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上 ]

2014년 1월 30일, 나는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고향 가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울행 KTX를 탔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목적한 곳을 향해 나아가고만 있었는데 이젠 정말 끝이라니, 믿겨지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났다.

 

나는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2014년 1월, 인천부터 부산까지 633km의 국토종주길을 걸어서 완주하고 스무 살이 되었다.

 

나라의 선취업 후진학 정책으로 만들어진 학교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입사해서 일하게 되었다. 나의 입사는 고3 겨울방학이 끝난 후의 3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방학때마다 전공 보충 수업이니 인턴십이니 숨 돌릴 틈도 없이 등교하고 출근하다 보면 어라 방학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때 개학하기 일쑤였고, 그래서 고3 겨울방학은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방학이었다. 어떻게든 이 방학을 알차게 보내야겠다 하는 강박관념에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매일같이 둘러앉아 뭘 할지 얘기를 나누곤 했다. 인턴십을 하면서 만나뵈었던 선배님들은 하나같이 "여행 가."라고 하셨다. 중학교 입학 전에 가족과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 나는 엄마에게 자신있게 이번 방학 때 유럽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엄마의 대답은 딱 잘라 거절. 단호박이시다. 조르고 설득하고 떼써도 안된단다. 나는 너무 어리단다. 그리고 또 무슨 점 보는 사람이 내가 외국에 가면 죽는다고 했다나. 팩트인지 픽션인지 모르겠지만 죽는다는데 맘편히 룰루랄라 떠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평일에만 할 수 있었던 일을 미뤘었는데 밍기적대며 하나씩 처리하다 보니 그새 일주일이 갔다. 친구들은 입학전 대학 모임 간다 면허 딴다 알바한다 바쁜데, 나는 매일 10시쯤 일어나서 귤이나 까먹고 라면이나 끓여먹으면서 하루에 네 번씩 하는 사랑과전쟁 재방송을 네 번 보고 있는 거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온갖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는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신 부모님께서 내가 초3때 능행차 캠프를 보내주셨다. 풀네임이 정조대왕 능행차 캠프인가 그런 건데,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 1년에 한번씩 수원으로 행차했던 것을 재현하는 캠프로, 초3 ~고3 학생들 몇백 명이 3박 4일 동안 서울에서 수원까지 걸어간다. 매년 여름 하는 것 같은데 봉사시간도 받으니까 학생들은 한번 참여해 보면 좋은 기회가 될 듯. 어쨌든 처음 갔을 때는 한 이틀 걷고 발목이 접질려서 내내 호송차를 타고 다녔다. 그 후 5학년 때인가 한번 더 갔다. 그때는 첫날 발목을 해먹고 붕대를 감았는데, 그닥 아프진 않았다. 기왕에 온 것 호송차 안 타고 걸어보자 싶어 끝까지 내 발로 걸어갔는데 최종 목적지에서 모자를 던지며 느끼는 기쁨의 정도가 확실히 달랐다. 중학교 때 한번 더 간 이후로 시간이 안 나서 못 갔는데(고등학생은 선서도 하고 선두에서 깃발 들고 걷는 기수도 시켜주는데 인턴십 때문에 못 가서 아쉬움!!!!!!), 어쨌든 그 이후로 성취감을 맛본 것 뿐 아니라 걷는 것에도 재미를 붙였다. 그냥 차 타고 가고 전철 타고 가는 길을 두 발로 걸어서 간다는 게 신선하고 재밌었다.

 

재미를 붙였다고 해봤자 그냥 남자친구 사귀고 서로 돈이 없어 전철역 몇 개씩 걸어다니며 시간 보내고 한 게 다였다(얼굴만 봐도 막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그래서 같이 걷기만 해도 좋고 그랬다 헣헣ㄹ헣ㄹㅎ). 본격적으로 걷기 여행을 해본 건 고3 여름으로, 어두컴컴한 도서실 구석에서 발견한 걷기여행 책을 보고 오 이건 저질체력인 나도 할 수 있겠구만 싶어 응봉역에서 아차산까지 걸어가본 거다. 그 후로 한두번 더 갔었다.

 

도보 여행 중 가장 당황스러울 때는 길이 없을 때다.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강물이 가로막고 있다던가, 유일한 길이 차가 쌩쌩 다니는 국도라던가, 절벽이라 돌아가야 한다던가 하면 참 뭐랄까, 김 샌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자전거길.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4대강을 따라가는 한강자전거길, 금강자전거길, 영산강자전거길, 낙동강자전거길이 있고, 인천 정서진 아라서해갑문에서 부산 을숙도 낙동강하굿둑까지 이어지는 국토종주길이 있다. 각 자전거길에는 빨간색 인증부스가 있어 한국수자원공사(K WATER)에서 판매하는 인증수첩(4000원)에 인증도장을 모두 찍으면, 국토종주 또는 4대강종주를 인정하는 금색스티커와 이름을 새긴 메달을 보내준다(고 한다. 한 달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나는 아직 못받으뮤ㅠㅠㅠ).


뚫려 있는 길만 따라가면 인천부터 부산까지 갈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 4대강 국토종주길은 www.riverguide.go.kr/ (모바일에선 m.riverguide.go.kr/ )로 들어가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증수첩과 지도도 구매가능.
 
나는 자전거에 별 취미가 없다. 부끄럽게도 자전거를 처음 타본 것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졸업사진을 찍으러 갔던 인천대공원에서였고 (혼자 쩔쩔매던 나를 오며가며 도와준 반 친구들에게 무한 감사를) 그 후로는 타볼 기회가 없었다. 또 걷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전거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땐 인천에서 부산까지, 라는 만만찮은 거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이리저리 검색하다 우연히 아빠곰님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http://hankc001.blog.me/ 도보종주자들의 메카급인 블로그인듯ㅋㅋㅋㅋㅋ).  16일만에 도보로 국토종주길을 완주하셨는데, 내 생각에는 아마 최초이신 것 같다. 완주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대체로 담담하다. 왜냐하면 끝났으니까. 더이상 그 고통 속에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회상할 때는 힘들었던 기억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가뭄에 콩 나듯 생기는 즐겁고 좋은 기억들만 떠오르기 마련이다. 자전거로든 도보로든 먼저 이 길을 완주하신 선배님들께서는 항상 굉장히 담담한 필체로 후기를 쓰셨다. 의외로 엄청 순진하고 무모한 나는 그래서 떠날 생각을 했다. 아 뭐 633km 껌이지 뭐 ㅋㅋㅋㅋㅋ이런 생각? 껌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하면 되겠지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홈페이지에서 인증수첩과 지도를 구입했다.
 
문제는 주변사람들의 반대였다. 엄마에게 "어머니 나 부산까지 걸어갔다 올게" 하면 엄마는 정말 만화에서처럼 펄쩍 뛰어서 천장을 뚫을 것 같았다. 남자친구도 결사 반대였다. 당연하다. 스무 살 먹은 여자애가 혼자 산 넘어 강 넘어 다닌다고 하는데 그 어떤 가족과 애인이 허락해 주겠는가? 주변에서 그렇게들 반대하니 사실 나도 덜컥 겁이 났다. 진짜 가다가 무슨 일 당하면 어쩌지,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남자친구를 설득했다. 새장에 갇혀 사는 새가 있고, 그 새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들이 있다. 새가 세상으로 날아가면 다칠 수도 있고 위험하므로 가족들은 새를 새장에 가둬 두기만 한다. 그렇게 새는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갇혀 살기만 한다. 이런 얘기를 했더니 새가 불쌍하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 새가 나라고 얘기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아 볼 기회를 얻었는데, 제발 날개를 꺾어 가둬 두지 말라고. 그리고 내가 가지 말라고 안 갈 사람이냐고 한마디 덧붙였다. 남자친구는 하루종일 고민하더니 결국 가라고 했다. 엄청난 제약을 두긴 했지만 어쨌든 허락받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믿고 허락해준 것이 정말 고맙다.ㅎㅎ
 
그래서 얼른 짐을 싸서 엄마가 휴가를 떠난 사이 '가출'했다. 외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어머니 나 지금 경상도인데, 걸어왔어"라는 청천벽력 같은 큰딸의 카톡을 받은 우리 어무니. 어쨌든 나는 그렇게 출발했다. 처음엔 충청도까지는 가겠지 뭐, 싶었고 숙소 정보도 거기까지만 알아보고 떠났다. 그랬던 내가 해냈다.
 
21일을 계획하고 갔는데, 숙소 사정 등을 생각해서 조금 무리하기도 하고 걷다 보니 18일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 종주를 준비하고 또 종주 중 그때그때 계획을 수정하며 가는데, 정보가 많지 않아 굉장히 힘들었다. 도보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40~70대의 남성분들이고, 대부분 두세명씩 가신다고 한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 아니다 보니 인터넷에 자료가 많이 없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 완주한 사람이 아빠곰님 한 분뿐인 줄 알았다. 어쨌든 그렇게 또다른 고생을 하고 나니 내가 겪었던 것을 토대로 자료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컴퓨터가 없는 협소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후기를 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다녀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애기했고, 또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정말 미친짓이다!'
 
하지만 '말린다고 안 할 사람이 아닌' 나 같은 사람들, 도전하고 싶고 해 내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면, 응원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다. 길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힘이 많이 되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고마운'사람이 되고 싶었다. 풍부하지만은 않고 허술한 글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고 도움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 下 ]  

길에서 나의 상황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대답해 주면, 100% 화들짝 놀랐다. 그것도 6콤보로.

 

  1. 고등학생

  2. 여자가

  3. 겨울에

  4. 혼자서

  5. 인천부터 부산까지

  6. 걸어간다고???????? (컬쳐쇼크)

 

위 이유만으로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솔직히 못 하겠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담담히 끝낸 게 아니라,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거의 기어서 왔기 때문이다. (창피함.) 내가 이 조건들을 얘기한 이유는, 내 도보종주의 특징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남녀차별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여자인 만큼 '위험하지 않아?'라는 질문도 많이 들었고, 또 방귀신처럼 굴러다니며 살다 보니 운동을 많이 하는 성인남성들보다 체력 등 신체조건도 많이 불리했다.

 

내 도보종주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였다. 시골길엔 정말 아무도, 그 아무도 없었고 또 운이 좋아 18일간 변태 한 명 만난 것 빼고는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 하지만 혹시나 위험한 일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해가 지기 전에 숙소를 정하고 들어가야 했다. 겨울엔 정말 딱 6시만 되면 해가 진다. 시골길엔 가로등도 귀하다. 3시에 저쪽으로 넘어가며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하는 해를 보면 초조해져서 그때부터 통증이고 뭐고 다 잊고 걷곤 했다. 그래서 일정을 정할 때 숙소를 최종 목적지로 두고 정했다. 또 일반 민가에서 숙박을 부탁할 경우에도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으므로,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야 했는데, 모텔이나 여관, 민박은 보통 하룻밤 자는 데 3~4만원이었다. 애시당초 21일 일정을 잡았는데 하루에 자는 데만 3만원을 쓰면 숙박비만 63만원. 학생인 나에게는 무진장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찜질방에서 자고, 찜질방이 없는 작은 마을일 경우에만 모텔이나 여관을 이용했다.

 

국토종주를 준비하는 데 네가지 단계를 거쳤다.


1. 인증수첩과 지도 구매
www.riverguide.go.kr 또는 인증센터에서 인증수첩을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지도는 1,000원인데, 꼭 필요하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애매한 숙소정보가 화를 돋구긴 하지만, 그래도 근처 역, 큰 마을, 숙박시설(모텔) 정보가 잘 나와 있고, 또 인증센터 중심으로 거리가 끊어져 있지 않아 도보 일정을 세우기에도 적절하다. 어디를 찍어야 국토종주 인증이 되는지도 나와 있다(안동댐, 충주댐 등은 제외됨). 연휴 안 끼고 인터넷에서 사면 이틀이면 오는 것 같다.


2. 숙소와 일정 결정
앞서 말했듯이 나의 하루 목표량을 정하는 기준은 숙소였다. 찜질방 > 민박 > 여관 > 모텔 순서로 선호했는데, 찜질방은 일단 하루 만원을 넘는 곳이 없었고, 민박과 여관은 가격이 비슷하지만 민박은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어 따져 보면 훨씬 이득이다. 모텔은 시설이 깨끗하지만 똑같은 속옷을 며칠씩 입는 나에게는 그런 깨끗한 시설이 필요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모텔에서 잤다.

 

아빠곰님은 하루 40km정도를 걸으셨고, bunker7님은 하루 50km 남짓 걸으셨다. 이런 굉장히 대단하신 분들을 따라갔다가는 큰일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지고 저질체력이 대단하신 분 따라가면 발이 아작난다. 나도 처음에는 하루 40km를 걸어갈 요량으로 시작했지만, 그 최후는 너무 슬퍼 말하고 싶지 않다. 친구들이 평범한 운동화를 신고 30km 가까이 걸었다가 다음날 못 걸었다고 한다. 나는 걷다 보니 요령이 생겨서 하루 30km~40km 정도를 걸었고, 최소 28km 최대 47km를 걸었다. 하루 30~40km가 무난한 것 같다. 40을 넘기면 걷다가 해가 지거나,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자신의 적정량을 알아보고 싶다면,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에 아라서해갑문 ~ 팔당대교까지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구간은 주변에 항상 역이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팔당대교까지는 집에서 왔다갔다하며 걷는 것이 좋다. 지쳐죽을 것 같아도 조금만 가면 역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한계치를 체크해 보기 좋다. 아라서해갑문~팔당대교까지는 총 77km이다. 나는 사흘 걸렸다(사흘째에는 아침에 팔당대교에 도착했고 좀 더 갔다).

나의 일정과 숙소정보는 아래에 적어놓을게용.


3. 주변 사람들에게 허락받기

길가다 죽어서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자. 물론 허락 안 해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이 그런 무모한 짓을 계획할 때는 말리는 게 도리다. 설득하거나 도망치자. 이전 글에 나의 설득 및 가출 내용을 적었다. 절대 내가 여러분의 가출을 조장한 것은 아닙니다.

 

4. 준비물 챙기기

1) 앱 설치
여행갈 때 스마트폰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나도 여행가서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짓은 하지 않지만, 도보종주에는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길을 잃었을 때 현재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네 시간 동안 사람은커녕 고라니도 볼 수 없는 길이 꽤 많다), 가까운 사람에게 수시로 나의 위치를 보고할 수 있으며, 경로를 파악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또 비상시에 스마트폰 없으면 연락이 안 된다. 설치해 가서 이득 본 앱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전국콜택시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도보종주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부상을 당했다던가 체력이 고갈되었다던가 하는 응급 상황에서는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콜택시 앱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지역별로 잘 나와 있는 앱을 하나 설치해 가면 한 번은 쓴다.

 

(2) 네이버지도
다음지도도 비슷한 기능이 있는 것 같은데, 두 가지 기능을 주로 사용했다. 일단 길찾기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거리와 시간, 경로를 알려준다.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어서 내가 갈 길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정말 만족스러웠다. 도착 후에 부산역 가는 대중교통도 알려줬다.

 

또 현재위치 파악도 가능하다. 여기가 시방 어디여 싶을 때 켜서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GPS 켜 두면 배터리가 정말 빨리 닳는다. 찜질방에서 자면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도 여의치 않으므로 나는 위치파악과 길찾기 할 때 빼고는 핸드폰 절전모드, GPS off, 3g off 상태였다.

 

사실 핸드폰에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지도앱으로 구글지도가 있는데, 좀 부정확하기도 하고 건물이름같은 것이 잘 안 나온다. 예전에 동대문 두타를 찾아가는데 알려주는 대로 갔더니 홍등가와 마주치기도 했고, 남산 가는 경로 검색해 따라갔는데 다른 쉬운 길 놔두고 구두신고 등산했던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정 잘 아는 네이버(또는 다음) 지도앱이 짱인 것 같다.

 

(3) 자전거행복나눔
인증부스마다 자전거행복나눔 앱으로 인증받으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그런데 그 QR코드 인식이 잘 안 된다고 해서 실제로 인증받아 본 적은 없다. 이 앱이 유용한 이유는 내가 이상한 길로 가는지 맞는 길로 가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도시마다 다른데, 표지판이 유난히 없는 도시가 있다. 이런 도시에서는 내가 맞는 길로 가는지 틀린 길로 가는지 자주 헷갈린다. GPS와 3g를 켜고 이 앱을 실행하면 (이때까지만 해도 lte를 못 써봤다. 삼성 들어오자 마자 최신폰으로 바꿨다ㅋㅋㅋ) 현재 위치와 자전거길을 표시해 준다.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나 싶을 때는 에이, 맞겠지 하지 말고 꼭!!! 꼬옥꼭!!!!!!!!!!! 이 앱으로 확인해 보길 바란다. 1km 2km 더 돌아가는 것이 체력에는 큰 타격을 준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자전거를 위에서 본 모양인 것 같은데, 나의 현재 위치다. 빨간색 또는 파란색 길이 맞는 경로다. 보시다시피 촉을 믿고 가면 경로를 벗어납니다. 가끔 경로가 안 뜨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떄는 위에 자전거길을 누르고, 해당하는 자전거길 선택해서 확대해보면 된다. 숙소정보(역시 모텔과 여관만)와 화장실, 식당 정보도 가끔 알려준다.

 

(4) 손전등
일단 다이소에서 손전등을 구입해 가긴 했는데, 꺼내기 번거롭고 그다지 밝지 않아서 이 앱만 사용했다. 해 지고도 걸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마을이 안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야간행군이다. 나는 가로등이 없는 마을이 있는 줄 몰랐다. 심지어 낙단보에서는 인증센터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껐는지 아니면 비수기 절전의식이 뛰어난지, 그 많은 가로등이 다 꺼져 있어서 무서워서 다리가 다 떨리더랬다. 평소엔 안 쓰는데 있으면 편하다.

 

(5) N드라이브
유럽여행 갔다가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해서 사진을 몽땅 잃어버렸다는 사례는 익히 들을 수 있다. 자동백업 해두면 좋다. 이렇게 네이버 앱 많이 홍보하면 상주나?ㅋㅋㅋㅋㅋㅋㅋ 그럴 리가 없다. 나는 데이터가 무제한이 아니라서 걷는 동안은 자동백업을 못 했는데(단 한 번도 와이파이존을 만나지 못했다), 데이터가 무제한인 분들은 하루에 한번씩 사진 업데이트하면 좋을 것 같다. 친한 사람에게 N드라이브 아이디를 알려주고 가면 혹시나 실종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

 

(6) 카메라
웬만하면 화질 좋은 카메라 앱으로 설치해 가는 게 좋다. 데세랄 등의 무거운 카메라는 비추다. 물론 없지만(...) 만일 있었다고 하더래도 내 가방에 그 무거운 카메라까지 챙겨갔더라면 길 가다가 실신했을듯. 꺼내 찍기도 번거롭다. 무음 카메라도 있으면 나름 유용하다.

 

(7) 메모
일지를 쓸 마음이 있다면, 나중에는 생각이 안 나므로 길 가면서 그때그때 기록해 놓기 좋다. 숙소정보, 식당정보 등은 꼭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인터넷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주세요ㅠㅠㅠㅠ 길 위에서는 절실함.

 

(8) 카카오톡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서 좋다. 한 사람 정해놓고 한시간에 한 번 꼴로 자신의 위치정보를 전송해서 위험한 일 당했을 때 빠른 신고와 위치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보냈다. 위치 정보 받아주고 안 오면 독촉해줘서 땡큐땡큐.

 

(9) 인터넷
그때그때 숙소정보 검색하기에 그만이다. 미리 알아가면 좋지만 그래도 항상 필요하다.
 

2) 준비물 챙기기
가져가려고 잔뜩 쌓아봤는데,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 걷다 보면 발만큼 어깨도 아프다. 가방은 최대한 작은 걸로 가져가야 어깨를 지킬 수 있다.

 

∨ 간식거리 : 달고, 안 부서지거나 부서져도 먹을만하고, 소포장되어 있는 걸 사는 게 좋다. 힘들면 '당 딸린다'. 짠 과자는 생각 안 난다. 겨울엔 숙식업소가 거의 문을 닫아서 밥 대신으로 먹어야 할 때도 많다. 아침에 빵이나 김밥을 사서 들고 다니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쨌든 힘들 때마다 먹어야 하므로 과자를 챙겨가야 한다. 추천하는 과자는 카스타드, 붕어빵과자, 초코바, 참ing, 빅파이, 킨더초콜렛(완전 추천), 찰떡파이 등.
∨ 로션 : 은 안 챙겨가도 된다. 워낙 타잔처럼 생활해서 생각도 안 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목욕탕과 여관에는 로션이 있다(남성용이지만).
∨ 마스크 : 추울 때. 하지만 안경을 쓰고가서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참고로 제일 못생겨 보이게 하고 가는 것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함.
∨ 맨소래담 : 마법의 근육통약. 하지만 이것도 내성이 생기는지 나중에는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저녁마다 일일의식처럼 발과 다리에 발랐음.
∨ 목도리 : 없으면 큰일날 뻔했다. 따뜻하다. 더울 때는 가방에 걸치고 다니면 된다. 단점은 풀씨가 엄청 붙는다. 매일 밤 풀씨 떼느라 10분씩 씀.
∨ 물 : 추우면 하루에 세 모금도 안 마시는데 더우면 한 병도 마신다. 작은 병이 가벼워서 좋지만 마실 때 아깝다. 개인적으로 보리차나 옥수수수염차 같은 걸 좋아해서 그것만 사 마셨는데, 물통 들고 다니면서 식당에서 뜨거나 티백을 가져가서 우려 마셔도 될 듯.
∨ 물티슈 :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하지 하면서 빼고 가려고 했는데, 나중엔 완전 유용했다. 걸레, 휴지, 손수건 대용.
∨ 밴드 : 물집이 생기려고 하면 붙이고 걸어야 한다. 중간에 많이 챙겨올걸 하고 후회했다.
∨ 보조배터리 : 소셜커머스에서 구매한 1800mA짜리를 들고갔는데, 배터리팩 상태가 메롱이라 유용하게 썼다.
∨ 비닐봉지 : 몇 개 챙겨가면 의외로 유용하다. 빨래 담을 때, 쓰레기 담을 때, 도시락 가방에 달고갈 때 등등.
∨ 빗 : 딱히 필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용량을 별로 안 차지해서 챙겨가봄.
∨ 빨래집게 : 빨래해서 안 마르면 가방에 널고 걸으려고 가져갔는데, 필요 없었다. 그냥 똑같은 거 며칠씩 입고 신으면 된다.
∨ 삼각대 : 코알라포드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다리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는 삼각대인데 진짜 요~물. 혼자 다니면 사진 찍기가 어려운데 얘 덕분에 내 사진도 많이 찍었다. 어디든지 설치할 수 있고 가벼워서 휴대가 쉽다. 꺼내기 번거로워서 처음엔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나중엔 항상 들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스마트폰 고정해서 찍었다.
∨ 세면도구 : 샴푸, 바디클렌저, 폼클렌저, 칫솔치약 정도가 될 텐데, 제일 불필요한 것 같다. 숙박을 하면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잘 텐데, 여관에는 샴푸와 비누가 있고, 찜질방에서는 있는 곳이 있거나 아니면 사서 쓸 수 있다. 가져가려면 일회용 샴푸를 사 가면 좋을 듯. 나는 샴푸 작은 통, 폼클렌저, 칫솔치약을 챙겨가서 비누 없는 곳에서는 폼클렌저나 샴푸로 샤워했다ㅋㅋㅋㅋㅋㅋ 샴푸가 은근히 무거웠다.
∨ 속옷 : 은근히 용량을 많이 차지해서 몇 개만 챙겨갔다. 여성용품을 활용하면 며칠씩 입어도 안 찝찝하다(....).
∨ 손전등 : 다이소에서 사갔지만 스마트폰 손전등을 사용해서 별로 필요는 없었다.
∨ 썬크림 : 꼭 챙겨가서 바르세요ㅋㅋㅋㅋㅋㅋㅋ 귀찮아서 안 발랐더니 코만 탔음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코만 까매요ㅋㅋㅋㅋㅋㅋ
∨ 양말 : 꼭 꼮꼬꼬ㅗ꼬꼬ㅗㄲ곡 등산양말. 푹신푹신한 걸 신을 것. 물집 생기고 발 아파요.
∨ 여성용품 : 이하생략 @"@ 속옷 오래 입으려고 챙겨감.
∨ 우비 : 이것도 꼭 필요. 우산보다 가벼워서 눈비올 때 사용. 많이 오면 무용지물이지만...
∨ 인증수첩 및 지도 : 인증수첩과 지도를 잊지말고 챙겨갑시다. 인증수첩에 사진도 붙이고...
∨ 일기장 : 챙겨갔지만 안 썼다. 스마트폰에 기록했음.
∨ 장갑 : 스마트폰 터치장갑. 다이소에서 2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보온성이 대박이다. 꼭 장갑 챙겨가길. 없으면 목장갑이라도...?ㅋㅋㅋㅋ
∨ 충전기 : 스마트폰 충전기. 두 개 사갔다.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할 수 있고, 중간에 한 개 망가져서 유용하게 썼음.
∨ 칼 : 과도를 사서 오른쪽 주머니에 항상 휴대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쓰려고ㅋㅋㅋㅋㅋ 다행히 쓸 일 없었다. 힘들 때 손잡이를 꼭 쥐면서 힘을 냈다.
∨ 테이핑 : 한개 8천원으로 좀 비싸고, 테이핑 방법을 모르지만 그래도 유용했다. 걸을 때 자꾸 쓸리거나 아픈 곳은 물집이 생기니까 테이핑으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했고, 통증이 있는 곳도 붕대처럼 싸매서 조금 덜 아프게 했다.
∨ 파스 : 이것도 넉넉하게 챙겨가면 좋았을 뻔 했다. 무리한 날 발바닥이나 무릎에 붙이고 잤음.
∨ 포스트잇 : 그냥 챙겨가면 괜찮을 것 같다. 필기하려고.
∨ 필기도구 : 볼펜 두 개 정도는 필수.
∨ 현금 : 카드 안 되는 곳도 있고, 이틀동안 은행 한 개를 못 만날 수도 있으니 넉넉하게 뽑아가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좋다. 카드가 되는 곳에서는 웬만하면 카드로.
∨ 휴지 : 여행용티슈로. 하지만 물티슈가 좀 더 좋았다.
∨ 흰티 : 이것도 며칠씩 입어야 된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까.
 

3) 옷과 신발
겨울 종주 간다면, 그냥 집에 있는 안입는 옷 다 챙겨입고 가는 게 좋다. 내복도 입고 얇은 옷도 많이 껴입고. 잠바는 주머니가 많고 모자가 달린 게 좋다(없으면 귀마개). 양말은 꼭 등산양말, 신발은 꼭 워킹화. 신발은 몇 번 신어서 발에 길들이기. 발에 안 맞는 신발을 신으면 물집이 생긴다. 나는 대충 출발하느라고 집에 있는 워킹화 아무거나 신고 갔는데, 그 때문에 물집이 생겨서 종주가 끝나고도 약 두 달을 물집 짜는 데 보내야 했다.
 

** 나의 숙소와 일정 **

4km/h 정도로 걸었음. 거리는 네이버 지도앱 길찾기로 검색한 대략적인 거리입니당.

1일차 : 아라서해갑문 ~ 선유도역 (30km. 집에서 잠)

2일차 : 선유도역 ~ 암사역 (26km. 집에서 잠)

3일차 : 암사역 ~ 양수역 (27km. 집에서 잠)

4일차 : 오빈역 ~ 여주시청 (33km. 여주시에는 찜질방 없음. 여주시청 근처 카라장여관에서 잠. 3만원.)

5일차 : 여주시청 ~ 충주 능암온천 (36km. 호텔유앤스파. 찜질방 만원. 작음. 관광호텔 4만원. 동네 아주머니께서 주변에 8천원 하는 찜질방 있다고 하심)

6일차 : 능암온천 ~ 충주 탄금대 (30km. 충주스파렉스 찜질방. 6~7천원. 충주역 근처라 식당도 많음)

7일차 : 탄금대 ~ 수안보온천 (25km. 수안보온천랜드. 만원인데 소셜커머스에서 쿠폰 구매해가서 오천원에 잤음. 관광호텔 많고 식당도 많음)

8일차 : 수안보온천 ~ 문경온천 (27km. 문경종합온천. 8천원. 주변에 모텔 많음. 찜질방 내 식당 있음.)

9일차 : 문경온천 ~ 점촌역 (25km. 문경건강랜드. 7~8천원. 점촌역 근처가 완전 번화가. 식당과 숙박시설 많음.)

10일차 : 점촌역 ~ 낙단보 (47km. 상주보 자전거민박. 3만원이고 조식과 석식 제공, 픽업해줌. 그 외 숙식가능한 곳 없는듯)

11일차 : 구미보 ~ 칠곡보 (36km. 왜관온천웰스파 만원. 칠곡보에서 3km 더 가면 왜관역이고 번화가. 구미보에 숙박할 곳 없는 줄 알았는데 구미보에 찜질방 있음.)

12일차 : 칠곡보 ~ 강정고령보 (25km. 강정고령보에서 더 걸어가서 달성군 휴림원. 7천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식당이 엄청 많진 않음. 좀 더 걸어가면 있을듯.)

13일차 : 강정고령보 ~ 현풍터미널 (27km. 엘레강스모텔 4만원. 현풍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 작은 동네임. 목욕탕 있지만 찜질방 아님. 모텔 3개 있음. 차라리 달성보에서 민박하는 것 추천. 내가 갔을 때는 3개 민박이 다 쉬어서 어쩔 수 없이 모텔.)

14일차 : 현풍터미널 ~ 적포교 (30km. 적교장 3만원. 건너편에 여관 한개 더 있고 식당도 두세개 있음.)

15일차 : 적포교~ 남지철교 (35km. cf모텔 3만5천원. 인터넷 되는 특실 4만원. 찜질방 없고 모텔 많은데 술집 있는 거리임. 조금 걸어가면 남지읍사무소 주변에 식당 좀 있음.)

16일차 : 남지철교 ~ 삼랑진읍 (47km. 낙동강역 근처 낙동장여관. 2만5천원. 삼랑진읍에도 여관 있으나 자전거길과 거리가 좀 있음.)

17일차 : 삼랑진읍 ~ 구포역 (35km. 스파캐슬 8천원. 구포역 근처 완전 번화가. 부산 들어오자마자 아파트단지 있고 식당, 모텔 많음.)

18일차 : 구포역 ~ 낙동강하굿둑 (12km. 버스타고 하단역 가서 하단역에서 전철타고 부산역. 설 전날이라 기차가 없어 바로 올라옴.)

 
일부 숙박업소에서 생일이 안 지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숙박이 안된다며 나를 내보내려고 하셨다. 미성년자는 만 19세가 되는 생일날 벗게 되는 이름이 맞지만, 음주, 흡연, 숙박업소에서 자는 것은 청소년보호법에 의해서 금지되어 있고, 청소년보호법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에 해제된다. 따라서 생일이 지나지 않아도 찜질방, 여관 등에서 잘 수 있음. (회식 때 술도 마실 수 있음..)

 

                                                                                                                                                                  - 하나래 사원 /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