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데이비드 스톤과 밥 데이즐리 영입

영국의 전설적인 하드 록, 헤비메탈 밴드 레인보우 (Rainbow) 는 그들의 두 번째 앨범 Rising에서 자기네들의 음악적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 그 작품을 하드 록, 헤비메탈의 클래식으로 만들어 놓는 기염을 토하였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독단적인 캡틴 리치 블랙모어 (Ritchie Blackmore) 가 이 정도까지 일을 크게 벌이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주지하다시피 리치 블랙모어가 딥 퍼플을 탈퇴하고 나서 그냥 있는 그대로 급조한 밴드가 바로 레인보우이고, 그 팀은 뉴욕의 록그룹 엘프 (Elf) 멤버들이 급한대로 전부 레인보우에 합류한 꼴이었기 때문에, 멤버 구조조정 할 여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리치 블랙모어는 레인보우 1집 Ritchie Blackmore's Rainbow를 발매한 다음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엘프 밴드의 멤버들 중에서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를 제외하고 전원 구조조정, 공식적인 레인보우 2기라고 말할 수 있는 토니 캐리 (키보드), 지미 베인 (베이스), 그리고 희대의 드러머 코지 파웰을 새로운 자리에 앉혀서, 레인보우의 멤버 구성에 있어서 많이 신경을 썼다. 바로 그렇게 정상적인 멤버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리치 블랙모어의 눈에 띄어서 이번에 제대로 메이저 무대에 데뷔하는 대개의 2기 멤버들은 리치 블랙모어의 조력에 의해 대 스타가 되었고, 또 그러면서 레인보우의 음악적 질은 한 단계 발전하게 되었다.

레인보우 2기는 앞서 말했듯이 두 번째 앨범 Rising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에 베이시스트 지미 베인이 탈퇴하면서 음성적으로 레인보우 3기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그러나 이 역시 오래 가지 못하여, 나머지 멤버인 토니 캐리가 팀을 탈퇴하였고, 리치 블랙모어는 디오와 코지 파웰 두 사람만 남겨두고 다시 새 판을 짜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데려온 멤버들은 먼저 캐나다 출신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스톤, 그리고 호주 출신의 재능 있는 베이시스트 밥 데이즐리 (Bob Daisley) 였다. 주지하다시피 밥 데이즐리는 레인보우 이후 블랙 새버스의 오지 오스본 솔로 밴드 베이시스트로 일하게 되면서, 세계적인 록 스타 오지 오스본과 함께 하드 록, 헤비메탈의 새 역사를 써내려간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음성적으로 따졌을 때 불릴 수 있는 데이비드 스톤, 밥 데이즐리 합류의 기수는 레인보우 4기이며, 레인보우의 디스코그래피를 따졌을 때 불릴 수 있는 공식적인 기수는 레인보우 3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들은 1978년 통산 4집이자 세 번째 정규앨범 Long Live Rock n Roll을 발매하며, 멤버 구조조정 및 거기에 뒤따른 구설수를 딛고 다시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앨범의 특징 (1) 마법사 로니 제임스 디오의 보컬

레인보우의 Long Live Rock n Roll 앨범은 고작 8개의 트랙으로 이뤄졌지만, 실제로 이 음반을 감상하게 되면 적은 트랙 수에 비해 한 곡 한 곡 담겨져 있는 엄청난 양의 러닝 타임과 웅장한 그 자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치 블랙모어는 늘 그랬듯이, 트랙 수의 중요성보다는 어떤 한 곡에 들어있는 웅장함의 요소, 그리고 유럽 중세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장대한 스토리 텔링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나를 더욱 더 중요시 여겼다. 이렇게 리치 블랙모어가 주장하고자 하는 “노래의 블록버스터화 (化)” 는 다름 아닌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의 천상의 가창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이 되면서, 비로소 리치 블랙모어가 꾸미고자 하는 음악에 더욱 가까이 가게 되었다.

로니 제임스 디오가 Long Live Rock n Roll에서 들려주는 보컬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절정에 다다른 그런 상태이다. 우리가 흔히 디오를 상상할 때, 그의 복장은 어둠의 마법사처럼 기묘하게 꾸며진 가운을 입은 그런 이미지다. 또한 그렇게 패션을 꾸민만큼 디오가 노래를 부를 때의 그 제스처나 액션은 마치 어둠의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듯이 두 손을 하늘에 떠받듯이 하는 그런 행동을 취한다. 게다가 디오의 보컬 음색 자체가 입 안에서 파워풀한 기운을 받아낸 다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에다가 강하게 내뿜으면서 끌어올리는 그런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등장하는 괴력의 어둠의 마법사가 따로 없다. 이렇듯 디오의 파워풀한 보컬은 자기 자신의 특이한 제스처만큼이나 기묘하고, 놀랍고, 또 마법처럼 느껴진다.

1번 트랙 Long Live Rock n Roll에서 들려지는 디오의 보컬은 레인보우의 이전작들보다 한층 더 리드미컬한 센스를 통해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그런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러면서 곳곳에 힘주어 고음으로 끌어올리는 부분에서, 디오는 전혀 그 어떤 장애를 겪지 않고 술술 고음을 뽑아내니, 그의 가창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또한 흑인음악의 그루브를 차용한 듯한 굉장히 블루지한 로큰롤 트랙인 3번 트랙 LA Connection에선, 디오의 보컬은 그루브를 충분히 느끼면서 달콤하게 미끄러지는 소울풀한 감정선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천상 하드 록, 헤비메탈 보컬이라고 알려졌던 디오에게서도, 애드리브를 난사하며 그루브를 느끼는 그런 흑인음악적인 보컬 능력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5번 트랙 Gates Of Babylon에서 들려지는 디오의 보컬 음색은 전체적으로 대곡 형태를 띠는 그 곡의 이미지만큼이나, Gates Of Babylon이 우리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중동의 신비한 설화에 대한 스토리 텔링을 위해서 디오가 한껏 힘을 주고서 온 공기를 잠식시키는 파워풀하면서도 강직한 톤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스피디하면서도 스트링 사운드가 들어가 더욱 더 웅장한 맛을 자아내는 Gates Of Babylon에서, 우리는 디오가 절대적 힘을 가진 마법사 (혹은 권력자) 라고 느껴지는 양 Gates Of Babylon이란 노래를 통해 레인보우의 스펙터클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다. 그렇게 디오는 절대 권력자나 세상의 종말 끝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현자의 이미지로, 레인보우의 각각의 노래를 마치 우리들에게 스토리 텔링 하듯이 “가르쳐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앨범의 특징 (2) 스펙터클한 레인보우 스타일의 헤비메탈

이번 단락은 어찌 보면 앞서 언급하였던 디오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보컬 능력과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무관할텐데, 바로 그것은 레인보우 앨범 Long Live Rock n Roll에서 느껴지는 스펙터클한 대곡 형식의 그 웅장함을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리치 블랙모어는 잘 알다시피 딥 퍼플 시절 로열 앨버트 홀 (Royal Albert Hall) 에서 팀 멤버 존 로드 (Jon Lord) 와 함께 딥 퍼플의 곡을 편곡하여 클래식 버전으로 연주, 그 이후에 여러 후배격 록그룹들이 관현악단과 협연을 가지는 그런 록음악 트렌드 역사를 일궈낸 바 있다. 또한 뮌헨 필하모닉 관현악단과 친분이 있는만큼, 뮌헨 필하모닉이 리치 블랙모어의 아트워크 중 꽤 많은 곡들에게 지원사격을 해줬을 정도이다. 이렇게 일단 클래스가 다른 스펙터클한 헤비메탈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리치 블랙모어에게 있어서, Long Live Rock n Roll이란 작품은 리치 블랙모어 자신의 훌륭한 클래식 편곡 능력을 증명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앞서 언급하였던 노래 Gates Of Babylon이 바로 그 첫 번째 증거인데, 이 노래는 사실 디오가 자아내는 신비로우면서도 웅장한 보컬 능력에 집중할 필요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곡의 제작을 맡은 주인 리치 블랙모어의 뛰어난 작곡 능력에 더욱 더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리치 블랙모어는 Gates Of Babylon의 웅장함을 더하기 위해 관현악단을 초청, 자기가 진두지휘하면서 스트링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삽입하여 밀고 당기기를 조절하였다. 디오가 가사를 읊을 때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쓸리듯이 터지는 스트링 사운드로 때려주면서 마치 “바빌론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사막 모래 위를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더해서 중동 스타일의 갑자기 상승했다가 또 갑자기 아래로 꺼지는 그 특유의 멜로디 삽입, “바빌론” 의 이미지에 딱 적합하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5번 트랙 Kill The King은 또 어떠한가. “클래식 메탈의 원조” 라고 불려질만큼 일렉트릭 기타를 마구 혹사시키면서 속주 기타 주법을 자아내는 동시에 무차별적으로 때려 부수는 공격적인 세션은 10점 만점에 만점을 줘도 모자를 정도이다. 특히 리치 블랙모어가 중반부에서 마구 비브라토를 구사하면서 문지르는 파트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후세에 앞서 말했듯이 클래식 메탈, 속주 기타 뮤지션들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파트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4번 트랙 Gates Of Babylon과 5번 트랙 Kill The King이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스펙터클한 헤비메탈은, 마침 또 Long Live Rock n Roll 앨범에서 딱 중간 부분, 그러니까 중추를 담당하고 있으니 또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주목해야할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앨범의 특징 (3) 디오와 블랙모어의 마지막 클래식 - Rainbow Eyes

사실 참 안타깝게도 레인보우의 노래들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Catch The Rainbow, The Temple Of The King (이하 데뷔 1집 앨범), 그리고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Rainbow Eyes (Long Live Rock n Roll) 이렇게 3~4가지의 곡들은 각각 수록되어 있는 앨범보다도 객체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마치 레인보우라는 밴드는 베스트 앨범 한 장만 있으면 그들의 음악을 다 들을 수 있는 것처럼 격하된 이미지로 보인다. 그것은 레인보우가 딥 퍼플만큼 역사를 써내려갈 정도로 대단한 음악성을 지닌 밴드는 아니라는 증거일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인보우의 웅장한 스펙터클을 담아내고 있는 정규앨범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앞서 언급하였던 슬로우 록 히트곡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레인보우의 히트곡 중 하나인 Rainbow Eyes는 Long Live Rock n Roll 앨범에 수록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이 앨범이 웅장한 헤비메탈과 더불어 클래식 메탈, 그리고 속주 기타 주법의 원조를 주창하고 있으니 Rainbow Eyes를 더욱 더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리치 블랙모어가 웅장한 면모를 드러내며 그 안에서 무한한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슬로우 록을 마지막에 넣어서 진정 Long Live Rock n Roll의 그 스펙터클함에 방점을 찍겠다는 심산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Rainbow Eyes는 그런 식으로 레인보우의 스펙터클함의 절정으로서, 파워풀하고 스피디한 메탈 형식에서 벗어나 디오의 감동적인 보컬과 리치 블랙모어의 낭만적 기타 연주, 그리고 스트링 사운드가 더해져서 슬픔의 눈물을 짜내고 있다.

거기다가 Rainbow Eyes 반주 부분에도 나오고, 또한 중간 중간에 흐느끼며 등장하는 피리 연주는 이런 감정선을 더욱 더 심화시키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마치 사랑하는 공주를 마왕에게 빼앗기고 나서 피리를 혼자 불며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법에 걸려 거렁뱅이가 되어버린 어느 나라의 왕자 같은 그런 상상이 머릿속에서 떠올려진다. 이렇게 슬픈 곡에서조차 Long Live Rock n Roll의 전체적인 흐름인 중세 유럽 설화의 이미지가 떠올려지니, 전체적으로 Long Live Rock n Roll을 감상해보면 Rainbow Eyes가 왜 이색적인 피리 연주와 기묘한 느낌의 고전적인 스트링 사운드를 삽입하였는지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또 Rainbow Eyes는 디오와 리치 블랙모어의 마지막 아트워크이기도 하다. 너무 극적이지 않은가. 슬픔보다 더 슬픈 감정선의 슬로우 록인데다가, 디오와 리치 블랙모어라는 희대의 파트너가 만들었던 그들의 마지막 클래식이라는 점이 말이다.


레인보우 클래식의 완결판 - Long Live Rock n Roll

잘 알려졌다시피 디오는 이 작품을 끝으로 리치 블랙모어와 불화를 겪고 곧바로 팀을 탈퇴, 마침 또 오지 오스본이 탈퇴하여 보컬 자리가 비어버린 블랙 새버스로 이적하여 블랙 새버스에서 이번엔 디오 특유의 스펙터클함과 블랙 새버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악마의 노래가 합쳐져서 그 위대한 헤비메탈 클래식 Heaven And Hell이 완성되었다. 또한 데이비드 스톤과 밥 데이즐리도 리치 블랙모어와 딱 한 작품만 마치고 작별하였다. 리치 블랙모어는 더 이상 그 전부터 해오던 클래식 메탈의 포맷을 버리고, 철혈 보컬 그레이엄 보넷 (Graham Bonnet) 을 영입하여 본격적인 팝 록 (Pop rock) 으로 선회, 미국 시장을 노리게 된다.

말 그대로 레인보우가 그 전부터 만들어 놓았던 헤비메탈의 클래식의 완결판이 바로 Long Live Rock n Roll이다. 레인보우가 스펙터클한 헤비메탈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두 사람 모두 다 유럽 중세 설화를 좋아한 나머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마니아적 성향을 보이는 디오 - 블랙모어 라인이었다. 리치 블랙모어의 중세 설화 같은 이미지를 자아내게 만드는 고전적인 작곡 능력, 그리고 디오가 자아내는 어둠의 마법사 같은 주문 형식의 기묘한 보컬 능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레인보우의 클래식이 완성이 된다.

아쉽게도 리치 블랙모어와 디오가 불화 끝에 결별하여 더는 레인보우의 클래식을 이후에도 볼 수가 없었지만, Long Live Rock n Roll은 수많은 록 뮤지션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며 앞서 말했듯이 클래식 메탈, 속주 기타의 틀을 만들어 냈다. 먼저 Gates Of Babylon은 후세에 등장할 클래식 메탈, 속주 기타의 천재이자 스웨덴의 보물 잉베이 말름스틴 (Yngwie Malmsteen) 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그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으며, 또한 Kill The King에서 등장하는 비브라토 같은 주법은 기타 비르투오소 (Guitar Virtuoso) 로 분류되는 속주 기타 비슷한 기타의 장인들에게 무한한 로망을 낳게 하였다.

참고로 Kill The King은 “왕을 죽여라!” 라는 뉘앙스의 제목 때문에,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의 신변을 위협할만한 불온 대중음악으로 낙인이 찍혀 한동안 Long Live Rock n Roll 앨범이 국내로 수출 금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 [출처] http://blog.naver.com/lzm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