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가사에 담긴 흑인들의 애환 ...... Blues Music!


현재의 대중 음악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장르는 무엇일까?

아마 어느 누구도 Blues가 그 주인임을 부정하지는 못 할 것이다. Jazz의 모태가 되며 후대의 R&B, Rock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Blues음악! 그 태동과 기본지식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간단히 정의해서 블루스란 미국 흑인들의 세속 음악이다. 노예들을 따라 서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흑인들의 토속음악은 흑인영가(Negro Spiritual), 가스펠(Gospel), 블루스(Blues)의 대표적인 세 가지의 형태로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발생 초기 이 세 가지의 장르는 음악적으로 거의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그 발생 기원과 내용 면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흑인영가와 가스펠은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백인들이 흑인 노예들을 더욱 말 잘 듣는 일꾼으로 만들기 위해 흑인 음악과 종교를 결합시키면서 형태를 잡아갔다. 따라서 백인들과의 묵시적인 거래를 통해 발전한 이 두 장르의 음악은 서양 흑인 음악의 근간이 되긴 하였지만 진정한 흑인들의 음악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블루스는 달랐다. 블루스의 탄생은 1870년 경 남북전쟁 직후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예 해방이라는 기치 아래 전쟁이 일어나고 법적인 노예 해방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흑인들의 삶이란 노예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흑인들이 아직 노예로 남아 있었으며 노예의 신분을 벗어났다 할지라도 그들의 생활은 노예 시절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나님에게 의지하며 영가와 가스펠로 애환을 달래던 이들이었지만 이제 이들에게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자유롭고 싶은 인간으로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How am I so black and blue!'라는 억울함과 애절함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따가운 햇살 속에서 더더욱 검게 되었고, 고된 노역과 시름으로 그들의 피부는 푸르게 변해 있었다. 이런 그들의 상황은 'Blue'라는 단어가 가진 ‘슬픔’이라는 뜻과 피부색이 가진 ‘푸른’이라는 뜻을 섞어 자신들의 삶을 노래한 'Blues'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블루스는 영가나 가스펠보다 단순한 음악이었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고 악기도 독학으로 터득해야 했던 배우지 못한 흑인들이 만들어 가는 음악이다 보니 그 음악에는 격식도 예술적 완성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이 늘어놓는 삶의 고통과 애환에 대한 진솔한 얘기들이었다. 자신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슬픔, 절망, 기쁨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그들의 음악적 기교의 부재는 단순한 화성과 가사, 연주의 반복을 블루스 음악의 전형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단순한 가사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형식이 AAB 형식으로 된 3행 가사의 연이었다. 곡은 3행 가사의 연, 12마디 형식을 취했는데 보통 각 행의 처음 2마디 반은 노래로 부르고, 나머지 1마디 반은 악기로 연주하는 '브레이크'(break:재즈 용어로 리듬 섹센과 선을 멈춘 상태로 이루어지는 즉흥적인 짧은 독주)가 있어 성악 선율을 반복, 응답하거나 보충한다. 이들의 음악은 형식이 제한되어 있는 약점이 있었지만 같은 형식 내에서 개성을 연출해내어야 했던 만큼 단순한 멜로디 외적인 면에서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해 내곤 하였다. 이런 이들의 풍부한 표현력은 Blue Notes라고 하는 블루스 특유의 선법을 만들어 내었고, 끈적끈적하다고 표현되는 블루스 특유의 느낌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블루스라는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90년대와 1900년 초이며 1912년에는 흑인밴드의 리더였던 W. C. Handy의 [Memphis Blues]가 출판되었다. 이 곡은 매우 인기 있었고, 그뒤 Tin Pan Alley(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분류되기도 하는 Tin Pan Alley는 미국 대중음악 출판사들이 모여 있던 거리의 이름이다.)의 많은 노래들이 블루스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Blues는 Rural Blues(시골풍의 블루스)의 형태로 발전했는데 어쿠스틱 기타로 반주되는 이 음악은 주로 조지아와 캐롤라이나, 텍사스, 미시시피 등 세 지방에서 발전했다. 이 중 미시시피 델타 지역의 블루스는 3가지 양식 중 가장 강렬한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영향력도 가장 컸는데 이 지방의 블루스는 말하는 듯한 창법으로 부르며 기타 반주는 슬라이드 주법으로 연주하고 타악기와 같은 느낌을 주며 변화가 많았다. 미시시피 양식의 대표적 인물로 전설적인 블루스맨 Robert Johnson과 Charley Patton, Johnny Shines 등을 들 수 있다.

블루스를 맨 처음 녹음한 사람들은 1920년대 Bessie Smith로 대표되는 흑인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재즈 악단의 반주로 노래 부르는 가수들이었는데 이들의 음악 양식은 Classic Blues라 일컬어졌다.

대공황과 2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수백만 명의 흑인들이 남부를 떠나 북부 도시로 이동하게 되자 블루스는 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세련된 도시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블루스 악단이 발전하게 되는데 피아니스트나 하모니카 연주자가 첨가되었고 이어서 베이스와 드럼으로 구성된 리듬 악기 부분이 추가되었다. 또한 전자기타는 블루스가 후대 록으로 발전할 수 있는 풍부한 감정과 파워를 얹어주게 된다. 이런 블루스의 흐름을 Urban Blues(도시풍의 블루스)라 일컬으며 이전의 Acoustic Blues와 구분하여 Electric Blues로 표현하기도 한다. Urban Blues의 발전에 가장 큰 몫을 한 곳은 시카고였다. 1920, 1930년대에 Big Bill Broonzy, Sonnyboy Williams 등이 시카고에서 인기를 누렸는데,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Muddy Waters, Howlin' Wolf, Elmore James,  Otis Spann등을 포함한 새로운 블루스맨 세대로 대체되었다. 이 외에도 Urban Blues는 멤피스와 텍사스에서도 크게 발전했는데 멤피스 블루스는 B.B. King이라는 살아있는 블루스의 전설로 대표되며 텍사스 블루스는 일렉기타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T-Bone Walker로 대표된다.

1950년대에 이르러 블루스는 흑인을 대상으로 한 소울과 백인을 대상으로 한 Rock&Roll로 발전하였다. Chuck Berry와 Little Richard는 Rock&Roll의 대표적인 뮤지션이었으며,  상대적으로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소울은 Ray Charles, Sam Cooke등이 그 명맥을 이어나갔다.

1960년대는 Blues Revival의 시기로 불릴 정도로 그 영향력이 절정에 달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흑인 블루스는 Motown을 통해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 내었고 Otis Redding, James Brown, Aretha Franklin, Marvin Gaye, Stevie Wonder, Lionel Richie로 이어져 오며 현재의  R&B음악을 만들어 내게 된다.

Rock음악은 소울보다 블루스의 영향이 더 강했다. 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블루스 붐은 John Mayall의 Bluesbreakers, Eric Clapton, Jeff Beck, Jimmy Page로 이어지며, 미국에서는 Jimmy Hendrix, Janis Joplin, Duan Allman등의 요절 뮤지션들에 의해 발전되어 Stevie Ray Vaughan, Robert Clay로 이어지며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 2001/05 이용지(rodydwl@hanmail.net) 대중문화 잡지 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