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ck List ]  

01.   War Pigs / Luke's Wall  
02.   Paranoid  
03.   Planet Caravan  
04.   Iron Man  
05.   Electric Funeral  
06.   Hand Of Doom  
07.   Rat Salad  
08.   Jack The Stripper / Fairies Wear Boots  


헤비메틀 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할 그룹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의 시대에 헤비메틀의 여러 모습들을 세분화 시키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밴드는 과연 누구일까?
필자에게 누군가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블랙새버쓰(Black Sabbath)를 꼽을 것이고 하나의 앨범을 들라고 한다면 바로 그들의 2집인 [Paranoid]를 꼽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헤비메틀 이라는 모습을 만들어내었고 그들의 이 앨범은 그 모습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있었다.

Black Sabbath는 1970년 2월13일 서양에서 금기시하는 13일에 맞추어 밴드이름과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1집 블랙새버쓰 (Black Sabbath)를 발표 하였다. 이 앨범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명반으로 추앙 받으며 수많은 클래식 락 명곡( 'Black Sabbath','The Wizard','Wasp/N.i.b'등등) 만들어내었고 같은 시기에 활동한 여타 다른 하드락/헤비메틀 밴드와는 확연히 틀린 그들만의 색깔을 내며 자신의 길을 새겨간다. 그 후 1년도 흐르지 않은 시간에 지금 소개하는 앨범 [Paranoid]를 발표한다. 이 앨범은 일단 1집의 연장선 속에서 만들어졌다 봐도 무난하다.
곡의 전개나 블랙새버쓰 특유의 낮게 깔리면서 어둡고 무거운 음악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복적인 리프속에 또다른 스타일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특유의 구성력은 듣는 이로 하여금 더 깊게 빠져 들게 만들어 버린다. 'War Pig'에서의 싸이렌 소리로 시작해서 차분히 풀어나가는 듯 하면서도 혼돈속에 끝맺음과 너무나 유명한 동명타이틀곡 'Paranoid'의 직선적이면서 끈적이는 듯한 전개나'PlanetCaravan'에서의 차분하게 읆조리는 듯 불러대며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피어나는 서정성과 'Iron Man'에서 변조된 목소리 뒤에 흐르는 보컬과 함께 내려가는 듯 오르는 연주나 'Hand of Doom'에서의 'War Pig'와 같은 스타일로 흐르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는 모습들 모두 단 한 곡도 쉽게 지나쳐갈 수 없는 독특한 특성과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전혀 다른 듯 하지만 하나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그 일관성은 단 한 곡도 단지 직선적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또 다른 길로 우회하면서도 지루함은 포함하지 않으면서 목적지에 정확히 도달하는 뛰어난 작곡력을 보여주며 그러한 특출한 구성력 속에도 곡마다의 색다름은 이 앨범을 명반이라는 호칭을 얻게 하는 이유를 제시해준다. 앨범 전체의 꽉 찬 어둠 속에 그 속의 중심을 정돈된 저공비행으로 나르는 듯한 토미 아이오미(Tony Iommi)의 기타와 그 비행을 훨씬더 안전할수록 있도록 받쳐주는 기저 버틀러(Geezer Butler)의 베이스와 빌 워드(Bill Ward) 드럼은 토니 아이오미의 기타를 완벽하게 서포트 해주며 그 것을 떠나 독자적으로도 특유의 어둡고 리듬감 있는 연주를 보여준다. 그런 그들의 연주위에 독특한 비음섞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보컬은 감히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속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나 딥 퍼플(Deep Purple)속의 이안 길런(Ian Gillan)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환상적인 조화와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단지 이들의 음악을 '어둡다' '축축하다' '무겁다'는 것을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의 음악을 평가할때 맨 앞에 부각시켜야 될 것은 구성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리프 위주의 진행속에서 중간중간 한 악기가 치고 나오는 부분의 적절한 삽입과 심지어 'Rat Salad'의 후반부에는 드럼이 앞으로 부각되면서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가고 그냥 지나쳐갈 부분도 한 번씩 선회하면서 다시 한 번 되짚어 가고 되새김 속에 또 하나의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는 구성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하게 보인다.

그런 구성 속에 어둡게 치달아가는 곡의 전개는 단지 어두움만이 아닌 어두움 속에서 행복감과 어둠만이 줄 수 있는 흥겨움을 맘껏 표출한다. 이런 구성력이 완연히 자리 잡은 연주 속에 오지 오스본이 보컬로 자리 잡아 있지만 연주곡 성향의 곡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유는 역시 팀의 주축이었던 토니 아이오미의 영향이었을 것이고 훗날 ['Never Say Die!'] (1978/8집)끝으로 팀을 떠나는 오지 역시 이런 토니가 주축이 되는 그룹내에서의 자신의 역량을 마음대로 펼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이 앨범에서 집고 넘어가야 될 것은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로저 베인(Rodger Bain) 이다. 이들 특유의 색깔을 정확히 집어내고 그 속에서 악기 하나하나의 음을 정확히 뽑아낸 그는 이 앨범을 얘기할 때 절대로 빼서는 안될 인물이며 그는 훗날 브리티쉬 메탈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데뷔앨범 [Rocka Rolla]도 프로듀싱하게 된다.
또한 앨범 속으로 들어 갔을 때 그 속의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추구하는 사타닉한 어둠을 꾸밈없이 형상화한 듯 보이고 특히나 오지 오스본의 모습은 훗날 분장한 괴기스로운 모습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웬지 모를 어둠이 더 깊이 파묻혀 있어 보여 오싹한 느낌마져도 전해준다.앨범 속에 모습이나 앨범 밖에 모습을 전부 깊이있게 접해보고나면 80년대 90년대 그리고 21세기 도달한 2000년대의 모습까지 이 앨범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심지어 저 북유럽의 블랙메틀이나 미국 플로리다의 정통 데쓰메틀에서까지 이들의 음악속에 시발점이 보이는 듯 하다.
처음 이 앨범을 접했을 때 필자는 올드락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감동을 받지도 못했었고 고전 명반이라는 말들을 알기는 했지만 피부로 직접적으로 느끼진 못했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손에 쥐고 처음으로 들었을 때는 흔한 말로 '바로 이거야'를 맘속으로 외치면서 미친 듯이 들었고 70년대에 음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심지어 60년대 음악까지도 손을 대게 만든 앨범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여러 번 다시 들어보고 있지만 30년이 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앨범의 모든 것은 시간을 넘어서 당당히 난 그 시대의 음악이라고 외치며 현시대를 비웃는 듯 보인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에 모든 것은 끊임없이 발전하지만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무언가는 세상에 변화와 함께 발전하지 않고 시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본질은 남겨둔 채 다른 형태로 변해간다. 지금의 음악을 알아가며 다음 음악을 생각하고 전에 음악을 뒤돌아 보려 한다면 이 음반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순간도 이들의 씨앗은 수많은 곳에서 재생되고 있고 이들의 모습은 지금의 락음악 깊은 곳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고 있다.

최정민 in changg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