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교향곡(Symphonie Pastrale,제 6교향곡,5악장,1806∼08, F장조, 작품번호 68)

제5번 교향곡《운명》과 쌍둥이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제6번 교향곡《전원》은 1808년 여름 그 비참한 유서를 썼던 빈 교외의 하일리겐시타르(Heiligenstadt)에서 작곡되었는데, 베토벤 자신이 그때 수첩에 다음과 같은 말을 적었다.

"전원 교향곡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니다. 전원에서의 즐거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환기시키는 여러 가지의 감정 표현이며, 그에 곁들여서 몇 가지의 기분을 그린 것이다."

즉 이 작품은 낭만파의 교향시처럼 직접 전원의 풍물을 묘사한 음악이 아니고 전원이라는 주제가 곡의 내용적인 표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베토벤은 이 곡에《전원》이란 표제를 직접 붙였는가하면 각 악장에도 그에 알맞은 표제를 붙였던 것이다. 이러한 각 악장에 붙은 표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방법은 후에 슈만이나, 멘델스존, 리스트 그리고 베를리 오즈 같은 낭만파 작곡가들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낭만파 표제음악탄생의 요소가 된 것이다.

제6번 교향곡에서는 인간의 모든 괴로움을 잊고 자연에 대한 사랑을 그려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5번은 남성적이며 제6번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대 조적인 작품이다.

베토벤은 이 교향곡의 주제를 1806년의 노트에 기록했으며, 본격적인 스케치는 1807년 7월을 전후해서 정리한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성은 지금까지의 교향곡이 보통 3악장이나 4악장으로 쓰여졌던 것에 비해, 이 곡은 5악장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제3, 제4, 제5악장이 휴식 없이 계속해서 연주되기 때문에 3악장제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 곡이 초연되기에는 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빈 극장에서 베토벤 작품만의 연주회에서 제5번 《운명 교향 곡》과 함께 그 자신의 지휘로 거행되었다.


[ 제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F장조 2/4박자 ]
소나타 형식의 악장으로 이 악장에 붙여진 표제는 <시골에 도착하였을 때의 유쾌한 감정>이다. 도입부 없이 상쾌한 여름의 시골의 밝은 태양과 솔솔 불어오는 미풍을 연상시키는 듯한 제1주제는 현으로 시작하 는데 이것은 소박한 오스트리아 남부지방의 민요에서 소재를 구한 것이다.

이 주제에 포함된 중간 동기는 화창한 여름날 전원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이 악장 전체에 가벼운 리듬을 메아리치게 하고 있다. 역시 현악기로 나오는 제2주제는 음형적인 구성이지만 평화로운 기쁨에 넘쳐 흐르는 것이다. 전개부는 제1주제가 3개의 동기에 의하여 구분되어 활용되며, 약동하는 듯한 활기에 넘쳐 명랑한 기분을 나타낸다. 재현부에서는 제1주제가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에 의하여 제시되며, 끝맺음의 페르마타(Fermata) 없이 제1바이올린 이 같은 모양으로 전개한다.

그로부터 코다가 나타나며 여기서도 클라이맥스 없이 전 악장은 평화로운 전원적인 기분에 넘쳐 흐르고 있다. 표제에서 말해 주듯 시골에 도착한 때의 유쾌한 기분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악장이다.

[ 제2악장 안단테 몰토 모소 B 장조 12/8박자 ]
소나타 형식의 악장으로 <냇가의 정경>이란 표제가 붙어 있다.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흘러내리는 시냇물의 속삭임을 느끼게 하는 3련음의 반주가 악장 전체에 흐르고 있다. 여름 들에서 울리는 자연의 소리를 연상시키는 제1주제가 제1바이올린에 의해 나오는데 이것은 단편적인 것에 그 치고 전체의 정서는 화창한 리듬을 타고 흐르는 하모니로 무르익게 하고 있다. 제2주제는 같은 제1바이올린에 유도되어 아름다운 경치를 그려준다. 얼마 안되어 춤추는 듯한 멜로디가 낮은 음부 에 나타나 시냇물이 한없이 평화에 넘쳐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끝부분에서는 플루트가 꾀꼬리의 소리를, 오보에가 메추리의 소리를 그리고 클라리넷이 뻐꾸기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어 더욱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로망 롤랑은 [새소리의 자연적인 모방이 아니고 이것은 이를테면 자연이 들려주는 가지가지의 노래와 속삭임으로 엮어진 것이고 보면 새소리도 역시 작곡자에게는 이미 소멸된 하나의 세계를 자기의 정신속에 재창조한 일부분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 제3악장 알레그로 F장조 3/4박자 ]
3부형식의 스케르쪼 악장이다. 이 악장에 붙은 표제는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했던 베토벤의 눈은 농촌의 생활 풍경으로 옮겨지고 있다.

3부로 된 현악기에 나타나는 주제는 지금까지 자연만을 그리고 있던 곡을 바꾸어 시골 사람들의 풍경과 시골 잔치 에서 춤추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려 주고 있다. 이것은 소박한 3박자의 무곡이다. 시골 사람들의 즐거움 감정은 차츰 고조된다. 바순의 반주 위에 오보에가 독일 민요에 의한 유쾌한 가락을 독주한다.

트리오는 2/4박자로 변해서 거칠고 기운찬 무도곡을 새로 연주한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3박자인 스케르쪼로 돌아가 흥분된 기분 속에서 절정을 이룬다.

[ 제4악장 알레그로 F단조 4/4박자 ]
일정한 형식이 없는 일종의 간주곡이다. 표제는 <천둥폭풍우>이다. 낮은 현악기가 트레몰로로 바람을 일으키고, 팀파니의 연타로 천둥이 울린다. 지금까지의 즐거웠던 춤도 자취를 감추고 현의 단편적인 가락이 쓸쓸하게 나타난 다음, 전합주는 치열한 음향속으 로 뛰어든다. 관악기의 울부짖음과 현악기의 트레몰로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피콜로가 번개와 같이 위협적인 소리를 낸다. 이윽고 바람도 자고 비도 멎으면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한 가닥 햇살 같은 오보에의 멜로디가 나타난다. 마침내 폭풍우가 사라졌을 때 청아한 플루트의 가벼운 상승 멜로디로 곡은 다음 악장으로 넘어간다.

[ 제5악장 알레그레토 F장조 6/8박자 ]
목가적인 도입부를 가진 론도 형식의 악장이다. 이 악장에 붙은 표제는 <목동의 노래 - 폭풍우 뒤의 기쁨과 감사 의 기분>이다. 목동의 피리를 연상케 하는 클라리넷의 명쾌한 멜로디가 멀리서 들려온다. 이 도입부는 얼마 안되어 호른에 옮겨진다.

이어서 바이올린으로 제시되는 평화로운 론도의 주제가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호른 등에 의하여 되풀이된다. 현에 의한 제2주제, 클라리넷에 의한 제3주제가 매번 론도 주제를 끼고 나타나서 정규적인 론도 형식으로 힘차고 순수한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하여 곡은 대자연과 인간 사이에 엮어진 조화를 상징하듯 웅대한 코다로서 끝난다. 행복과 감사의 찬미로 절정에 달했던 코다는 차차 열기를 식히며 가라앉아 격조 높게 곡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해서 자연에 대한 베토벤의 장대한 묘사는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