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 교향곡 8번 '미완성'

워낙 ‘미완성’이란 제목이 유명해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작품은 이 곡이 유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가 1818년 이후에 작곡한 곡 가운데는 미완성작이 적지 않다. 또 교향곡의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미완성으로 완성’된 곡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그런데 왜 유독 이 곡만이 ‘미완성’이라는 표제가 붙은 채 누구나 사랑하는 명곡이 되었을까?
 

■ 풀리지 않는 ‘미완성’의 비밀
이 곡은 1822년 10월 22일 슈베르트가 작곡에 착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관현악 총보를 만드는 작업을 가리키는 것이며,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피아노 스케치는 그 이전 시기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슈베르트는 1악장과 2악장을 작곡하고 나서 3악장 작곡을 시작했으나, 20마디까지만 관현악 편성 작업을 한 채 일단 작곡을 중단했다. 그 뒤 1823년 4월에 그라츠(gratz)의 음악협회 회원으로 추천받은 슈베르트는 이를 수락한 뒤 감사의 뜻으로 교향곡 하나를 헌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슈베르트의 친구이자 음악협회 대표였던 안젤름 휘텐브레너는 나머지 두 악장의 악보가 마저 도착하기를 기다렸으나, 결국 악보는 오지 않았고 이 일은 그대로 흐지부지되었다. 그 뒤 지휘자인 요한 헬베크가 이 곡을 발견해 초연한 것은 1865년 12월 17일의 일이었으니, 이 교향곡은 40여 년 동안 그대로 잠자고 있었던 셈이다.

 

이 작품이 끝내 미완성으로 남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이 있다. 일단 갈수록 악화된 슈베르트의 병(1820~1821년 사이에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을 근거로 드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슈베르트가 1828년에 사망할 때까지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워낙 다작의 작곡가였던 데다 건망증까지 심했던 슈베르트가 그냥 잊어버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1, 2악장 모두 3박자 계통이기 때문에 역시 3박자로 구성한 3악장 스케르초의 악상을 제대로 전개해 나가는데 애를 먹었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의견이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없다.

 

결국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기 전에는 ‘진실은 저 너머에’가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한 여러 음악가가 스케르초 악상의 피아노 스케치를 관현악화했고, 영국의 음악학자인 에이브러햄과 뉴불드는 3악장 스케르초의 완성본에 더해 슈베르트의 극부수음악 [로자문데]의 간주곡을 4악장으로 대체해 ‘완성본’을 제시하기도 했다([로자문데]는 1923년 말에 작곡되어 시기상으로도 근접하며 기본 조성도 B단조로 같다). 러시아 작곡가 안톤 사프로노프처럼 아예 새로운 피날레를 작곡해버린 이도 있다. 그것 나름대로 좋은 시도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미완성’은 ‘미완성’이고, 이 작품은 미완성 상태만으로도 완전한 걸작으로 칭송받고 있다.
 

▶ 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B단조, 3/4박자
소나타 형식을 취하면서도 악상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독특한 형식의 악장이다. 엄숙한 느낌의 서주 주제가 제시된 뒤 처연하게 노래하는 느낌의 유명한 1주제(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이 주제가 흘러나온다)가 등장한다. 이어 민요풍의 2주제가 G장조로 연주되며, 발전부에서는 세 주제가 함께 발전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다. 재현부 말미에서 첫부분 주제가 짧게 연주되면서 침통한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 2악장 - 안단테 콘 모토, E장조, 3/8박자
2부 형식으로, 달리 말하자면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이라 할 수 있다. 호른에 이끌려 등장하는 바이올린의 1주제는 1악장 서주 주제와 연관성이 있어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되풀이된다. 오보에가 처음 제시하고 클라리넷이 받아 연주하는 2주제는 목가적인 느낌을 띠고 있으며, 이 주제가 잠시 격정적으로 전개된 뒤 전반부의 악상이 약간 변형된 형태로 되풀이된다. 2주제부의 전개가 확장되어 거대하게 전개된 뒤 여운을 남기며 고요히 끝난다.

 

 

■ ‘미완성이되 미완성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고전
평생토록 슈베르트의 작품을 깊이 사랑했던 브람스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 곡은 양식적으로는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두 악장은 어느 것이나 내용이 충실하며, 그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기 때문에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 다정하게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슈베르트의 시대 이래로, 또 브람스의 시대 이래로 많은 세월이 흘렀고, 또 많은 교향곡들이 등장했지만, 브람스의 말은 아직도 그때와 똑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클래식’(고전)이 아니겠는가?


※ 글 황진규 /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