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ck List ]
  
01.   You Know What I Mean  
02.   She's A Woman  
03.   Constipated Duck  
04.   Air Blower  
05.   Scatterbrain  
06.   Cause We Ve Ended As Lovers  
07.   Thelonious  
08.   Freeway Jam  
09.   Diamond Dust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퓨전의 시대를 예고하고 방법론적인 면에서 그 형식미학을 다듬고 세련화시켰다면, 일렉트릭 기타 쪽에서 퓨전의 흐름을 정밀하게 다듬고 프레이즈 하나 하나의 연주방식을 새롭게 스타일화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제프 벡의 75년작 Blow By Blow다. 알 디 메올라(Al Di Meola)를 위시해서 스티브 칸(Steve Khan) 등 락적인 필링을 소유한 재즈락을 연주하던 기타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재즈적 시각을 견지했다. 반면 제프 벡의 경우는 다르다. 재즈 뮤지션들이 락을 받아들였던 당시의 시점에서 락커가 재즈를 이처럼 멋지게 연주해낸 것은 고무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비틀즈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이 앨범 제작을 해 또다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지 마틴이 누구인가? 마치 벽을 감싸안는 듯한 포근한 사운드로 레코딩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음반 프로듀싱계의 거장이다. 사실 조지 마틴은 비틀즈 뿐만 아니라 마하비슈누 오케스트라(Mahavishnu Orchestra)와 같은 엄청난 밴드 제작도 한 바 있는 전방위적인 역량을 지닌 인물이다.
제프 벡의 기타 이외에 필 첸(Phil Chen)의 베이스, 리처드 베일리(Richard Bailey)의 드럼, 맥스 미들튼(Max Middleton)의 키보드 등이 함께 한다.

전곡은 인스트루멘틀이지만 각 파트의 솔로 애들립이 길게 진행되는 일반적인 류의 인스트루멘틀과는 거리가 멀다. 솔로라기 보다는 거의 멜로디를 연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타 연주는 간결 명료하다. 분명 애들립을 하고 있지만 애들립이라기 보다는 테마 멜로디를 튕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래하듯 자연스럽고 빼어난 짜임새를 들려준다.
로이 부캐넌(Roy Buchanan)에게 바쳐진 Cause We've Ended As Lovers의 도입부에서의 볼륨 주법, Thelonious에서의 제프 벡 특유의 리듬커팅, You Know What I Mean에서의 피킹 뉘앙스에 다양한 변화를 주며 연출하는 톤 감각 등 한곡 한곡이 치밀하게 짜여진 듯한 완벽한 구성력을 들려준다. Scatterbrain에서는 테마 리프가 8분의 9박자의 변박으로 되어 있는 반면 솔로 애들립은 4분의 4박자로 연주되는 변칙적인 구성이다. 이런 류의 연주는 당시의 락커들로 볼 때 실험적인 시도랄 수 있다. Air Blower에선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She's A Woman에선 비틀즈의 곡을 토킹 모듈레이터를 사용해 새로운 분위기로 연출하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Freeway Jam 역시 마치 라이브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가 일품이다.
본작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하나 탁월한 것은 기타의 오케스트레이션화 및 완벽한 어레인지에 있다.

블루스 및 하드락 기타리스트로 출발해 이 앨범을 통해 재즈락 플레이어로 완벽하게 변신하는데 성공한 제프 벡, 그리고 이 앨범을 필두로 여러장의 완성도 높은 재즈퓨전 명작들을 공개하며 매너리즘을 모르는 뮤지션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거장’으로 오른 인물. 90년대로 와선 테크노 일렉트로닉과 블루스를 접목하는 기발한 시도로 다시한번 음악계에 일침을 가해 제프 벡의 신화를 고수하고 있다.
가시적 또는 하구의 ‘신화’가 아닌 진정한 ‘신화’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우리 시대의 뮤지션, 그의 모습과 작품을 접한다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글 / 조성진 in changg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