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값, 이렇게 깎아라

표시된 가격은 한 가지 제안일 뿐이다. 다음과 같이 하면 당신이 사는 물건마다 모두 할인받을 수 있다.


당신 스스로를 알뜰한 쇼핑객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할인 쿠폰을 모으고, 가능하면 한번에 대량으로 구입하고, 단골 상점의 크리스마스 직후 세일 기간을 놓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우리 주변에는 물건 사는 요령이 재고정리 염가매장을 돌아다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당신도 이런 사람들을 몇 명 알 것이다. 어쩌면 당신 누이는 점원을 굴복시켜 재고품 정리가격으로 물건을 사고는, 두세 개 덤까지 받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또 단골이 아닌데도 찾아가는 식당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공짜 음료나 후식을 받아내는 친구도 있다.

당신에겐 없는, 이들만이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바로 더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품위 있는 협상 기술이다. 여기서 '더 좋은'이란 말의 의미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 소비자 판매시장 내에서 고정된 물건 가격이란 거의 존재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놀라울 것이다.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백화점 옷값에서부터 가전제품이나 육아 용품, 심지어 병원 치료비까지도 깎을 수 있다.

와튼 경영대학 교수이자 '득이 되는 흥정: 합리적인 사람들의 협상 기술'의 저자인 G. 리차드 쉘은 "병원비에서부터 택시 요금까지 협상 못할 것은 없다"고 말한다. "MBA의 과정을 밟고 있는 내 제자들도 노트르담 금융가에서 동네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어떤 상황에서든 협상하라고 배우고 있다."


게임의 법칙

1.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라.
좋은 흥정의 선행 조건은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라고 네고시에이션 스킬사(Negotiation Skills Co.)의 스티븐 P. 코헨 사장은 말한다. 당신은 어디에서 최상의 조건으로 상품을 구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코헨은 재미있는 일화를 한 가지 들려줬다. "레이스 제품으로 유명한 카나리 군도를 찾은 한 남자 관광객이 우연히 레이스 식탁보를 팔고 있는 한 여성과 마주쳤다. 그는 힘겹게 흥정을 거듭한 끝에 6달러를 주고 이 테이블보를 샀다. 그 다음날 그는 똑같은 식탁보가 상점에서 6달러에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한 것은 흥정한다고 해서 반드시 최상의 거래가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항상 준비된 상태에서 물건을 사라. 예를 들어 오디오를 장만할 때 다른 가게에서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면 확실히 안전한 입장에서 물건 값을 깎을 수 있다. '바보들의 협상'의 저자인 마이클과 미미 도날슨 부부는 고가의 물건을 구입할 때는 사전에 '소비자 보고서'(Consumer Reports)를 검토하고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흥정에 나서기 전 더 많은 정보를 가지면 가질수록, 좋은 조건에 거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골 가게를 정해놓고 자주 찾는 쇼핑객들에게 어떻게 해서 할인 혜택을 받는지를 물어보라. 한번에 여러 개의 물건을 살 때 가격을 깎아주는 상점이 있는가 하면, 외상 거래 구좌를 터논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상점도 있다고 쉘은 귀띔했다. 어떤 혜택을 이용할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2. 흥정 상대를 제대로 골라라.
주문한 DVD 제품의 선적료를 깎기 위해 전화상담 센터 견습 직원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아무에게나 물어본다고 손해 될 건 없지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책임자와 직접 부딪혀 흥정에 나서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쉘은 말했다.

이런 협상 상대로는 대개 중견 간부나 매장 관리자가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원칙이 있을 수 있다.

쉘은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한개 층 매장 관리자는 자기 마음만 내키면 임의대로 10% 정도 할인혜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가격을 흥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상점에서도 매장 관리자라면 당신을 도와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줄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 그리고 당신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려고 노력할 만한 중견 간부 사원을 찾아 나서라.

3. 질문을 많이 하라.
자 이제는 당신이 사전 조사한 정보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기회다. 매장 직원에게 어떻게 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질문함으로써 가격 인하를 위한 협상의 포문을 열어라.

쉘은 "이 원칙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며 "90%의 사람들이 단지 물어보지 않아서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정중히 물어봐야 한다. 이점을 기억하라. 상점과 매장 직원에게도 이득이 될때 좋은 거래가 성사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다는 점을.

신용 카드 대신 현금으로 지불하면 할인 혜택이 생기는지, 매장에서 치워 버리려는 전시용 제품을 사면 할인이 되는지, 거래를 새로 트면 가격을 깎아 줄 수 있는지, 하자 보증서를 따로 구매하면 어떤 혜택이 오는지 등을 꼼꼼히 물어봐야 한다.

4. 부드럽게 대하라.
질문하는 것은 매우 좋다. 하지만 속사포 같은 질문-응답 형식이 되지 않도록 해라. 이곳은 기자 회견장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느긋한 자세로 가능한 한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도날드슨 부부는 공감대 형성이야 말로 중역 회의실에서건 스웨터 가격을 깎을 때건 간에 성공적인 협상을 이끄는데 초석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쉘은 가벼운 신체 접촉이나 친근하고 상냥한 태도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코헨은 "매장 직원을 공손히 대하고, 제품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는 탁 터놓고 정직하게 물어라"라며 그가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인양 대한다면 가격을 깎아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전문 분야를 물어라. 만약 질문 받은 매장 직원이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당신의 부탁보다 더 많은 것을 도와주려 할 것이다."

5. 배짱 대결은 금물이다.
명심해야 할 점은 자존심을 너무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널리 퍼져있는 근거 없는 낭설 중 하나가 거드름 피우며 판매 점원을 구슬릴 수 있는 달변가는 항상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실보다 더 좋은 방책은 없다.

"점원을 상대로 구매자가 일방적으로 흥정하려하면 물건을 팔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쾌한 기분만 남게 될 공산이 크다"고 코헨은 말했다.

NEW YORK (CNN/Money) / 오병주 (JO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