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일찌기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술의 신)이며 그렇게 빚어진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해준다"라고 했다하는데 그의 수많은 걸작중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그의 7번 교향곡이다. 정말로 곡을 듣고 있노라면 예외없이 사람을 흥분시키고 또한 술에 취했을 때마냥 용기에 넘치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불가사의한 곡이다. 이곡의 1, 4악장을 가르켜 베토벤이 술에 취해서 작곡된 것이 아닌가 하고 훗날 슈만의 아내 클라라의 아버지인 프리드리히 비크가 비꼬았다고 하는 데 이는 '술은 나쁜 것이다'라는 말이 틀리듯이 어리석은 비평이 아닐 수 없다. 이말을 돌리면 건강한 취기를 용납할 수 없는 앞뒤로 꽉 막힌 분이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는 예측은 가능하다.

리스트가 이곡을 가르켜 "리듬의 화신"이라 했고, 바그너는 "무도의 화신"이라고 했다는 말은 너무 잘 알려져있어서 인용하기가 구태의연할 정도다. 하지만 곡의 이런 리듬과 춤의 요소는 결국 교향곡의 취기를 돋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곡의 해석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을 얼마나 잘 살려냈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하겠다. 그런 베토벤의 의중은 악보에도 충실히 잘 나타나있는 데 곳곳에 팀파니와 금관을 강조한 sf(스포르잔데; 그 음을 특히 강하게)와 ff(포르테시모; 포르테보다 강하게)를 발견할 수 있고 4악장의 코다엔 fff(포르테시시모; ff보다 더 강하게)가 2번 등장하는 거대한 클라이막스가 있다. 필자의 생각으론 특별한 해석없이도 이러한 악보의 지시만 충실히 이행해도 곡의 분위기는 한껏 살아난다고 생각된다. 실제로는 오케스트라 악기들 특히나 트럼펫에 상당한 부담이 가는 곡이라 대부분의 연주들은 기교면에서 문제들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 지휘자의 주관적인 해석 이전에 악보에 충실한 연주 자체를 찾기가 극히 힘들다.


제1악장 : Poco sostenutoㅡvivace A장조

포코 소스테누토 부분은 62마디이며, 지극히 침착하며 단순하게 상승하는 음계가 길게 나오는 겄뿐인데도 점점 기분을 상승시켜 주부의 특색있는 리듬을 준비합니다.

주부는 비바체로 6/8박자로 먼저 플루트와 오보로서 앞서도 말한, 전곡을 일관한  특색있는 리듬이 제시되고, 그 뒤 프룻이 경쾌하고 아무 거리낌 없는 유동적인 제1주제를 이끌어 냅니다.

제시부의 끝에 2마디의 총휴지 후 전개부로 들어 가서도 2마디를 울리면 다시 2마디가 총휴지가 되는 등, 약간 불안한 감이 있으나 제1바이올린에 앞서 리듬이 조용한 pp로 숨을 돌리고 이것이 급속히 번져 나깁니다.

그 이후부터는 철두철미, 앞서 리듬의 거센 흐름을 타고 스스로를 동요시키면서 내달아 사라집니다.


제2악장 : Allegretto a단조 2/4박자. 3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목관부가 2마디를 화음으로 울려 안정을 주면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마치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의 죽음의 부분의 반주형을 연상시키듯, 끌리는 듯한 주제를 제시합니다. 이 리듬형은 이 악장의 끝까지 끈질기게 계속됩니다.

약간 애수를 띤 이 주제 위에 비올라와 첼로가 아름더운 대선율을 노래하고 제1부는 이상의 두가지 흐름을 바탕으로 해서 전개됩니다. 제부분은 제101마디부터인데 a장조로 전조되어 평범한 주제를 클라리넷과 바순이 온순하게 부릅니다.

제3부분은 다시 a단조로 되어 앞서의 주제와 대선율이 동시에 나타나며 그 뒤 주제의 동기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으로 푸가토풍으로 발전되며 악기의 수를 늘려가고, 마지막에 ff로 투티하고 종결부로 갑니다.

종결부는 다시 a장조로 되며, 제2부분의 주제가 클라리넷과 바순에 나타나고 다음에 다시 a단조로 돌아가 주제의 단편이 나온 후 끝나게 됩니다.


제3악장 : Presto F장조 3/4박자. 스케르초 형식.

갑자기 f로 가락을 끊어 던지듯이 거칠게 되풀이 되다가 한 줄기 바람을 일게 하여p로 내닫는 듯한 주제로 시작되는데 아주 빠르고 탄력있는 밝은 분위기를 조성해 냅니다.

트리오는 템포가 훨씬 느려져 assai meno presto이며 조성도 D장조이며 a음의 페르마타에서 클라리넷이 노래하는 옛날 오스트리아의 순례의 노래에서 취재한 것이라는 색다른 선율을 바탕으로 발전합니다. 그 뒤 스케르쪼ㅡ트리오ㅡ스케르쪼ㅡ트리오로 진행되어 어디서 끝날까 다소 불안을 느낄 때 다시 프레스토가 되어 ff로 5마디의 화음이 울린 뒤 끝납니다.


제4악장 : Allegro con brio A장조 2/4박자. 소나타 형식.

먼저 울려보고 그 반응이라도 살피는 듯한 총휴지, 이것을 두번 해 보고 , 드디어 확신을 얻은 듯 미친 듯이 난무하는 주부로 접어 듭니다. 이어 제1바이올린으로 이끌어 내는 거칠게 선회하는 동기의 제1주제에는 약박자에 악센트가 붙어 있으므로 그 자극이 극히 세고 거친 흥분속에 춤추며 끝맺습니다. 제2주제는 단조로 전조되어 p로 제1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되는데 이 또한 약박자에 악센트가 있습니다. 전개부는 제1주제가 바탕으로 되어 있고, 재현부 뒤에 장대한 코다가 이어집니다.

 


[ 네이버 오늘의 클래식 ]

 

일찍이 베토벤은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의 [교향곡 제7번]이야말로 이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일 것이다. 특히 리듬의 역동성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매력으로 리스트는 이 교향곡을 가리켜 “리듬의 신격화”라 표현하기도 했다. 강박적인 리듬의 반복을 통해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이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원초적인 리듬충동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ㆍ1악장 Poco sostenuto - Vivace
ㆍ2악장 Allegretto 
ㆍ3악장 Presto 
ㆍ4악장 Allegro con brio 


베토벤 음악 인생에 길이 기억될 초연 연주회
베토벤이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한 1812년은 그의 작품 활동이 주춤하기 시작한 시기다. 1802년부터 1809년까지 7년간 베토벤은 다섯 곡의 교향곡과 현악4중주곡 ‘라주모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등의 걸작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1809년에도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와 현악4중주 작품74, 피아노 소나타 ‘고별’ 등 걸작들을 계속 발표하며 지칠 줄 모르는 창작의욕을 과시했으나 1810년부터 차츰 작곡의 속도를 늦춰갔다. 그러던 중 1812년 4월 13일에 드디어 4년간의 교향곡 공백기를 깨고 몇 곡의 음악을 다 합쳐놓은 것만큼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담은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해내면서 교향곡 작곡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1813년 12월 8일, 빈 대학 강당에서 이루어진 [교향곡 제7]번의 초연무대는 베토벤의 경력에 있어 길이 기억될 만한 연주회였다. 연주 당시 부악장을 맡았던 작곡가 슈포어가 남긴 위의 증언을 보면 [교향곡 제7번]을 지휘할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날 공연은 베토벤의 공연들 가운데도 기억에 남을 만한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연주 당일 베토벤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관객들이 환호한 작품은 [교향곡 제7번]이 아니라 그날 공연에서 함께 연주된 [웰링턴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흔히 ‘전쟁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웰링턴의 승리]는 메트로놈의 발명가 멜첼이 고안한 ‘판하르모니콘’이란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전쟁’과 ‘승리’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팡파르, 군대의 호출, 대포소리, 전쟁장면 등이 단순하게 묘사되고 마지막 종결부의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로 인해 대중들은 이 작품에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웰링턴의 승리]보다 [교향곡 제7번]이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했던 베토벤은 청중의 이런 반응에 실망했고, 빈 신문에서 [교향곡 제7번]을 가리켜 [웰링턴의 승리]의 “들러리 작품”이라 칭한 것에 몹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대 청중이 [교향곡 제7번]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특히 장송행진곡 풍의 2악장에 열광해, 베토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2악장을 다시 한 번 연주하기도 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 광란의 춤곡
[교향곡 제7번] 1악장은 매우 길고 복잡한 서주로 시작된다. 1악장의 서주는 그때까지의 교향곡에서는 거의 들어볼 수 없었던 가장 거대한 서주로, 신비로운 화음과 계속되는 음계, 목관악기에 의해 반복되는 단순한 모티브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독특한 부점 리듬형이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템포는 매우 빠른 비바체로 바뀌고 마치 춤곡과도 같은 리듬형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대개 4/4박자로 되어있는 일반적인 교향곡의 1악장과는 달리 [교향곡 제7번]의 1악장은 바로크 춤곡 ‘지그’(Gigue)를 연상시키는 6/8박자로 되어 있어 특별하며, 여기에 팀파니까지 리듬의 향연에 가세해 집요하게 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광포함을 더한다. 그야말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이라 할 만한 광란의 춤곡이다.

 

알레그레토(Allegretto, 조금 빠르게)라는 애매한 템포로 설정된 2악장은 장송곡 풍의 독특한 음악으로 초연 당시 청중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청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2악장이 시작되면 목관악기의 불안정한 화음에 이어 저음 현악기들이 장례행진을 연상시키는 리듬 주제를 연주한다. 저음현의 어두운 음색이 침통한 분위기를 더하는 가운데 어느새 제2바이올린 파트가 끼어들어 주제를 연주하고, 저음현은 또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 제2바이올린과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악기들이 끼어들 때마다 감정의 깊이는 더욱 강해지며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들인다. 2악장 중간 부분에서 클라리넷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잠시의 위안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저음 현악기들은 계속해서 장송음악의 리듬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3악장은 베토벤 음악의 역동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 스케르초라 할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만으로 흥분을 일으키며 그 과격한 리듬은 21세기 청중에게도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준다. 때때로 강한 악센트와 제2호른의 갑작스런 돌출 등 예상치 못한 반전에서 베토벤 특유의 블랙유머도 느낄 수 있다. 반면 3악장의 중간에 등장하는 트리오 부분에선 현악기가 지속음을 연주하는 사이 목관악기들은 한층 이완된 리듬을 선보이며 역동적인 스케르초 부분과 대비된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트리오 부분에선 출렁이는 목관악기의 움직임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4악장은 처음부터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강렬한 리듬으로 충격을 준다. 마치 완벽한 기계장치가 돌아가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어느 정도 규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악장에선 특히 약박을 강조하는 규칙적인 악센트와 반음 모티브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저음현의 독특한 움직임에 주목해보자. 다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칠고 사나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4악장은 베토벤의 가장 자극적인 교향곡을 마무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압도적인 결론이다.
                                                                                                                                 -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