거 연습하시면서 좀 참아주시고, 시간 난 김에 이번호에 같이 올라온 재즈이론을 좀 디벼 보는것도 좋겠다.

그럼 질문과 대답... 같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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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에요... 기타스토리만 공부하면 기타 잘 치게 되나요?

여러번 강조했지만 기타스토리는 기타연주 관련된 내용이 이것저것 등장하는 칼럼이고, 정식 강의가 아님다. 따라서 코드라던가 일반 교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은 생략된 것이 많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다뤄가겠지만 그 순서가 초보가 따라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안배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임다.

따라서 초보 열분들은 반드시 주변에서 추천하는 교본 한두권을 구입하여 공부하면서 기타스토리가 전하는 것들과 함께 공부하기를 권하는 바임다.


◇ 예제파일의 스피드가 날때까지 한없이 연습해야 하나요?

첨부된 파일들의 속도는 상당히 빠르고, 초보의 경우 그것을 단기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무리임다. 중요한 것은 빨리 마스터하려고 욕심을 부리는게 아니라 일단 손에 익힌 후 하루에 10분이라도 계속 반복하는 것임다. 예제에 따라서는 그런식으로 최하 몇달을 해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있슴다. 확실한 것은,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인내심을 갖고 차곡차곡 쌓아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된다는 것임다.


◇ 테크닉이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은 연주에 감정이 없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

테크닉과 감정표현은 비례하지도, 반비례하지도 않슴다. 다시말해 테크닉이 좋다고 감정이 나빠야 할 이유도, 테크닉이 나쁘다고 감정이 좋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말씀임다. 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이후 이른바 '안티 플레잉'의 유행에 힘입어 테크닉을 경멸하는 사고방식도 만들어진게 사실인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테크닉이 좋은 것이 결코 흠은 아니며, 테크닉이 나쁜 것 역시 자랑은 아니라고 봄다.

물론 모두가 잉베이같은 기교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스타일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적 능력은 스스로의 음악세계를 넓혀줄 수 있슴다. 즉, 훌륭한 테크닉을 가진 상태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 느린 연주와 풍부한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테크닉이 나쁜 경우에는 제한된 스타일의 연주 외에는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 것임다.


◇ 잉베이가 잘치나요 스티브 바이가 잘치나요?

이런식의 의문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은것 같슴다. 테크닉에만 국한되서는 어느정도 비교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기타연주가 서로 대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만큼 이런 논의는 아무 의미도 없슴다. 물론 가끔 기타배틀도 있긴 하지만...

본 오부리 역시 오랜 세월동안 기타를 잘친다는게 과연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왔슴다. 최근에 드는 생각으로는 그건 다음과 같은 정도의 의미라고 봄다.

원하는 연주 영역을 소화할 기술적, 이론적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이어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나 이미지를 기타 음을 통해 구현해 내는 능력

다시말해 내가 원하는게 재즈면 재즈, '바로크 메탈'이나 펑크면 또한 거기에 맞는 어법을 손과 귀와 머리로 숙달한 다음, 그걸 발판으로 남들과 구별되는 자기 색깔을 만들고, 그런 담에는 단순한 음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이 가진 희노애락과 철학을 표현해 내는 능력을 만들어 가는것이 아닌가 함다.

테크닉이 필요한 음악, 예를 들어서 바로크 메탈이라면 분명히 거기에 맞는 고난도 속주 기술을 닦아야 함다. 그러나 본인이 오직 펑크나 블루스를 지향한다면 스윕피킹 같은 기술들은 전혀 필요가 없슴다. 한편으로 세션맨이 되고 싶다면 다양한 스타일을 골고루 공부하고 이런저런 연주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을 것임다. 이처럼 개인의 원하는 바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들은 달라지고 따라서 서로간의 단순 비교는 곤란한 것임다.

참고로 울나라에서는 '스티브 바이하고 똑같이 친다'는 게 찬사일수 있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비아냥에 가깝다는 사실임다. 그만큼 이들 나라에서는 기술적인 능력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임다. 따라서 테크닉적 우월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런 부분에 포커스를 두면서 기타를 치는 것이 훨씬 의미있고 발전적이지 않나 싶슴다.
  

◇ 기타를 연주하면서 이론은 얼마나 필요한가요?

기타 연주와 관련된 이론은 크게 두가지가 있슴다. 하나는 화성학 같은 일반 공통 음악이론이고, 또 한가지는 기타 지판 자체와 관련된 이론임다. 전자의 경우는 음악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서 남의 곡을 분석하거나 작곡이나 편곡 작업시에 필요하며, 후자의 경우는 기타 지판의 구조를 이해하고 실제 연주에 적용시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함다.

기타 연주자들중 이론을 공부한다는 분들이 전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용성이 더 큰 후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개념이 없는 것이 울나라의 현실이기도 함다. 음정이론을 줄줄 꿰고 있어도 그 음들이 기타지판의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른다면 곤란한 일임에도 말임다. 기타스토리는 이후 이런 부분들도 짚어 나갈 것임다.

각설하고, 자기 밴드를 갖고 자기가 목표로 잡은 스타일만을 지향하는 경우라면, 그리고 그게 록 계열의 음악이라면 이론의 필요성은 그리 크진 않슴다. 그러나 문제는 음악계의 현실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임다. 세션이라던가 그밖에 기타 자체를 잘 알고 거기에 바탕해여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를 소화해야하는 프로페셔널의 자질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음악계의 흐름상, 기타 전반에 걸친 지식의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임다.

따라서 오랜 기간동안 현실 음악계에서 기타 연주를 하며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론 공부에 하루 한시간 정도 투자를 하는 것이 좋겠슴다.


◇ 뛰어난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시간이나 연습해야 하나요?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없슴다. 그러나 프로를 꿈꾼다면 하루에 3~4시간 정도의 연습은 필요하다고 보겠슴다. 이때, 기분내킬때 열일곱시간 하고 이후 3일간 노는 것보다는 매일 정해진 양을 하는 것이 중요함다. 그러나 욕심이 앞서 매일 너무 많은 연습을 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데, 기타 연습은 스포츠와 비슷한 면이 있이서 지나친 연습은 자칫 부상을 불러오기 때문임다.

특히 울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손 크기와 힘에 비해 기타 지판이 좀 크기 땜에 (서양인 기준의 구조) 무리가 오는 경우가 많슴다. 양넘들 손을 함 보면 무슨 뜻인지 알검다.

부상의 부위는 왼손과 오른손의 손목, 어깨, 팔꿈치, 그리고 왼손 손목 및 손가락 등임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간단한 워밍 업 연습을 최소 10분~30분 정도 해주고 자기 수준을 넘어서는 속도나 스트레치에 무리하게 도전하지 않도록 함다. 손이 너무 아플때까지 무작정 연습하는 것도 삼가해야 함다.

이런거에 너무 욕심내지 말자구...


◇ 연습하다보니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무척 아파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세가 나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큼다. 기타 연습은 반드시 적당한 높이의 의자에 앉아 가급적 허리를 펴고 해야 함다. 특히 방바닥에 양반다리 하고 퍼져 앉아 연습하는건 절대로 안됨다. 악보대를 하나사서 교본이 적절한 눈높이에 오도록 하고, 오른쪽 발 밑에는 클래식 기타에 쓰는 발받침대를 하나 서서 받쳐 줌다. 아무리 자세를 잘 잡고 해도 기타는 특성상 허리와 등에 무리를 주기 쉬우므로 (필자 포함하여 기타치는 동료들 중 약간의 허리 디스크가 있는 경우는 무지 많음) 최소한 30분에 한번씩은 쉬면서 허리를 펴 줘야 함다.

기타의 무게와 발란스 문제도 있어서, 예를 들어 펜더로 연습하다가 무거운 레스폴로 바꾼 경우에는 연습 자체도 어렵고 기타가 자꾸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슴다. 이런 경우 그걸 보정하려다 보니 자꾸 자세가 나빠지게 됨다. 자기에게 맞는 기타,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지는게 중요함다.

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장기적이고 안정된 연습을 위해서는 편한 자세와 항상 정리된 주변 공간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람다. 매일 연습할때마다 큰 앰프를 이리저리 옮겨야 한다거나 배선을 새로 해야 한다거나 교본이 어디있는지 찾아야 하는 등의 성가심들이 연습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임다. 그러므로 연습 공간은 가급적, 언제든 그자리에 앉으면 바로 연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으시길 바람다. 필자도 아무렇게나 하다가 십년의 경험끝에 체득한 것임다...


◇ 효율적인 연습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딱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일단 기본개념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선진적인 연습의 관점을 도임해야 한다는 것임다. 이상하게도 울나라에서는 뭘 한다고 하면 그냥 미친듯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채 밤낮없이 죽도록 매달려야만 한다는 식의 기본적인 사고가 깔려 있고 기타 연습에서도 그런 모습은 마찬가지로 나타남다.

기타의 경우 특히 잉베이의 연습 신화 등등이 영향을 미친듯 한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슴다. 그렇게 안해도 된다기 보다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슴다. 하루에 열두시간씩의 집착적인 연습은 어쩌다가 여건과 상횡이 맞는 백만명 중 한명이 운명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선택하고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임다.

따라서 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헝그리적 집착이 아니라 효율적이고도 과학적인 연습법의 마련과 시간 안배, 그리고 가급적 여유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임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Practice Log' 를 만들어서 연습해하는 것임다. 이건 일종의 연습 계획표 같은 것인데 중요한 점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짜야 한다는 점임다. 아래의 예를 함 보십시다.


▶ 나쁜 예

    손가락 연습: 매일 2시간
    이론 공부: 매일 2시간
    테크닉 연습: 매일 2시간
    카피 연습: 매일 2시간
    아무거나 하고싶은거: 매일 2시간

    잘할때까지 열심히! 아자!


▶ 좋은 예

    손가락 연습 ('절라재밌는 핑거링' P:12~14) - 30분
    솔로 연습 ('파토의 기타솔로 비급' P:131,132) -30분
    리듬기타 연습 ('오방 리듬기타' 제 5장) - 30분
    프레이즈 연습 (잉베이 'I'll see the light tonight' 도입부, 밴 헤일런 'Eruption') - 30분
    악보읽기 연습 (가요책으로 멜로디 읽기) - 30분
    카피곡 연습 (스모크 언더 워터) - 30분


보면 알다시피 위 나쁜 예의 경우는 그저 연습량에 대한 감정적인 욕심만 앞서 있슴다.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구체적으로 무슨 책으로 어느 부분을 공부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무작정 하루에 열시간의 계획을 잡아 놨슴다. 이런식으로는 채 일주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임다. 여러분들 대부분이 혹시 이런 계획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면 아래의 것에는 본인이 연습하고 있는 책이나 프레이즈가 주/요일 단위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한가지 내용은 하루에 30분 정도로만 안배되어 연습 자체가 지루해지거나 신체적/정신적인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슴다. 일단 연습이 지루하거나 너무 힘들면 몇달동안 계속 안정적으로 연습해 나가는게 불가능하므로 시간이 좀 적어 보인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하는게 훨씬 효율적임다.

이 로그는 반드시 깨끗이 프린트해서 연습하는 장소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잘 보이게 붙여야 함다. 본인의 연습상황을 매주 체크하면서 주말에 다음주 것을 업데이트 해가면, 몇달 후에는 책처럼 쌓인 로그를 보며 마음이 뿌듯해 질 것임다. 단지 계획표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백에 매일매일의 성과와 연습해야 할 포인트를 메모하는 것도 좋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쉬라는 것임다. 아예 기타에 손도 대지 말고 하루쯤은 연습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 장기적으로 생각했을때 매우 중요함다.


◇ 울나라에도 외국에 버금가는 기타교육기관이 있나요?

국내에도 비교적 큰 규모의 학원이 몇개 있고 대학 학과도 좀 있슴다. 본 오부리가 지면을 통해 일일히 평가를 내리기는 곤란한 만큼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찾아가서 보고, 경험있는 주변 사람들의 평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좋겠슴다.

그러나 아무래도 울나라의 기타학교/학원은 아직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선진국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일반론임다. 울나라의 각종 여건상 교육 체계와 커리큘럼, 교재, 시스템, 시설, 강사의 능력 등 - 기타 연주 능력뿐 아니라 가르치는 능력 - 등등 다양한 부문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임다.

필자가 2년 가까이 기타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고, 최근에는 몇몇 뜻있는 동료들과 이 문제를 보다 심도깊게 논의중에 있다는 사실, 이 기회에 귀뜸해 드림다.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연구중이니 함 지켜보시기 바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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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할 것은 더 많지만 오늘은 이정도로 마칠란다. 요다음에는 진짜로 믹솔리디안 모드 가지고 찾아뵐테니 함 믿어주시라.

그럼 다음 이시간까지... 안녕!


                                - 딴따라딴지 전임 오부리 파토(pato@ddanzi.com) -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28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