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논문을 보게 되면 한번씩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병'이라는 단어죠.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연륜이 오래될수록 조직의 질서유지를 위해 점차 많은 규정과 절차를 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많은 계층과 부서가 생김에 따라 조직 상하좌우간 의사소통의 장벽이 생기고 조직이 경직화되어 유연성과 활력을 잃게 되는거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바로 대기업병입니다.

기업이 대기업병이 걸리게 되면, 일명 관료병리현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관료병리현상이란 형식주의, 의식주의, 의사결정지연, 책임회피, 책임전가, 책임분산, 냉소주의, 무사안일, 의사소통단절 등의 현상을 말하죠.

그렇다면, 대기업병의 원인은 어디서에서부터 나타나는 걸까요?

몇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조직의 관료화
   일명 조직의 관료화란 개인 이기주의, 계층적 조직구조, 과도한 규정과 규칙, 비합리적인 평가제도,
   권위적인 경영자, 부적절한 책임배분, 왜곡된 기업문화에 의해 발생을 하게 됩니다.

   조직의 성장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低성장기에 들어가면서  간접비 부담이 늘어가고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면서 나타나게 됩니다.  CEO를 의식한 불필요한 행동, 지나친 조심성, 현상유지 고수등의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는거죠.
  

2. 조직의 경직화와 유연성 결여
   저는 이 부분을 가장 염려합니다. 조직의 경직화와 유연성이 결여된다는 말은 부서간의 벽이 견고하게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부서간 자료 공유를 하지 않고 부서가 피해를 받을까봐 조바심을 내며
   CEO의 관심 사항에만 손을 드는 행태들. 그리고 실익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하게 되고 서로 비판하게 되는 부서간의 벽!  
   이 부분이 바로 조직의 경직화와 유연성의 결여의 단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스탭 전문가들의 계수 위주의 경영방식
   재무전문가들은 중요한 목표를 숫자로 만듭니다. 일명 지표라는 것이죠. 기업은 재무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지표를 내세우며 목표를 이루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Quality보다는 생산량에
   마케팅보다는 규모의 경제에 창조적인 디자인보다는 원가삭감에, 거친 토론보다는 관려주의에
   우선 순위를 둡니다.

   GM 사례를 잠시 들자면,
   GM은 1958년 이후로 한번을 제외하고는 재무전문가를 CEO로 세웠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정부가 규제나 제한을 많이 내놓음에 따라,  창조자보다는 Risk 회피에 강한 재무전문가를
   선호하게 된 것이죠. 요즈음 기업에서 법률 전문가의 수를 늘리는 것 역시 Risk 회피적 입장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이카루스 패러독스
   먼저 이카루스에 대해 말씀 드려야 겠네요. 다 아실겁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대장간의 神 헤파이스토스의
   자손인  건축 공예의 명인 다이달로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섬의 왕인 미노스의 미움을 받아 자신이 만든 미로에  자신의 아들 이카루스와
   갖히게 되죠. 이때 다이달로스는 밀랍초로 날개를 만들어 아들인 이카루스와 탈출을 하게 되나,
   이카루스가 하늘을 날게 되었다는 자만심에  태양 가까이에 접근을 하여 밀랍초가 녹아 떨어져
   죽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즉, 자만심에 의한 위기의식 결여라고 할 수 있죠.
   자만심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은

   - 근시안적인 집착 (전에 성공한 제품에 집착하는 거죠. 신규개발없이)
   - 지나친 모험과 야망 (관련없는 곳에 투자를 확대하여 자원을 낭비)
   - 획일적인 관리 (마케팅 수완만 믿고 제품상 변화없이 실적위주의 영업 Push)

저는 위의 4가지를 원인으로 들었지만 분명히 더 많은 원인이 있을거라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병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초기 자각 증상이 없다.
   자각 증상없이 진행되어 회사의 활력을 빼앗고 마침내 도산으로  몰고 가는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암'과 비슷하죠.

2.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
   업종, 규모에 상관없이 면역성이 없어 모든 기업에 만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견 기업이라도 규모가
   어느정도 이르면 대기업병 증상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3. 치료보다 조기 예방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기업병은 일명 성인병과 비슷합니다. 성인병이 40세 이후로 나타나듯이  대기업병도 역사가 길고
   종업원들의 평균연령이 올라갈수록 발병확률이 높습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몸에 군살이 붙고
   그것을 방치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활력이 저하되듯이 대기업병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성인병. 아시다시피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4. 만성병으로 완치가 곤란하다.
   대기업병은 全사원이 자만심을 갖고 오랜세월에 거쳐 구축해온 영광에  안주한다면 대기업병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의식의 변화가 시급합니다.

5. 단일증상이 아닌 합병증상이다.
   이 역시 성인병과 같습니다.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면 히트상품이 없게 됩니다.  합병증 즉, 비전에 근거한
   장기계획의 부재, 영업현장의 끈기 부족  이러한 합병증으로 M/S가 지속 저하되고 있다면
   분명, 대기업병입니다.


이쯤 되면 글의 문맥상 해결책이 있어야 겠지요?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적습니다. 아니, 해결책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 같네요.

제 생각입니다만,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1. 기업의 정기적인 진단 (CEO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2. 부서간의 원활한 토론과 협의가 가능한 소통 개발

위의 2가지가 먼저 해결되어 하는 것 같네요.


잠시, GM의 증상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은

1. 종업원에 대한 무감각 (경영이 어려우면 해고하는 해고경영)
2. 생산성보다는 정치 지향성 조직
3. 비밀이 조장되는 등 의사소통의 왜곡
4. 과다한 Paper Work
5. 시장/고객 외면
6. 책임기피, 책임분산
7. 단기적 사고/실적 방식
8. 과거 답습
9. 혁신 혐오

등을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회사는 어떠한가요?
정말 오랜만에 글을 길게 쓴 것 같습니다.
입사 6년차 밖에 안된 대리가 이정도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자신의 레포트에 프로젝트에 치중해서 유관부서의 요청을 비웃듯이 무시한 적이 있나요?
유관부서의 토론요청에 '너희들이 우리의 상황을 알아?'라고 귀를 막은 적 있나요?
'너희도 안줬으니깐 우리도 자료 안줘. 두고봐 복수할거야'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너희가 영업을 알어?'라고 불평한 적이 있나요?
'안되는 것이 어딨어 무조건 실적 올려놔'라고 몰아 붙인적은 있나요?


어디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과 조직은 있습니다.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료 공유한 후에 자신의 뒤통수를 칠거라는 Risk의 정도도 알고 있습니다.

'모두 조직이 커서 그래.'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직이 10명이든 1,000명이든 100,000명이든
인원의 수와 규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조직이 적으면 적은데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면 되는거구조직이 많으면 많은 것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마련하면 됩니다.
물론 조직이 클수록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겠죠.

그럴 때일수록 혁신이 필요합니다. 뒤짚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이건 우리 회사에
어울리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방법이 때로는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즉, 대기업병 치료의 첫번째 주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조금 흥분을 한듯 하네요.  회사를 사랑하는 애사심이 저에게 충만한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회사가 대기업병에 걸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병. 제가 속한 회사는 절대로 걸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PS. 우에노 아끼라 라는 분이 만든 대기업병 체크리스트입니다.
      한번 체크해 보시죠. YES 10개 이상이면 이미 대기업병에 걸린겁니다.
  
    1. 경영자의 비전이 全임직원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가?
    2. 히트상품이 나오는 않은가?
    3. 조직이 비대화 되었는가?
    4. 의사결정의 속도가 늦나?
    5. 현장에 권한이 대폭적으로 위양되지 않았나?
    6. 책임과 권한은 명확하지 않은가?
    7. 부문간 횡적 유대관계가 약화었나?
    8. 가점주의와 실력주의가 애매한가?
    9. 실패를 두려워해서 리스크를 크게 염두하는가?
   10. 현상 안주 분위기로 조직이 긴장하지 않은가?
   11. 반대 의견없이 흘러가는가?
   12.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가 떨어졌는가?


출처 : http://www.samsung.net/blog/main/log.do?blogId=53513&logId=581883
         ( 양제성 삼성생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