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나무꾼이 살았는데, 매일 산에 올라 나무를 베는 일만 반복하다 보니 삶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나 다름없이 산으로 오르던 길에 그는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새는 은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꾼은 기뻐하면서 소리쳤다. "아,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새는 처음이야!"

그는 은빛 새를 집으로 데리고 와 정성스럽게 보살펴주었다. 새는 나무꾼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를 위해
매일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제 나무꾼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웠다.
 
한 이웃이 우연히 나무꾼의 은빛 새를 보게 되었다.  이웃집 사람은 그에게 "나는 금빛 새를 본 적이 있어요.
금빛 새는 은빛 새보다 수천 배는 더 아름답고, 노래도 훨씬 더 잘 불러요." 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나무꾼의 머릿속에는 금빛 새가 떠나지 않았고, 그는 더 이상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나무꾼은 문 밖에 앉아 황금색의 석양을 멍하니 바라보며, '금빛새는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공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몸이 다 나아 떠날 채비를 마친 은빛 새가 그에게 다가와 마지막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무꾼은 노래를 들은 후 말했다.
"네 노래도 좋지만, 금빛 새만은 못할거야. 너의 깃털도 아름답지만 금빛 새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

은빛 새는 아름다운 노래를 다 부른 후 황금색 석양이 물든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저 멀리 날아가는 은빛 새를
지켜보던 나무꾼은 은빛 새가 갑자기 아름다운 금빛 새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그토록 바라고 동경하던
금빛 새는 석양을 받은 은빛 새였던 것이다. 은빛 새는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저 먼 곳으로 훨훨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늘 눈앞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항상 눈앞의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자꾸
멀리서만 찾으려고 한다. 살다보면 오히려 늘 가까이에 있고,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 소홀해진다.
밥 먹었냐고 챙겨주시는 부모님의 말씀에 툴툴거리고, 잘 지내냐고 물어오는 친구의 말에 성의 없게 대답한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져 있을 때는 모르다가, 빈자리가 되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서른, 기본을 탐하라> 류가와 미카 외 지음, 21세기북스, p.4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