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룹의 탄생

Rock계의 3대 산맥 중의 하나로 불리는 Deep Purple은 새로운 멤버들을 보강하고 74년 앨범 [Burn]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게 된다.

즉 이전의 직선적이고 격렬한 Hard Rock 대신 Soul, Funk를 도입한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이어서 [Stormbringer]를 발표할 때는 음악적 주도권이 새로 가입한 멤버들에게로 많이 넘어가게 된다. 결국 이에 불만을 품은 기타 연주자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는 75년 초 유럽 공연 이후 평소 자신들의 공연에 오프닝을 서서 친분이 있던 그룹 Elf의 멤버들을 독일의 스튜디오로 불러 자신의 솔로 앨범 작업에 몰두하였다.

여기서 평소 하고싶던 음악을 순조롭게 녹음한 리치는 결과에 만족하고 Deep Purple의 탈퇴를 선언한 뒤 Elf 멤버들과 자신의 그룹 레인보우(Rainbow)를 결성하게 된다. 이는 거대한 3대 산맥이 여러 갈래의 줄기로 갈라지는 순간이었으며, 진자줏빛이 여러 색깔과 더불어 무지개빛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와의 전성기

데뷔 앨범 [Ritchie Blackmore's Rainbow]에서는 2기 Deep Purple의 음악과 비슷한 직선적이고 격렬한 Hard Rock에 리치 특유의 클래식, 동양적인 선율이 절묘하게 결합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리치는 더 나은 음악을 하기 위해 보컬인 디오를 제외한 모든 멤버를 교체하여 드럼에 코지 파웰(Cozy Powell)등 최고의 멤버로 구성된 라인업으로 최고의 앨범 [Rising]을 발표한다. 특히 대작 "Stargazer"는 크게 주목받았다.

앨범 발표 후 76년 최고의 멤버에 의한 세계 순회 공연을 하는 등 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베이스가 Uriah Heep 출신의 마크 클라크(Mark Clarke)로 교체되었다가 새 앨범 작업 도중키보드인 토니 케어리(Tony Carey)와 함께 탈퇴함에 따라 새 앨범 녹음 대신 76년의 공연 내용으로 실황 앨범을 제작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77년 실황의 격렬함과 독특한 편곡이 조화된 명 실황 앨범 [On Stage]를 발표한다. 78년 멤버를 보강하고 [Long Live Rock & Roll]을 발표하여 2집의 격렬함과 1집의 다양한 음악성이 조화된 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나 드러머 코지 파웰을 제외한 전원을 교체하고 리치는 새로운 음악을 구상하게 된다.


3. 옛 동지 로저 글로버(Roger Glover)와의 작업

새로 보강된 멤버는 디오와는 다르지만 헤비메틀 보컬의 또 다른 전형을 보여주는 그래험 보넷(Graham Bonnet), 그리고 Deep Purple 시절 같이 활동했던 베이스 주자 로저 글로버였다. 특히 로저는 그룹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외에 키보드로는 돈 에이리(Don Airey)가 참가한다.

80년 [Down to Earth]를 발표하는데 여전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긴 하지만 디오 시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나며, "Since You''ve Been Gone"은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다. 이듬해 "Monsters of Rock" 콘서트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준 뒤에 그래험 보넷과 코지 파웰이 탈퇴한다.

새로운 보컬로 조 린 터너(Joe Lynn Turner)를 영입하여 좀 더 멜로디 중심의 대중적인 Rock을 하게 된다. 81년 [Difficult to Cure]를 발표하여 "I Surrender"를 크게 히트시켰다. 또한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을 편곡한 타이틀곡이 이후의 기타 중심의 음악을 자극시키기는 하지만 예전의 팬들로부터는 점차 외면을 받는다.

82년 [Straight Between the Eyes]와 83년 [Bent Out of Shape]에서는 변화된 그들의 스타일을 더 발전시키지만 전성기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84년 2기 Deep Purple의 재결성으로 그룹은 공중분해되고 만다.

그 후 86년 후기 레인보우의 공연 실황을 중심으로 하되 각각 디오와 그래험 보넷이 있던 시절의 미발표곡과 실황을 모은 회고 형식의 앨범 [Finyl Vinyl]이 발매된다.


4. 재결성

재결성한 Deep Purple은 처음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과거만큼 신선하지 않은 음악과 불안한 멤버 변동 끝에 93년 리치가 결국 다시 탈퇴하고 새로운 뮤지션들을 오디션 하여 95년 새 앨범 [Stranger in Us All]을 발표하게 된다.

과거에 향수를 가진 예전 팬들에게 환영을 받기도 했으나, 리치는 포크와 발라드 중심의 새로운 프로젝트 Blackmore's Night과 활동을 병행하다가 결국 새 프로젝트에만 전념하여 사실상 활동 중단 상태가 된다.

하지만 레인보우는 리치가 이끌었던 그룹인 만큼, 초기의 "Rainbow Eyes", "Catch the Rainbow" 등에서 보여준 전통을 새 프로젝트가 계승하고 있다.


5. 후기

수많은 훌륭한 뮤지션들이 그의 그룹을 거쳐가면서 그때마다 각각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내었으며 끝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해 온 리치 블랙모어는 이 후의 기타리스트들에게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많은 영향을 남겼다(80년대의 수많은 속주 기타리스트들 중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상당수이다).

50이 넘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 많이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 Blackmore's Night에 전념하는 등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글 / 박준택 (음악창고)



□ 데뷔/결성: 1975년
□ 활동/시기: 1970년대, 1980년대
□ 멤버: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기타),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보컬), 조 린 터너(Joe Lynn Turner, 보컬), 코지 파웰(Cozy Powell, 드럼), 밥 데이즐리(Bob Daisley, 베이스), 돈 에어리(Don Airey, 키보드), 밥 론디넬리(Bob Rondinelli, 드럼), 지미 베인(Jimmy Bain, 베이스), 로저 글로버(Roger Glover, 베이스)

독단은 때론 명반을 만든다. 이 명제를 하드 록 그룹 레인보우에 한정한다면 맞는 말이 될 것이다. 그룹의 전제적 리더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는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외고집으로 밴드 내 멤버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하지만 그의 완벽주의적인 조율과 컨트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메탈 역사에 길이 남을 나 , 과 같은 걸작들은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절대적인 영향을 얻고 악상을 사사 받은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이나 헬로윈(Helloween) 또한 야심차게 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리치 블랙모어라는 이름의 무게는 컸다. 그의 그 거대한 네임밸류는 딥 퍼플(Deep Purple) 재적 시절의 역작 , 를 통해 이미 입증된 것이었다. 이미 거대해져 버린 딥 퍼플에서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1974년 별 미련 없이 밴드를 나왔다.

그의 새 출발에 힘을 실어준 버팀목은 엘프(Elf)출신의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였다. 작달막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량을 뿜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리치에겐 커다란 위안거리가 됐다. 카리스마에서 그는 결코 리치에 떨어지지 않는 인물이었고 자아 강한 둘의 만남은 적절한 긴장감의 유지란 측면에서 밴드의 출범에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이 두 사람의 합작 기간이 레인보우의 황금기였다. 디오가 함께 했던 1978년까지는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와 디오의 보컬이 경쟁하듯 뒤섞이며 상호 상승 곡선을 그렸던 시기였다. 클래식이 바탕에 깔린 리치의 기타는 당대의 록 키드였던 바로크 메탈 뮤지션들에게 지침서가 되었고, 에너지가 넘치는 디오의 목소리 역시 수많은 록 보컬 지망생들이 거쳐 넘어가야 할 '필수교과'였다.

역시 이 때에 발표한 곡들 중에 애청되는 곡들이 많다. 'Man on the silver mountain', 'Catch the rainbow', 'Starstruck', 'Stargazer', 'Gates of Babylon', 'Kill the king'등 레인보우의 핵심 레퍼토리가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지만 뚜렷한 자기 주장을 소유한 두 명 사이의 '위험한 동거'가 영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1979년 디오가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뒤를 이어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프론트맨이 되길 결심하자 리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디오와 동등한 파워를 지닌 보컬리스트를 단기간 내에 구하기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었기에 리치는 레인보우의 자체 색깔에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새로 가입한 짧은 머리의 말쑥한 그레함 보닛(Graham Bonnet)은 이전보다 파퓰러해진 팀의 사운드에 걸맞는 보컬리스트였다.

후에 임펠리테리(Impellitteri)가 리메이크해 다시 한번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 'Since you've been gone'을 비롯, 'Lost in hollywood', 'All night long'등 수록곡들은 간결해지고 한층 더 다듬어졌다. 낭비하지 않고 핵심만 나열하는 연주가 앨범 전체를 채웠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스마트함과 현대적 느낌을 얻은 밴드는 그 반대급부로 그때까지 거두어들인 많은 노획물들을 버려야 했다.

가장 많은 손해를 감수한 것은 리더인 리치 블랙모어였다. 추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던 화려한 솔로 애드립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때까지 본연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놓지 못한 그레함 보닛의 목소리도 레인보우와 융화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사로잡은 팬들보다 이전의 풍성함을 그리워하며 떨어져 나가는 이들의 수가 더 많았다. 마침내 과오를 깨달은 리치는 그레함을 해고했고, 새 싱어를 찾아 나섰다.

3기 보컬리스트 조 린 터너(Joe Lynn Turner)를 맞이해 발표한 세 장의 앨범은 각기 다른 색깔을 보인다. 1981년 공개한 는 예전의 클래식적인 접근과 의 상업적인 전술이 접점을 이룬 음반으로 후반기 대표 싱글인 'I surrender'를 위시해 전작의 부진을 만회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테마로 도입되고, 키보드와 기타의 접전이 정면에 떠오른 이 작품은 초창기 멜로딕 메탈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1년 후에 나온 의 방법론은 다시 바뀌었다. 전작의 잘 세공된 듯한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투박하고 거친 하드 록이 가득했다. 이 앨범은 레인보우 역사상 가장 덜 정제된 음반이자, 다른 측면에선 기본으로 돌아간(Back-to-basics) 작품이다. 화려한 건반은 다시 뒤로 숨고, 스포트라이트는 기타와 보컬에게 맞춰졌다. 리치의 스트레이트한 연주와 조 린 터너의 시원스런 보이스의 매치 업은 서로 잘 어울렸다. 리치의 변덕은 차트에서는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지만, 무언가 '강한 것'을 내심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큰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레인보우의 사실상 마지막 정규 앨범인 7집 는 한 번 더 굴절되며 아트 록을 끌어들였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인스트루멘탈 'Anybody there', 'Snowman'은 레인보우가 가진 분광(分光)의 영역이 헤비 메탈에만 제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리치 블랙모어의 지도하에 일곱 가지 색깔의 영롱한 수채화를 완성했던 레인보우는 1984년 리더가 다시 딥 퍼플의 일원으로 가담하면서 그 생을 다했다. 이후 1994년 리치 블랙모어는 '리치 블랙모어의 레인보우'라는 이름을 걸고 앨범을 한 장 더 공개했지만 이 그룹이 오래갈 것이라 판단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레인보우가 어떤 위상을 지니는 밴드라고 규정짓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우선 이들은 헤비메탈을 빛낸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그룹이다. 그 주지의 사실 이외에도 이들은 많은 록 뮤지션들을 길러내는 요람 역할을 담당하며 그들이 팀을 떠난 이후에도 다른 밴드의 주축으로 자리잡게 했다. 한편으론 딥 퍼플과 함께 기타와 키보드간의 다양한 접속 경로를 탐사하여 후대의 그룹들이 그 미학의 지평을 활짝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들이 그렇게 초석을 놓고 길을 닦았던 헤비메탈은 쇠퇴하여, 더욱 골방의 세계로 침잠해 갔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색 창연한 거장의 풍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나고 있다.

                                         - 출처  :  http://www.alicer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