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
( Mendelssohn, Symphony No. 4 in A major op. 90 'Italian' )

음악사에 길이 남는 명곡들 중에는 여행을 통해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꽤 있다. 도시나 나라의 이름이 부제로 붙은 작품들은 대부분 작곡가의 여행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은데,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도 작곡가의 이탈리아 여행으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멘델스존은 여행을 좋아했던 음악가였다. 집안 환경도 부유해서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었기에 그는 일생동안 세계 각지의 많은 곳에 가볼 수 있었다. 멘델스존이 특히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은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였다고 하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탈리아 교향곡] 역시 멘델스존이 로마에 머물고 있을 당시에 착수된 작품이다. 멘델스존이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멘델스존이 이탈리아에 얼마나 매혹돼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새로운 힘을 얻어 작곡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교향곡]의 많은 부분 작곡이 완성되었는데, 아마 이 작품은 내가 작곡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성숙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밝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찬란함
영감에 가득 찬 상태에서 작곡된 [이탈리아 교향곡]은 멘델스존의 성숙기 교향곡들 중 네 번째로 출판되어 ‘제4번’이란 번호를 얻게 되었으나 작곡 순서로는 세 번째다. 멘델스존의 성숙기 교향곡 다섯 곡 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교향곡]은 1833년 5월 13일에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런던에서 이탈리아 교향곡이 초연될 당시에도 영국 언론으로부터 “영감이 번뜩이는 찬란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밝고 찬란하게 시작하는 1악장의 도입부와 13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의 춤 ‘살타렐로’의 리듬이 소용돌이치는 4악장을 들으면 절로 이탈리아의 밝은 태양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정작 멘델스존 자신은 이탈리아의 음악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밝고 논리성이 부족한 이탈리아 음악이 그의 성향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는 이탈리아 음악가들이 하이든이나 베토벤 등 독일 관현악 명곡들을 별로 연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스러워했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연습하며 독일 음악을 이탈리아에 전파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음악이 너무 어렵다는 단원들의 불평뿐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독일 음악을 어렵게 생각했고 멘델스존은 이탈리아의 음악이 잡다하다 느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이 걸작 [이탈리아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경치와 찬란한 날씨 덕분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탈리아의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폐허나 경치, 그리고 자연의 화려함 속에서 음악을 찾아냈다”

멘델스존 특유의 화창함과 활기로 가득한 교향곡
느린 서주 없이 곧바로 빠르고 화려한 음악으로 시작하는 [이탈리아 교향곡]의 1악장은 환한 태양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대개의 교향곡 1악장이 4분의 4박자나 4분의 2박자로 된 것과는 달리 이 곡은 빠른 8분의 6박자로 돼있어서 마치 춤곡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의 분위기와 닮았다. 베토벤 역시 그의 [교향곡 7번]의 1악장을 8분의 6박자로 설정하고 경쾌한 리듬감을 강조해 마치 영국의 옛 시골 춤곡인 ‘지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멘델스존도 [이탈리아 교향곡] 1악장에서 교향곡이 춤곡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멘델스존이 [이탈리아 교향곡]에서 1악장에서 선보인 춤은 베토벤의 음악보다는 좀 더 빠르고 발랄하며 멘델스존 음악 특유의 화창함과 활기로 가득하다.

2악장은 영국 초연당시 당시에도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독특한 점이 많다. 이 곡은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처럼 느린 행진곡 풍이지만 그 느낌이 마치 찬송가 같아서 엄숙한 종교의식을 연상시킨다. 작곡가 모셀레스에 의하면 이 선율은 집시의 순례의 노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순례자의 행진곡과도 같은 이 선율은 오보에와 바순, 비올라로 연주하게 되어있는데, 특이한 악기 배합으로 고풍스런 선율에는 이국적인 색채마저 느껴진다.

[이탈리아 교향곡]의 2, 3, 4악장은 후에 개정이 됐기 때문에 두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멘델스존은 1833년에 이탈리아 교향곡을 완성하고 런던에서 초연한 후에, 갑자기 이 작품이 완벽하지 않다고 느꼈는지 이듬해인 1834년에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이때 그는 2악장과 3악장, 4악장을 수정했다. 그 때문에 이탈리아 교향곡의 2, 3, 4악장은 1833년의 오리지널 판본뿐 아니라 1834년의 개정판의 악보도 전해지고 있다. 개정판을 들어보면 독일적인 진지함이 더 강하게 느껴져 흥미롭다. 멘델스존은 본래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경치와 이국적인 매력에 영감을 받아 이탈리아 교향곡을 밝게 작곡했으나 교향곡 초연 후에는 좀 더 독일적인 진지함을 가미해 작곡가 자신의 개성을 더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3악장에서 멘델스존은 스케르초인지 미뉴에트도 아닌 애매모호한 음악을 제시한다. 3악장은 보통 빠르기의 미뉴에트나 빠른 스케르초로 작곡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멘델스존은 [이탈리아 교향곡] 3악장에서 스케르초도 미뉴에트도 아닌 어중간한 템포로 유연한 멜로디를 선보이며 낭만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트리오’라고 불리는 중간부분에서는 호른이 경쾌한 리듬을 선보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를 전해준다.

4악장은 멘델스존이 작곡한 음악 중에서는 꽤 격하고 긴박감에 넘치는 음악이다. 멘델스존의 작품들은 대개 지나치게 극단으로 흐르는 일이 드문데 [이탈리아 교향곡] 4악장에서만큼은 ‘리듬의 신격화’라고 불리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의 격렬함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멘델스존은 4악장 악보에 ‘살타렐로’라고 적어놓았는데, 이것은 13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추던 빠른 춤곡이다. 살타렐로는 공중으로 빠르게 도약하면서 추는 춤이니만큼, [이탈리아 교향곡] 4악장 앞부분을 들어보면 사람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는 느낌이 든다.
                                                                                                           -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  [네이버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