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솔뫼 선생의 <산속에서 만나는 몸에 좋은 식물 148>

▲ 약초 전문 도서를 출간한 솔뫼 선생  

경남 양산 영축산 꼭대기에 토굴을 짓고 살아오면서 자칭 산도둑놈으로 알려져 있는 '솔뫼 선생'. 그가 하산하여 새로이 터를 잡은 영축산 자락의 솔뫼산야초 농장은 요즘 따라 찾아오는 사람들로 유난히 북적북적하다. 얼마 전 25년 산속생활 중에 발품을 팔며 연구해 온 약초도감인 <산속에서 만나는 몸에 좋은 식물 148>(그린홈)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솔뫼 선생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약초꾼의 후예로 어려서부터 우리나라 토종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학업을 마치자마자 아예 산속에 들어가 한 달간 맨손으로 토굴을 짓고 산속 생활을 시작해, 자연 생태와 식물을 연구해 온 햇수만 해도 25년.

매일 같이 산새 소리에 눈을 뜨고 고라니 울음 소리에 잠이 들기까지 산속 이곳저곳을 샅샅이 누비면서 식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해 온 솔뫼 선생. 특히 그가 태어나고 자라온 영축산 일대는 자연 생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천혜의 학습장이었다.

솔뫼 선생은 매일 식물들의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부터 꽃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관찰해 왔다. 또 식물의 독성과 약효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보면서 연구를 계속한 끝에 기존의 식물도감의 내용들을 뒤엎을 정도의 실질적인 정보와 독특한 해석으로 한권의 책을 완성했다.

예를 들면 겨우살이는 식물도감에 상록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겨울에만 푸르고 봄에는 뿌리만 남기고 잎과 줄기가 완전히 소멸하는 식물라고 한다.

교과서에서조차 새똥으로 씨앗이 번식된다고 알려져 있는 겨우살이 이야기도 재미있다. 솔뫼 선생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새가 끈끈한 열매를 입에 물었다가 삼키지 못하고 옆가지에 부리를 비비는 과정을 통해 씨앗이 퍼진다.

그는 "만일 새똥으로 번식된다고 한다면 겨우살이들이 이웃한 나뭇가지 꼭대기에만 서식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자연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오랜 관찰과 경험"이라고 말한다.

겨우살이의 경우, 새가 씨앗을 삼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새가 멀리 날아가거나 새똥이 땅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겨우살이는 실제로 보듯이 이웃한 나뭇가지에 군락을 지어 살 수가 없게 된다. 이처럼 이 책에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을 연구, 관찰한 사람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식물 생태가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다.

솔뫼 선생은 그동안 국내에 자생하는 상황버섯 24종 중에 1종을 추가로 발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 밑에서 자라는 '대구멍버섯'의 경우 기존의 도감에는 못 먹는 버섯으로 나와 있지만, 사실은 항암 효과가 있어 달여서 약용할 수 있는 약재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버섯은 모양이 비슷비슷한 종류가 아주 많을 뿐 아니라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라서 전문가조차 독성이나 약효를 일일이 알아내기가 힘들다. 솔뫼 선생은 "버섯도 개척할 여지가 많은 분야"라면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버섯 정보들을 다시 복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토종 식물의 모든 것, 꽃, 나무, 나물, 버섯의 생태와 특징 등과 함께 대를 이어 전수받은 약용법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랜 산속생활을 해오면서 터득한 자연생태를 소상히 소개해 수만 종의 식물 생태와 약용 식물의 유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안목을 키워주는 핵심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또 일반인들이 혼동하기 쉬운 유사식물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여 누구든 식물에 대한 안목을 키워갈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솔뫼 선생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원래부터 집필을 준비해 오기도 했지만 "그 아까운 지식을 혼자 갖고 있지 말고 세상에 꺼내놓아 달라"는 주변의 압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그는 "오랜 산속 생활을 해왔지만 식물에 대해 잘 알려면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나물과 꽃, 나무와 버섯에 대해 물어오지만 식물도감에 나오는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책상 앞에서 나온 정보가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보를 원한다는 말이다.

솔뫼 선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7천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취나물만 해도 60여 종이나 되며, 식물도감에 취라고 소개된 것만 해도 1백여 종이다. 이렇게 우리 산야에는 먹을 수 있고 약으로 쓸 수 있는 식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식물 한 종에도 유사종이 몇 가지씩 되고 그 중에는 독이 들어 있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진짜배기를 구별해 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우리 민족은 산속에서 조상 대대로 산에서 나물과 약재를 얻어 쓰며 생활해 온 산의 민족이라고 한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산에 나는 유익한 식물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들이 대부분 잊혀져 버렸지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혀진 것은 지금이라도 되찾으면 된다. 신토불이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진리"라는 것이 솔뫼 선생의 생각이다.

어릴 적부터 가풍처럼 신토불이를 실천해 온 솔뫼 선생은 지금도 외국산 야채나 과일은 입에 대본 적이 없다. 산속 생활을 하느라 외국산은 먹어볼 기회도 없었고, 토종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고 입맛과 몸에 맞기 때문이다. 솔뫼 선생은 보도 듣도 못했던 외국 식물들이 우리 산야,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앞으로 우리 산야에 잊혀진 온갖 약초와 야생화를 복원하여 우리의 자산, 우리의 얼을 지켜나가는 사업을 펼쳐나갈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솔뫼 선생이 하산한 이후 그를 찾아와 산야초를 공부한 문하생만도 전국에 3백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동안 배워둔 독수리 타법으로 홈페이지(www.솔뫼산야초.kr)에 토종식물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잡지와 신문에도 약초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약초책과 어린이를 위한 식물 이야기책 등을 집필 중이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단순한 지식이 아닌 자연 속에서 누리는 건강한 삶, 자연이 전해주는 삶을 꿰뚫는 지혜를 전해주고 싶다"는 그는 "세상에 무지만큼 큰 병은 없다. 알아야 활용할 수 있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자연 생태를 꿰뚫고 있는 독보적인 약초 연구가로 꼽히는 그의 이야기는 오는 10월 3일 오전 8시 반에 MBC방송 다큐멘터리 '고수를 찾아서'를 통해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 ⓒ 박서현 기자 (솔뫼 선생의 홈페이지 www.솔뫼산야초.kr의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