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프로 기타리스트로 성공하기는 절라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럼에도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은 니덜… 그래, 니덜이야말로 울나라 음악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런데 관문이 하나 더 남았다. 지난번에는 주로 구조적, 경제적 어려움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번엔 외적 성공이나 생활수준의 문제와는 별개로 '좋은 기타리스트' 가 되는 것 자체의 어려움을 한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사실은 이게 가능한 이후에나 경제적 어려움 운운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거다. 좋은 연주자가 되는 노력에는 소흘했으면서 스스로의 성공못함과 생활의 곤궁함만을 원망한다는 건 뭔가 앞뒤가 안맞으니 말이다.

자, 그런 핑계를 대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 자신에게 떳떳한 좋은 연주자가 되고 싶고, 그런 길을 가기로 결심을 했다.

바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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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주자' 라는 추상적인 목표는 세웠지만, 그걸 위해 이제 멀 어떡해야 하냔 말이다.

알다시피 울나라에는 제대로 기타 배울 곳도 마땅찮고 비슷한 음악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 좌충우돌 경험을 쌓을 클럽 씬도 거의 없다. 이래 가지고는 멀 어떻게 시작하고 접근해 가야 할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관점이 안 잡힌다는 말이다.게다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집 근처 학원을 다닌다? 필자도 기타학원 강사를 잠시 했었지만, 선생을 잘 만나지 못하면 흥미도 못 가지게 되고 혼란의 연속일 수 있다. 처음에 쌩 기초를 연습할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기 스타일을 잡아가는데는 현실적으로 별 소용이 없다.

시중에 나와있는 아무 교본이나 대충 사서 하라는대로 한다? 글쎄다. 울나라에 수십종의 교본이 나와 있고 필자는 그것들을 거의 다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책들이 다 관점과 수준이 제각각이다. 그리고 첨엔 무슨 교본이 좋은지를 판별할 눈도 없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에디 밴 헤일런을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가 데뷔한 것은 70년대 중반이었다. 그런 교본이라면 모든 연주법이 그 당시에 맞춰져 있을 수 밖에 없다. 어쨋든 교본 한두권은 사야 되긴 하지만.

그럼, 좋아하는 음악을 무조건 따라 연주한다? 하지만 시중에 악보도 다양하지 못하고, 같이 연주하고 의견을 받을 동료들을 만날 클럽 씬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을 뚫고 나갈 지름길은 '없다'. 결국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 해보면서 자기에 맞는 길을 깨달아가는 수 밖에 없는거다. 그러나 모든걸 다 해볼 수는 없는 일... 어느정도 자기 취향에 맞는 방향설정을 해야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기타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공부잘하는 애들은 공부방법이 좋다는 말처럼, 자기가 원하는 연주자가 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점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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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몇가지 예를 보면서 스스로의 취향에 맞는 관점 잡아나가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잉베이 맘스틴

그의 속주연주... 사실 15년전이나 지금이나 잉베이의 연주는 거의 달라진게 없다.

십여가지 손에 익은 주법을 조합해서 구사하는 원패턴 연주로, 이것 때문에 그를 지겨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 나타났을때의 형식상의 충격도 이제는 매너리즘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절라 뛰어난 연주자다. 그건 속주와 테크닉 자체 때문만이 아니다.

초고난이도 연주를 아주 수월하게 구사하는 그의 능란함과 정확한 음들, 깨끗한 톤이 엮어낸 합작품이 바로 잉베이다. 만약 그의 연주에서 능란함과 여유가 조금만 부족했더라도 듣기에 부담스러운 억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속주를 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수준의 연주자가 되는 건 다르다. 철저히 기타에 인이 박혀야 된다. 무슨 '생각’따위가 필요 없이 완전히 손에서 자동으로 연주가 나와야만 하는거다. 잉베이의 테크닉은 공짜로 얻은게 아니다.

잉베이가 아홉살 때부터 말 그대로 밥 먹는 시간 외에는 기타만 쳤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놀라운 것은 잉베이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펜더 기타의 바디에 맞게 자라났다는 사실이다. 하루종일 기타만 치고 있던데다가 기타를 안은채로 잠이 들었다고 하니, 어린애 갈비뼈가 거기에 맞게 맞춰진것도 무리는 아닐거다. 무서운 넘...

이렇게 되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우리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잉베이는 아홉살 때 지미 헨드릭스의 티비 쇼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미친듯이 기타를 쳤다고 한다. 한편 울나라의 경우 헨드릭스 같은 연주자들이 티비에 나오는 일도 없고, 어린애가 그걸보고 충격 받을만한 문화도 없지 않은가.

결국 기타를 진지하게 시작할 나이는 빨라야 13,4세 정도는 되야 하는데 이 나이만 되도 벌써 뭔가를 습득하는 속도는 늦어져 있다. 이때 기타를 시작해서 잉베이 수준의 - 잉베이 곡 한두개를 열라 연습해서 카피하는 것 말고, 진짜 잉베이 같은 - 연주자가 될려면 연습을 훨씬 더 많이 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하루 '최소 열시간' 이상의 하드 트레이닝이 일단 요구된다고 하겠다. 버클리나 GIT 에서는 하루 17시간 연습하는 넘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기타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생활에 도전할 수 없다면 이런 기타리스트가 되려는 건 함 재고해 봐야된다.

반면에 한번 뭘 잡으면 도무지 놓지를 않는 고집스러운 성격이라면 함 해볼만도 할거다.

스티브 바이나 조 새트리아니도 비슷한 관점이 적용될 수 있다. 단, 이때는 독특한 사운드적 효과나 다양한 스케일에 대한 공부가 따로 필요하다.

 

◇  제임스 햇필드

헤비 리프의 황제. 말 그대로다.
그를 좋아한다면, 커크 해밋의 빠른 솔로를 열라 카피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제임스 자신은 기타솔로를 거의 하지 않으므로 하루 열다섯 시간의 테크닉 연습도 의미없다. 구식 기타교본에 있는 제프 벡이나 에릭 클랩튼의 곡 따위를 카피하는 것 역시 무용지물이다.

리프를 공부하고 사운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게 젤 중요하다. 잘 못할때부터 최대한 무대에 많이 서는 것도 물론이다.

제임스에 관해서는 제일 안되는 부분이 리듬의 정확성, 강한 피킹, 그리고 그 사운드의 재현이다. 특히 사운드 부분은 많은 경험을 쌓지 않으면 도무지 관점 이 잡히지 않는다. 첨엔 아무리 들어도 모른다.

이런 음악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메탈리카와 제임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정신, 갑바와 뽀대 역시 중요하다.

공연때 무대 한가운데를 적당히 벌린 다리로 떡 버티고 서 있는 제임스의 모습을 기억해보면 그 분위기가 먼지 알 수 있을거다. 초기엔 맨 얼굴이다가 언젠가부터 수염을 기른 후 분위기가 훨씬 멋있어지고 카리스마가 배가된 점도 관련있음은 물론이다.

'내가 이래뵈도 한가닥 한다, 씨바’란 마초적 당당함과 충분한 연습,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 그리고 자신의 스피릿을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공들인 작업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냈다.

걸출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밴드인 '크래쉬' 의 안흥찬 역시 이 마인드에 충실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점을 참고해라.

 

◇  팻 매쓰니

재즈 연주에 접근할려면 일단 음악을 절라 많이 듣고,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재즈는 여전히 귀에 쉽게 들려지는 음악은 아니다. 미국넘들 처럼 어릴때부터 귀에 끼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즈 연주를 거부감없이 듣는 능력과 직접 하는 능력역시 다르다. 좋아하는 재즈연주 - 노래말고 - 를 함 입으로 흥얼거려 바라. 자주 들어온 것임에도 멜로디가 쉽게 재현이 안될거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불러오던 멜로디와 그 구조가 달라서, 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거다.

암튼 '낯설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라 많이 듣고 연주도 많이 해봐야 된다. 기술보다는 일단 뉘앙스, 재즈 본류의 색깔을 위한 연습이 중요해진다. 그렇게 재즈세계 자체에 근접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이와 함께 각종 이론적인 부분들에 대한 연구도 록에 비해선 훨씬 많이 요구된다. 

게다가 팻 매쓰니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재즈와는 또 다른 작곡과 리듬, 사운드의 어프로치도 답습해야 한다. 거기에 'Letter from home' 의 감성과 'Have you heard' 의 수퍼 테크닉과 피킹, 즉흥연주 능력도 갖춰야 된다.

결론적으로, 팻 매쓰니같은 연주자가 되려면 하루 열몇시간의 기타 연습에다가 충분한 이론적 공부는 물론, 섬세한 감성을 키우고 이를 세련되게 표현하기 위한 음악외적인 노력도 필요할거다. 팻 매쓰니같이 관조적이면서도 강한 열정을 함께 갖춘 독특한 퍼스낼러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될테니 말이다.

쉽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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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들은 말 그대로 예일 뿐이다. 그들을 모델로 한다고 해서 똑같이 될 필요도 없는거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여튼 각자의 색깔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초기단계부터 충분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지나치게 신중하기만 해서도 안되지만 무작정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덤비는 것만으로 일이 되지도 않는다.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자기 취향과 성격, 적성을 알고 거기에 맞는 방향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 있고 연습하고 공부해야 할 건 절라 많으니 말이다.

잉베이는 처음 2년동안은 튜닝도 되지 않은 기타를 쳤다고 한다. 그저 무식하게 달라붙었다는 뜻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서도 사람에 따라서는 잉베이처럼 결국 자기의 독특한 스타일과 테크닉을 갖게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 잉베이만한 재능과 주변환경 - 가족들이 뮤지션 -을 갖고, 갈비뼈가 기타에 맞춰질 정도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말이다...

기타의 길은 멀고도 어렵다. 열심히 하되, 머리도 쓰자!


                          - 딴따라딴지 전임 오브리맨 파토 (pato@ddanzi.com) -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28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