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랙 계열의 이펙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들은 가공할 사운드를 만들어주지만 일률적으로 비슷한 소리를 뽑아낸다. 음악인의 퍼스널리티를 섬세하게 표출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프 벡은 언제나 음악에 대한 새로운 모험과 시도를 통해 자신의 매너리즘을 경계해 왔다. 따라서 그의 연주는 신선도라는 측면에선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음의 낭비가 전혀 없이 핵심만 찌르는 실험적인 재즈퓨전 기타의 파이오니어 제프 벡은 1944년 6월 24일 영국 웰링턴에서 태어났다. ‘Junior At School’에 다닐 무렵에 레스폴의 음악을 듣고 기타를 잡게 된 제프는, 62년 ‘Night Shift’의 기타리스트가 되면서부터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65년에 에릭 클랩튼의 후임으로 그룹 야드버즈에 가입,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야드버즈에서 제프는 피드백 사운드를 도입한다거나 그외 실험적인 연주패턴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었던 제프는 이번에는 야드버즈를 탈퇴하고 로드 스튜어트, 론 우드 등과 함께 제프 벡 그룹(Jeff Beck Group)을 결성하였다. 하지만 하드록 블루스사에 길이 남을 앨범 2장을 내곤 69년 9월에 돌연 그룹을 해산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71년에 제프는 코지 파웰 등과 함께 제2기 제프 벡 그룹을 결성해 역시 2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다시 그룹을 해체시켰다. 그룹 해체 후 제프는 이번에는 헤비 드러머 카마인 어피스, 베이시스트 팀 보거트와 함께 락 역사 불멸의 슈퍼그룹인 벡 보커트 앤 어피스(Beck, Bogert & Appice)를 조직하였다. 그러나 이 록트리오도 오래가지 못하고 2장-1장은 일본에서의 실황을 수록한 비공식 라이브임-의 앨범을 끝으로 해산되고 말았다.

이 그룹 저 그룹을 많이 옮기던 제프는 자신의 성격상 밴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고 이후부터 솔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최초의 변신이 바로 역작 [Blow By Blow]이다. 75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재즈적 어프로치에 락 비트를 혼합한 재즈퓨전 기타 사운드를 완성해, 제프의 관심사가 이젠 하드록 블루스 소울 등에서 재즈로 넘어간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앨범을 시발로 제프는 계속해서 재즈록 역사에 비중 있게 자리 매김될 명반들을 터트리며 본격 재즈 퓨전 기타리스트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재즈 퓨전도 부족해 85년의 앨범[Flash]에선 뉴웨이브 댄스사조도 수용한 바 있다. 제프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89년의 앨범 [Guitar Shop]으로 또 한번 음악계 전반을 뒤흔들었다. 드러머 테리 보지오와 키보드 주자 토니 하이머스를 불러 만든 이 솔로 작은 다채로운 리듬탐색에서 어프로치, 테마 등 모든 면에서 기성 기타리스트들을 고무시킬만한 대작이었다.

제프의 이와 같은 도전적인 실험성이 93년에는 전혀 색다르게 변신을 하는 데, 빅 타운 플레이보이스(Big Town Playboys)가 그것이다. 제프는 여기에서 빅밴드 형태의 멤버구성으로 50년대의 록큰롤 체취를 강하게 풍기는 추억의 사운드를 연주하였다. 이 역시 언제나 예측을 불허하는 제프 벡에게서나 가능한 대 변신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99년에는 테크노 사운드와 블루지한 기타를 접목한 [Who's Else]라는 앨범을 공개해 다시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제프는 음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지적이고 냉철한 감각 아래 핵을 관통하는 영감(Inspiration)으로 충만된 연주를 들려준다. 하이템포의 셔플리듬을 좋아하는 그는, 같은 코드 톤으로 연주가 흐르다가도 갑자기 코드 체인지 시켜버려 의표를 찌르는 충격적인 시도를 자주 하곤 한다. 또한 9th가 가지는 긴장감을 솔로 끝부분에 배치하여 특이한 이미지를 낳기도 한다.

제프는 즉흥성이 뛰어나 이 애드립에서가 아니면 도저히 이 곡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뛰어난 솔로를 전개한다. 'You Never Know'에서 원 코드로 전개되는 솔로나 'Come Dancing'에서처럼 7th가 얹혀지는 치밀한 악상전개, 그리고 'Guitar Shop', 'Big Block' 등은 가히 ‘영감’의 기타라고 할 만한 것이다.

사운드 메이킹에 있어서도 제프는 고정된 칼라를 싫어하고 항상 변화 있는 톤을 추구해 왔다. 야드버즈 시절엔 텔레캐스터에 Vox 등의 퍼즈 박스와 에코를 썼고, BB & A에선 레스 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에 토크박스를, [Blow By Blow]에선 옥타버를, [Wired]에선 코러스와 플랜저를 각각 사용해가며 각양각색의 사운드에 도전했다. 그의 위와 같은 변화무쌍함이야말로 록 기타 파이오니어로서의 제프 벡의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트라토캐스터와 텔레캐스터 모두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잘 뽑아내는 기타리스트 중의 하나로도 유명하다.

글 / 조성진



1944년 6월 24일에 영국의 월링턴에서 태어난 '기타의 전설' 제프 벡은 지난 30여년 동안 록음악의 주요한 인물로서 여러 장르의 곡들을 연주하며 성공적인 솔로 경력을 유지해왔다. 지미 헨드릭스(Jimmy Hendrix),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함께, 그는 뛰어난 테크닉과 음악적 다양함으로 이 시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중의 한 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 그의 활동이 눈에 띄게 축소된 데다 한번도 클랩튼과 헨드릭스처럼 매체의 주목을 받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수많은 기타리스트와 팬들은 그의 독특한 기타 솜씨를 숭배하고 있다.

런던의 예술 학교를 마친 후에 벡은 여러 로컬 밴드들과 공연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에 소비해왔다. 이후 약 1년 반 동안 블루스록 밴드 야드버즈(Yardbirds)와 함께 공연하던 그는 1966년 말 밴드를 떠나 로드 스튜어트(Rod stuart 보컬), 론 우드(Ron Wood 베이스) 그리고 에인슬리 던바(Aynsley Dunbar 드럼)-곧 미키 월러(Mickey Waller)로 교체됨-와 함께 제프 벡 밴드(Jeff Beck Band)를 결성한다. 키보디스트로 니키 홉킨스(Nicky Hopkins)를 추가 영입한 그룹은 1968년에 데뷔 앨범 [Truth]를 발표했다. 이같은 라인업은 몇 년후 바비 텐치(Bolly Tench 보컬), 클라이브 채먼(Clive Chaman 베이스), 맥스 미들턴(Max Middleton 키보드) 그리고 코지 파웰(Cozy Powell 드럼)로 재편성되고 71년에 [Rough and Ready]를 발표한다. 그리고 이듬해에 벡은 바닐라 퍼지/캑터스(Vanilla Fudge/Cactus)의 멤버였던 베이시스트 팀 보가트(Tim Bogart)와 드러머 카마인 애피스(Carmine Appice)와 함께 새로운 트리오를 구성했다.

1975년에 벡은 비틀즈(Beatles)의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George Martin)의 프로듀스로 일렉트릭 재즈 퓨전 앨범인 [Blow By Blow]로 화려하게 컴백한다. 1976년 후속작인 [Wired]는 마하비슈누(Mahavishnu) 오케스트라의 키보드 주자였던 얀 해머(Jan Hammer)와 함께 작업한 앨범으로 [Blow By Blow]의 성공을 재연한다. 또한 이 앨범은 얀 해머 그룹과 같이 한 투어의 도움을 받아 1977년 라이브 앨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벡과 해머는 1980년의 [There & Back]에서도 함께 작업했다.

5년간의 공백 후 제프 벡은 세련된 팝-락 앨범 [Flash](85)로 록계에 다시 등장한다. [Flash]는 그의 앨범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앨범이 되었고 로드 스튜어트가 부른 히트곡 'People Get Ready'와 그래미상을 수상한 'Escape'를 낳았다.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지다가 그는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믹 재거(Mick Jagger)가 87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Primitive Cool]에 참여했고, 89년에는 [Jeff Beck's Guitar Shop]을 발표하며 기악 앨범의 모범이 될 만한 완숙한 기타 솜씨를 들려주었다. 벡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록기악 부문을 수상했으며 평론가의 격찬을 받았다. 93년에 그는 진 빈센트(Gene Vincent)의 트리뷰트 앨범 [Crazy Legs]를 녹음했다.

그리고 1999년 3월에 벡은 열한개의 오리지날 곡으로 구성된 [Who Else!]를 발표하는데 이 앨범에는 테크노에서부터 블루스, 아일랜드 전통양식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기타 인스트루멘틀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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