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을 깨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소위 싱글로의 확실한 진입을 의미하는 80깨기를 100이나 90깨기처럼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간 이런 닝기리 조또~ 같은 험한 말들만 되뇌이며 혼절을 거듭할지도 모른다.

80깨기에 무슨 정형이 있는 것이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90깨기처럼 드라이버가 제일 중요하다는둥의 찍어주기식 주제또한 없다.

적어도 80을 허물고자 덤비는 검술이라면 한 칼 다부지게 쓴다는 말은 이미 많이 들었을 터...

"샷이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이니..."

위에 쓴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면 80을 깨는 건 아직 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서둘지 말라...항상 하는 얘기지만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니까...


(1) 자기만의 스윙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스윙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항상 조금씩 바뀌고 있다. 프로 아니라 프로 할애비라도 자신의 스윙을 아무런 노력없이 초지일관 유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골프는 허물어지는 스윙을 막아보려고 애쓰는 몸부림의 여정이라 표현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만의 스윙이란 그런 허물어짐에 방어기전으로 작용하는 골퍼의 고유스윙을 말한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80을 깨는 스윙은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제와 오늘의 스윙이 다르고 아웃나인과 인나인의 스윙이 달라서는 80은 컴퓨터 게임에서나 깨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골프는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팔자스윙도 그게 일관성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될 수만 있다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 스윙으로 PGA 우승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자기의 스윙을 만들되 일단 만들었으면 뒤돌아 보지 마라. 스윙 바꾸다가 골프인생 다 보낼 수도 있다.


(2) 거리를 내든가 숏게임에 통달하든가... 결정하라.

거리가 짧은 사람도 싱글할 수 있다. 거리가 짧으면 싱글은 절대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한 말이다.

골프는 거리만으로 승부하는 무식한 스포츠가 아니다. 거리가 짧으면 상대적으로 정확성에서 우세하고 거리의 약점을 정확한 샷으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80깨기에서 거리가 짧다는 건 치명적 약점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만 한다. 그걸 약점이라고 인지한다면 싱글의 반정도는 이룬 것이다. 나머지 반은 그걸 상쇄하려는 노력이다.

어정쩡하게 거리도 늘리고 숏게임도 잘 해보려고 시간낭비하지 말고 유오성처럼 한 넘만 잡아 죽도록 패라. 그렇지 않으면 이넘 저넘한테 집단으로 난타당해 넙치되기 십상이다.

거리가 길면 정확성은 떨어진다. 이건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는 명제만큼이나 확실한 진리다. 길면서 정확한 샷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차피 샷이 긴 사람도 80깨기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어느정도의 정확성을 확보한 거리를 추구하든지 아니면 숏게임에서 승부를 걸어야 80이 깨진다.


(3) 특별히 잘 하는 분야를 하나 만들어라.

싱글은 골프의 전 분야에 걸쳐 두루 잘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걸출한 분야를 하나쯤 만들어야 한다.

예를들면 드라이버가 평균 270야드 이상 페어웨이 힛 70%이상이라든지, 어떤 빠르기 어떤 언듈레이션의 지옥같은 그린에서도 퍼팅만큼은 PGA 프로들과 맞장을 떠도 밀리지 않을 실력이라든지, (실제 미국에선 프로와 아마추어들이 함께 참가하는 퍼팅대회가 있는데 아마추어고수들이 프로들과 박빙의 승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숏게임은 미켈슨이 혀를 내두르고 도망갈 실력이라든지, 아이언은 올라자발과 호형호제할 검술이라든지...

골프라는 운동의 어느 한 부분에서 마음 놓이는 곳이 있어야 80의 성벽은 허물어진다.

왜냐하면 80을 깨는 일, 즉 70대를 치는 일은 이것 저것 다 잘되서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이런 저런 허물어지는 것들을 막아내며 어느 한 가지를 잘 해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기때문이다. 아시겠지만 골프의 모든 샷이 동시에 잘 되는 날은 극히 드물다.

필드에서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골프를 하면서도 어느 한 부분만큼은 절대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과 능력이 없는 한 80은 깰 수 없는 벽이다.


(4) 특별히 못 하는 분야가 있으면 안된다.

싱글은 이것 저것 두루 잘 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excellent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한 가지에서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으면 80 못 깬다.

드라이버, 페어웨이 우드, 아이언, 숏게임, 벙커샷, 퍼팅 이 모든 것들을 무난히 잘 해내야 싱글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백안에 들어있는 모든 칼은 어떤 것이든 자신있게 다룰줄 알아야한다는 말이다.

앞에서 말한 "주유소습격사건"의 유오성식 대응은 어떤 한 가지를 특출하게 잘하기 위한 것이지 나머지를 제껴놓고 못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한 넘만을 물고 늘어져 죽도록 패도 다른 넘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당하면 매에는 장사 없다고 결국은 쓰러지게 된다.


(5) 그린이나 그린주변에서 서둘지 마라.

그린에서 서두르는 싱글핸디캐퍼 본 적이 없다. 70대 골퍼에게 그린은 자신의 골프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준비된 무대이다.

싱글핸디캐퍼의 그린 플레이는 남들이 보기에도 안정된 그림이어야 한다. 루틴하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늦장플레이도 아닌 벌써 성공하는 퍼팅의 안정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 그린이라는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엿보이는 법이다.

브레이크를 성실히 읽어라. 브레이크속에 모든 해답이 다 들어 있다. 수학을 잘 하려면 문제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브레이크만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퍼팅의 반이상은 성공한 것이다. 브레이크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80 깨는 건 어림도 없다. 80깨기를 원하면서 설마 캐디에게 브레이크 보아달라는 골퍼는 없을 줄 믿는다.

다른 건 몰라도 퍼팅을 못하는 싱글핸디캐퍼는 여지껏 만나보지 못했다. 퍼팅은 80대 졸업의 선택과목이 아니라 교양필수다.


(6) 룰에 정통하라.

싱글핸디캡을 가진 사람이 룰에 무지하면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 룰의 적법한 상황하에서 싱글을 치는 것인지 아니면 대충 치는 "나홀로 싱글"인지 구분이 안간다.

룰북을 몽땅 외울 수는 없지만 크고 중요한 대목은 상세히 알아두어야 적용에 실수가 없고 믿음이 가는 법이다.

룰북 하나쯤 캐디백에 넣고 다니며 의문이 들 때 찾아보는 성의정도는 가져야 한다.


(7) 샷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다.

그린까지 남은 거리 200야드. 10mph의 앞바람, 그린 바로 앞까지 물, 앞바람이 있으므로 캐리로 220야드쯤 조져야 물을 넘기고 온그린이 가능한 샷을 앞에 놓고 준비하는 골퍼들의 마음은 대개 비슷하다.

도대체 이 샷이 마음먹은대로 뻗어줄지 아니면 뒤땅을 해서 물에 풍덩할 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샷이고 보이지 않는 샷이므로 불안한 것이다. 잘 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만 굴뚝인 채...

이럴 때 싱글핸디캐퍼는 믿는다.

이 샷은 내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는 걸... 그런 믿음이 없다면 샷은 이미 하기 전에 실패다.

그러면 그런 믿음은 어디로부터 연유하는 것일까? 골퍼에게 그런 믿음은 연습으로부터 나온다.


[ 덧붙이는 말 ]

골프는 정직한 운동이다. 자신이 80을 깰 때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단지 클럽을 잡고 흘러버린 성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80이란 성벽을 뛰어 넘을 자격이 있는지를...

                                                          - 골프스카이 MR. 마이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