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딥 퍼플 2기의 출발

영국의 전설적인 하드 록, 헤비메탈 밴드 딥 퍼플 (Deep Purple) 의 출발은 어찌 보면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하였던 2기 시절 (Mk 2) 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보여진다. 딥 퍼플은 원년멤버인 보컬 로드 에번스와 베이스 닉 심퍼를 모두 경질하고, 그 자리에 영국의 록그룹 에피소드 식스 (Episode Six) 출신의 이언 길런 (Ian Gillan) 과 로저 글로버 (Roger Glover) 를 영입하여 딥 퍼플 2기가 완성되었다. 이언 길런과 로저 글로버는 어떻게 보면 딥 퍼플이 찾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말할 수 있겠고, 바로 그것은 딥 퍼플 2기가 창단된 이후부터 이들이 정상을 쉬이 내놓지 않고 굳건히 최강자로서 자리매김 하였던 그것으로 방증이 된다.

이렇게 딥 퍼플 2기가 결성된 후 처음으로 가졌던 아트워크는 그 유명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라는 라이브 앨범에서부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국 왕립음악원 출신으로서 딥 퍼플의 주도권을 강하게 쥐고 있던 키보디스트 존 로드가 딥 퍼플의 영향력을 좌지우지 하였기 때문에, 그의 클래식적 음악 접근에 의해 딥 퍼플 전체의 움직임 역시 존 로드의 생각과 계획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존 로드의 지휘 아래 딥 퍼플 2기는 초반부에서 이런 식으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아직까지는 클래식적 음악 접근을 하는 존 로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리치 블랙모어는 2인자 역할에서 머물렀다.

그렇지만 딥 퍼플 2기의 주도권 싸움은 존 로드에서 자연스럽게 리치 블랙모어로 이전되는 그런 양상이었다. 이 글에서 소개될 딥 퍼플 2기의 통산 다섯 번째 앨범이자 2기 멤버들의 첫 번째 앨범인 In Rock에서부터, 리치 블랙모어가 맡는 기타 파트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가 있으며, 또 그만큼 기타 드라이빙에 많이 의존하는 헤비한 록음악들이 이 앨범에 많이 수록되어 있기에, 그런 레코딩 하나만으로도 리치 블랙모어가 존 로드의 정상 자리를 점점 빼앗아 오고 있는 모습을 두 눈과 두 귀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게 리치 블랙모어의 헤비한 기타 파트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하드 록, 헤비메탈 역사에 길이 남을 ‘Master Of Rock' 딥 퍼플 2기가 화려한 막을 올리게 되었다.


‘헤비메탈의 대통령’ 딥 퍼플 2기

딥 퍼플의 다섯 번째 앨범 In Rock의 앨범 표지는 잘 알다시피 미국 사우스다코타 (South Dakota) 주에 위치하고 있는 러시모어산 (Mount Rushmore) 의 장관을 딥 퍼플 스타일로 꾸며서 재미나게 표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러시모어산엔 조지 워싱턴, 그리고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등 미국의 주요 대통령들의 얼굴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 딥 퍼플 5명 멤버들의 얼굴이 마치 이렇게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을 바위에 새기듯이 앨범 표지를 꾸며서,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하드 록, 헤비메탈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딥 퍼플 2기의 그런 위상이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 등을 러시모어산 패러디를 통해서 나타나지는 게 아닐까 한다. 이렇듯 러시모어산을 재미나게 패러디한 것부터 세간의 화제를 모은 1970년작 딥 퍼플 통산 5집 In Rock은, 겉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로 ‘헤비메탈의 대통령’ 을 표방한 게 아니라, 노래 자체가 그저 후배 록 뮤지션들과 록 마니아들에게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는 하드 록, 헤비메탈의 클래식들이다.

Speed King, Child In Time, Into The Fire, 그리고 Black Night 등 그 노래 제목만 들어도 전율이 솟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위대한 노래들이 In Rock 앨범을 둘러싸고 있으며, 이들 모두 다 하나 같이 헤비한 기타 리프와 둔탁한 드러밍으로 점철된 하드 록, 헤비메탈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그런 형태이다. 이런 모습들은 딥 퍼플이 1기 시절 약간 어렵다 싶을 정도로 너무 진지한 음악적 형태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헤비한 하드 록으로 완벽하게 180도 탈바꿈 하여 음악을 하겠다라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더 이상 딥 퍼플은 조 사우스, 비틀즈,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 등 선배 록 뮤지션들의 음악을 리메이크 하는 식으로 앨범에 레코딩 하거나 거기서 영감을 얻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드 록을 창조하여 음악적인 진보를 In Rock에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파트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가 들려주는 헤비한 기타 연주에 전체적인 딥 퍼플의 음악적 특색이 파워풀하고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음악적 진로를 클래식적 음악 접근,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함으로서 클래식 음악에 정통한 존 로드가 자연스럽게 1기 시절을 지배하였다면,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 헤비한 기타 파트를 강조하여 하드 록, 헤비메탈을 펼치게 되니 리치 블랙모어로 팀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옮겨진 것. 거기에다가 리치 블랙모어의 폭발적인 기타 파트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보컬 이언 길런의 괴성의 샤우팅 창법과 리듬을 잘 이해할 줄 아는 일종의 감 (感) 은, 리치 블랙모어와의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면서 써내려가는 노래가 족족 하드 록, 헤비메탈의 클래식이 되어버렸다.

바로 이것이 딥 퍼플로 하여금 In Rock 다음 작품인 Fireball에서 하드 록, 헤비메탈의 저변을 확대하여 일종의 디딤돌을 만들어 낸 다음에 곧바로 ‘하드 록, 헤비메탈의 경전’ Machine Head라는 최고의 아트워크를 만들 수 있게 하였던 원동력이었다. 차례대로 보면 참으로 연결성이 깔끔하다. In Rock에서 하드 록, 헤비메탈의 서막을 알리고, Fireball 앨범에서 다양한 실험과 개방적 음악적 접근으로 저변을 확대한 다음, 마지막에 Machine Head에서 터트리는 이 과정은, 바로 딥 퍼플 2기가 절대적으로 하드 록, 헤비메탈의 대통령으로 불릴 수 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나하나가 다 하드 록, 헤비메탈의 클래식

마치 리치 블랙모어가 이제 딥 퍼플의 주도권을 잡고서 리더가 된 것을 음악적으로 알리는 듯, 리치 블랙모어의 미친듯이 쏟아내는 기타 솔로가 인트로를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굉음의 하드 록, 헤비메탈 향연을 알리는 1번 트랙 Speed King은, 딥 퍼플 싱글작이나 베스트 앨범 등에 수록되어 있는 또 다른 버전인 Speed King과는 차별화된 맛을 들려준다. 앞서 말한 대안 버전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후크로 일관한다면, 본작 In Rock에 수록되어 있는 오리지널 버전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익사이팅함을 Speed King이라는 폭발적인 제목의 뉘앙스만큼이나 스피디하고, 헤비하고, 혁신적이다. 웅장한 인트로를 지나서 이언 길런의 시원시원한 샤우팅 창법으로 포문을 열어 긴박하게 진행되는 Speed King은, 딥 퍼플 멤버들이 각자 맡은 파트에 최선을 다하면서 바쁘게 손을 놀려댄다.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그리고 존 로드의 키보드 연주는 극에 다다를수록 상상도 못할 파워를 내뿜는다.

“아아아아~ 나나나나나와우~” 라는 인상적인 샤우팅 창법으로 한 곡조 뽑아주는 이언 길런의 보컬 파트가 인상적인 두 번째 트랙 Bloodsucker는 가장 기본적으로 하드 록에 접근한 듯한 반듯한 세션 연주에다가 앞서 말한 이언 길런의 인상적인 샤우팅 창법으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적절한 균형을 맞춘다. 이렇게 Bloodsucker에서 샤우팅 창법을 소량 들려주었던 이언 길런은 곧바로 3번 트랙 Child In Time에서는 우리들에게 “샤우팅 창법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널리 공표한다. Bloodsucker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서 샤우팅 창법의 소량을 알려주었다면, 다음 트랙 Child In Time에서는 듣는 이마저 가볍게 제압시키는 무적의 샤우팅 창법으로 온 몸을 마비시키게 만든다.

Child In Time은 우리나라 록 문화와 비견하여 과장 되게 이야기해서, 스틸하트의 She's Gone을 부른 고 옥타브 보컬 밀리옌코 마티예비치마저 Child In Time과 비교할 수 없는 그런 노릇이며, 이 세상의 모든 ‘샤우팅 창법을 즐겨 쓰는 록커’ 들에게 있어 반드시 접해야 하고, 또 이것을 뛰어넘을 자신감을 가져야할 샤우팅의 교과서이다. 세션이 점점 진지하게 앞으로 나아갈수록, 이언 길런은 샤우팅 창법의 예열을 올리며 스스로에게 감정을 이입한 후, 결정적인 순간에서 “아아아아아악~” 하며 터트려주는 괴성은, 1970년대 당시 전 세계 하드 록계에 충격을 안겨다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간주 부분에서 터지는 리치 블랙모어의 폭발적인 기타 솔로이다. 마치 그간 존 로드에게 당한 응어리를 모두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풀어버리는 듯, 그 서러움이 곳곳에서 나타나진다.

4번 트랙 Flight Of The Rat은 지금 현대시대에 와서 감상해도 비교적 올드한 맛이 나질 않는 아주 세련된 멜로디가 인상적인 그런 신기한 노래이다. 마치 1990년대 그런지 록, 얼터너티브 록 뮤직을 구사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곡을 전개시키면서 펑크적인 기타 주법으로 리듬감 있게 터치하는 그런 부분, 그리고 이전의 곡 Bloodsucker나 Child In Time에서 이언 길런이 들려주었던 샤우팅 창법과는 또 다르게 안정된 보컬 음색으로 가사를 읊는 부분에서는, 거짓말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딥 퍼플 이들이 그런지 록이나 얼터너티브 록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더 대단한 것은 8분대에 육박하는 러닝 타임 안에서 존 로드의 키보드 연주와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파트가 균형을 이루면서 신나는 레이싱을 펼친다는 것일텐데, 마치 이 부분에선 레드 제플린의 Dazed And Confused를 듣는 듯한 기분이다.

잠시 이렇게 색다른 노래를 들려준 딥 퍼플은 5번 트랙 Into The Fire부터 다시 충만한 록 스피릿을 장전시킨 다음, 유감 없이 폭발시켜준다. 일정한 스타카토를 찍어대며 이언 길런이 샤우팅 창법을 뽑아낼 지점을 가리킨 다음, 후렴구에서 여지없이 “인투~ 더 퐈이어!!! 어어어어” 라고 샤우팅 창법을 쏟아내는 Into The Fire 역시 샤우팅의 교과서이다. 드러머 이언 페이스의 드러밍이 딥 퍼플 음악에 있어서 얼마나 하드 록, 헤비메탈에 많은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는 6번 트랙 Living Wreck에서는, 이언 페이스의 당돌한 드러밍이 처음과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드러머로서의 역량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데, 특히 인트로에서 당차게 들어오는 드러밍이 예술이다. 7번 트랙 Hard Lovin' Man은 하드 록, 헤비메탈로 점철되는 딥 퍼플 2기가 아직 1기 그 당시 시절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성향을 못 잊은 듯, 하드 록 스타일로 펼치는 장대한 러닝 타임의 록 서사시를 써내려간다. 그러면서 대망의 마지막 트랙은 모든 록 마니아들이 경배를 표하는 하드 록의 슈퍼스타 Black Night로 마무리 된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하드 록, 헤비메탈 - In Rock

딥 퍼플의 통산 다섯 번째 앨범이자 2기 시절의 첫 번째 앨범 In Rock은 그 자체가 클래식이다라는 말에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가 없다.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며, 이 앨범을 통해서 하드 록, 헤비메탈을 배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서 배워야할 점이 수두룩하다. 딥 퍼플은 1995년, 이 앨범 발매 후 25주년이 되는 해에 ‘25주년 기념앨범’ 을 다시 찍어내면서 록 팬들에게 그간 들려주지 못하였던 In Rock 앨범의 스튜디오 테이크 버전이라던지 라이브 음원 등을 알려주면서, 또 다시 록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놓았다. 특히 25주년 기념 앨범 표지에는 딥 퍼플 2기 멤버 전체의 사인이 프린팅 되어 화제가 되었다.

세계적인 유력 평단들은 모두 딥 퍼플의 In Rock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하면서 하드 록, 헤비메탈의 위대한 서막을 기렸고, 여전히 록음악 부문에서 최고의 앨범을 꼽을 때 In Rock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거론이 된다. 또한 전현직 록밴드 뮤지션들, 그리고 아마추어 록 뮤지션들 모두 In Rock의 노래들을 커버하면서 록 스피릿을 일깨우는 그런 일종의 행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새삼 딥 퍼플 앨범 In Rock의 위대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국의 어느 라이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딥 퍼플 2기가, In Rock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헤비하기로 소문난 Child In Time을 고상한 음악 좋아하는 일반 방청객들에게 손수 들려주면서 방송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과열시킨 그 사건, 그리고 이로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제일 시끄러운 록밴드” 로 이름 불려지기까지, 바로 In Rock의 ‘록 스피릿’ 이 있었다.

                                               - 출처 : http://blog.naver.com/lzm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