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에어리 대체자로 들여온 엘리트 뮤지션 데이비드 로젠탈

영국의 전설적인 하드 록, 헤비메탈 밴드 레인보우 (Rainbow) 에서 키보디스트를 맡으며 이름을 알린 돈 에어리 (Don Airey) 는 1981년 레인보우에서의 탈퇴를 선언하였다. 그래서 또 다시 레인보우는 다음 음악 작업을 위해 힘을 뭉치기 보다, 이렇게 공백이 생긴 포지션의 새 인물을 찾기 위해 인물검색에 몰두하는 등, 툭 하면 멤버가 바뀌는 레인보우의 변덕스러움은 여전하였다. 하지만 레인보우는 얼마 있지 않아 새로운 키보디스트를 영입하였다. 바로 그 사람은 ‘엘리트 뮤지션’ 데이비드 로젠탈 (David Rosenthal) 이었다.

데이비드 로젠탈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최고의 음대인 버클리 음악대학 (Berklee College Of Music) 학사 출신의 뮤지션이다. 주 포지션은 키보드이며, 작곡과 프로듀싱을 겸해서 할 수 있는 만능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로젠탈은 레인보우 가입에 수용하였으며, 심지어 레인보우 차기작의 작곡, 가사 만들기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이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새 키보디스트를 영입한 레인보우는 차기작 만들기에 주력하였다. 그들은 1981년 겨울에 녹음에 들어가, 그 다음 해인 1982년 상반기 즈음에 새 작품을 발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데이비드 로젠탈의 레인보우 시절 외의 경력 역시 화려하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빌리 조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그리고 신디 로퍼 등 세계적인 뮤지션, 엔터테이너들과 함께 작업한 경력이 있고, 또한 그래미 어워드에서 노미네이트 되는 등,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또 다시 고집스럽게 팝 록으로 칠해버린 리치 블랙모어

레인보우는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에 들어서는 이전부터 해오던 하드 록, 헤비메탈을 벗어던지고, 이렇게 팝 록 (Pop rock) 을 하는 록밴드로 장르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전임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와 함께 펼쳐나갔던 마니아적 취향의,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중세 유럽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하드 록, 헤비메탈에 지쳤는지 몰라도, 딥 퍼플 2기 시절 함께 하였던 로저 글로버와 레인보우에서 다시 조우한 이후부터는 완전히 사랑을 주제로 하는 팝송만 제작하였다.

게다가 그 당시 레인보우 현직 보컬 조 린 터너 (Joe Lynn Turner) 역시 정통 하드 록, 헤비메탈에 어울리는 보컬이라기보다는 딱 전형적인 1980년대 팝 록 밴드에서 예쁘장한 외모로 비주얼을 중요시여기는 그런 스타일이었기에, 레인보우의 음악은 변질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렇게 1982년 발매된 레인보우의 통산 7집이자 정규앨범 6집 Straight Between The Eyes는 오히려 이전작처럼 팝적인 요소를 넣되 레인보우의 자존심을 지킨 것과는 상반되게, 앨범 전체가 그저 팝 록에 입각한 애절한 사랑 노래 혹은 마초적인 성향으로 밀어붙이는 ‘그나마 조금 헤비한’ 팝 록일 뿐이었다.


리듬앤블루스와 팝 록을 섞은 전형적인 1980년대 음악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Straight Between The Eyes의 수록곡 중에서 1번 트랙 Death Alley Driver, 6번 트랙 Power, 8번 트랙 Rock Fever, 그리고 9번 트랙 Eyes Of Fire 외에는 과연 이 노래가 진정으로 록음악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록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실망감을 안겨다 주는 트랙들이다.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노래들이 레인보우가 만들어낸 최고의 하드 록, 헤비메탈은 또 아니다. 이전작 Difficult To Cure에서 들려진 Spotlight Kid라는 노래처럼 그저 마초적인 성향으로 남성적 파워를 표출하는 팝 록에 불과하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리치 블랙모어는 여성적인 외모를 지닌 미소년 보컬 조 린 터너의 예쁘장한 비주얼과, 그와 상반되게 파워풀한 성량을 지닌 그의 보컬 능력을 한데 섞어서 팬들에게 색다른 마초의 느낌을 주게 하려고 노래를 만든 것 같다.

그나마 이렇게 앞서 나열하였던 헤비한 노래들 외에는 죄다 1980년대 데이비드 커버데일을 중심으로 결성된 세계적 하드 록밴드 화이트스네이크 (Whitesnake) 가 표방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흑인음악 리듬앤블루스의 요소에다가 팝 록을 넣은,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유행하였던 그런 팝음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에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조 린 터너 같이 컬이 살아있는 장발의 미소년 보컬이 리듬앤블루스 보컬처럼 한 손을 허공에 짚어대며 그루브를 타고, 또 그런만큼 보컬 음색을 굉장히 블루지하게 뽑아내서 애절하게 곡조를 읊는 그런 스타일이라는 말이다. 또 이런 형태인만큼 레인보우는 Straight Between The Eyes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를 스토리가 함유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로 꾸며, 더욱 더 리듬앤블루스의 그것을 표방하였다.

1980년대는 알다시피 대중음악계에서 뮤직비디오라는 영상물이 가져다주는 파급 효과를 알아채고서는, 각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제작이 더욱 더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레인보우도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서 뮤직비디오 제작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자기네가 현재 하고 있는 음악, 그러니까 록음악계에서 한창 바람이 불고 있는 애절한 곡조의 리듬앤블루스를 차용한 팝 록이니까 응당 뮤직비디오도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조 린 터너를 중심으로 뮤직비디오 배우들을 섭외, 남녀간의 이별이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아주 전형적인 1980년대 팝 록 밴드의 형태를 띠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리치 블랙모어가, 이렇게 변질되었다는 것은 실망스런 부분이다.


Stone Cold와 Miss Mistreated 외에는 건질 게 없는

레인보우의 리더 리치 블랙모어가 대중 밀착형 정책을 펼치면 펼칠수록 우리들에게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왔다. 리치 블랙모어는 원래 그런 뮤지션이었다. 자기의 마음에 안 드는 멤버라면 그 즉시에 탈퇴를 지시 내리는 그런 단호한 뮤지션이었고, 누구보다도 중세 유럽 설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 때문에 판타지 세계를 그리는 웅장한 레인보우만의 하드 록, 헤비메탈이 많은 록 마니아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19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속주 기타에 있어서, 리치 블랙모어는 기타 장인답게 기타를 혹사시키다시피 연주하여 속주 기타의 예술성을 승화시켜, 수많은 기타 비르투오소 (Guitar Virtuoso) 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바로 이것이 “하드 록, 헤비메탈 3대 그룹” 딥 퍼플의 주인 리치 블랙모어의 진정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레인보우의 1982년작 Straight Between The Eyes에서 보여주었던 리치 블랙모어의 모습은 전혀 아니올시다. 자신의 음악적 자부심을 잃어버리고 팝 록으로만 앨범을 도배하다보니, 리치 블랙모어가 추구하는 고차원적 예술성이 점점 사라졌다. 또 그러다보니 리치 블랙모어가 지니고 있는 음악성은 땅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힘을 잃은 리치 블랙모어에게 있어서, 서두에 밝힌 바 있는 엘리트 뮤지션 데이비드 로젠탈이 레인보우에 가세해봤자 뭐가 달라지겠는가. 팀의 리더이자 유람선의 선장이 바닥으로 추락하는데 말이다.

그나마 Straight Between The Eyes 앨범 중에서 리듬앤블루스의 애절한 곡조를 잘 담아낸 노래 Stone Cold, 그리고 딥 퍼플 3기 시절 데이비드 커버데일이 불러 화제를 일으킨 노래 Mistreated를 레인보우에 와서 리치 블랙모어와 데이비드 로젠탈이 다시 편곡하여 재탄생시킨 Miss Mistreated라는 노래는 들어줄 만 하다. 이외의 트랙들은 오히려 이전작인 팝 록 앨범 Difficult To Cure나 Down To Earth보다도 못하다. 이때부터 레인보우는 점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레인보우 생활에 지쳐버린 리치 블랙모어는 사태를 수습하지도 못하는 나약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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