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나는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할 것입니다.”

 

1826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깊이 매료된 17세의 멘델스존은 [한여름 밤의 꿈] 서곡으로 그의 꿈을 실현해냈다.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하는 그 가볍고 경이로운 음향세계는 여태까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신비로운 마법의 소리였다. 목관악기가 연주하는 네 번의 코드가 긴 여운을 남기고 부드러운 현악기가 들려오면 갑자기 바스락대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요정의 날갯짓처럼 가벼운 바이올린,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금관악기 소리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꼭 빼닮았다. 일찍이 이 놀라운 음악에 감격한 슈만도 “마치 요정들이 직접 연주를 하는 듯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환상과 동심, 요정의 날갯짓까지 그려낸 놀라운 음악
그로부터 17년 후, 꿈같은 사운드로 담아낸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은 여러 극음악을 거느린 진정한 서곡으로 거듭났다. 1843년에 멘델스존은 이 서곡에 몇 곡의 음악을 덧붙여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한 멘델스존은 서곡을 작곡했을 때보다 두 배나 더 나이를 먹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환상과 동심으로 가득했다. 새로 작곡해 덧붙인 극음악은 단순히 연주회용이 아니라 연극 공연을 위한 것이었기에 독창자와 합창이 더해져 극적인 표현이 더 강조되었다.

 

그 중 첫 번째 곡 ‘스케르초’는 날아오를 듯 가벼운 목관악기의 리듬으로 시작된다. 발레리나의 가벼운 발놀림 같은 이 경쾌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마법의 숲속에서 요정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후 요정의 숲에서 벌어지는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는 ‘요정들의 행진곡’, 아리아 ‘얼룩무늬 뱀, 두 대의 혀로’, ‘멜로 드라마’, ‘간주곡’, ‘녹턴’, ‘결혼 행진곡’, ‘팡파르와 장송 행진곡’, ‘베르가마스크’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마지막 ‘피날레’에서 서곡을 열었던 바로 그 신비로운 목관의 화음이 재현되며 멘델스존의 극음악은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연인들의 추격전
그럼 여기서 멘델스존에게 영감을 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보자. 이 이야기는 오베론 왕이 다스리는 요정의 숲에서 헤매는 두 쌍의 커플들의 엇갈린 사랑과,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요정의 왕이 그들의 사랑을 제대로 맺어주며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요정의 숲 속에서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두 쌍의 커플들이 헤매고 있다. 헤르미아는 드미트리어스와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명을 거역한 채 사랑하는 라이샌더와 함께 도망 중이고, 드미트리어스는 사랑하는 헤르미아를 찾아 숲 속을 뒤지는 중이며, 드미트리어스를 사랑하는 헬레나는 드미트리어스의 뒤를 쫓아 역시 정처 없이 숲속을 헤맨다. 그들 중 가장 불쌍한 이는 아마도 누구의 사랑 받지 못한 채 희망 없는 추격을 계속하고 있는 헬레나이리라. 요정의 왕 오베론은 헬레나를 가엾게 여겨 그녀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낸다. 누구든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사랑의 꽃의 즙을 사람의 눈꺼풀에 붙이면 눈을 뜨는 즉시로 보이는 것에 정신없이 반해버리게 되니, 젊은이들이 잠든 사이에 꽃물을 발라 드미트리어스와 헬레나를 맺어 주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사실 오베론은 꽃물의 마법을 자기 아내 티타니아에게 쓰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티타니아가 인간세계의 아름다운 소년을 빼앗아 간 후 되돌려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베론은 우선 퍼크를 시켜 헬레나의 일을 처리하게 했다. 그러나 퍼크는 일을 서두르다가 그만 라이샌더의 눈에 꽃 즙을 바르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라이샌더가 헬레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퍼크는 그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다시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꽃즙을 발라서 이번에는 드미트리어스가 헬레나에게 반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남자가 헬레나한테 반하는 바람에 일이 더 복잡하게 돼버렸다. 헬레나는 모두가 자기를 놀리는 것이라고 화를 냈고, 헤르미아는 라이샌더가 그렇게 금방 마음이 변할 리가 없다고 하며 이상해 한다.

 


결혼식장에서 항상 연주되는 ‘결혼 행진곡’
한편 퍼크는 왕비 티타니아를 혼내주려는 오베론의 명을 받아 잠자는 티타니아의 눈꺼풀에 꽃물을 바르고는 티타니아 곁으로 당나귀로 분장한 보텀을 보낸다. 티타니아는 눈 뜨고 나서 제일 처음 본 보텀에게 반해버리게 되고 오베론은 기뻐한다.

그러나 퍼크의 실수로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어스는 서로 헬레나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까지 벌이게 되어 사태가 더 혼란스러워진 것을 본 오베론은 퍼크에게 화를 내며 빨리 원래대로 사태를 되돌리라 명령한다. 이에 퍼크는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어스가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고 어둠의 밤이 빨리 깔리게 한 후 라이샌더가 잠에 들자 즉시 눈꺼풀에 달린 꽃즙을 없애 두 쌍의 연인들의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티타니아도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오게 해 오베론과 화해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연인들의 추격전이 끝나고 두 쌍의 커플이 맺어지자 헤르미아의 아버지 에게우스도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신랑감으로 점찍은 드미트리어스가 헬레나에게로 마음을 돌렸으니 어찌하랴. 이번 일이 잘 해결되자 무척 기뻐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자기의 혼례식 날에 모두를 초청한다. 새로 맺어진 커플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퍼레이드와 무도회가 벌어진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결혼 행진곡’은 바로 이 화려한 결혼식을 위한 음악이다. 예식을 마치고 이 세상을 향해 행진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축복의 음악은 아마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다. 연주회에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의 발췌곡이 연주될 때도 ‘결혼 행진곡’은 결코 빠지지 않는다. [한여름 밤의 꿈]의 극음악이 음악회에서 연주될 때는 대개 서곡, 스케르초, 간주곡, 녹턴, 결혼행진곡의 순으로 연주된다.
 
                                                                                                                     -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