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날의 초상 ]
피타고라스 방법
배음들은 한 옥타브 내에서 보면 1:2, 2:3과 3:4 등등의 주파수 비로 화음을 이룬다. 1:2의 관계는 옥타브의 관계이므로 결국 같은 음이다. 피타고라스 방법은 주어진 줄의 길이를 2:3의 비율로 줄이거나 늘리는 방법이다. 이는 온음계를 기준으로 하면 완전5도씩 음을 쌓거나 내리는 방법이다. 아래 그림은 도(C)를 기준으로 했을 때 2:3의 비율로 줄이거나(내분) 늘린(외분) 것이다. 길이가 2/3로 줄어들면 완전5도 위 솔(G)이 나오고, 길이가 3/2로 늘어나면 완전5도 아래 파(F)가 나온다.
이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 두 가지 방법으로 음을 각각 구한 후 같은 음끼리는 서로 비교하여 정수비가 작은 것을 택해 음계를 만든다. 처음에 음을 높여가며 음계를 만드는 방법을 올려쌓는 방법이라 하고, 반대로 내려가며 음을 만드는 방법을 내려쌓는 방법이라고 하자. 편의상 올려쌓는 방법에서는 기준 줄의 길이를 1이라 하고, 내려쌓는 방법에서는 그 반인 1/2이라고 하자. 내려쌓는 방법에서 기준 줄의 길이를 반으로 줄인 이유는 올려쌓은 방법으로 나오는 음과 같은 옥타브 내에서 음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줄의 길이는 모두 1/2에서 1 사이로 같은 옥타브 안에 있다.
올려쌓는 방법 : 길이를 2/3로 줄이고, 또다시 2/3로 줄이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1/2보다 작아지면 두 배를 한다.
내려쌓는 방법 : 길이를 3/2배 늘리고, 또다시 3/2배 늘리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1보다 커지면 반으로 나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올려쌓는 방법에서 음을 내는 처음 줄의 길이가 1이므로 그다음 줄의 길이는 2/3로가 된다. 그다음 줄의 길이는 줄어든 이 줄의 또 2/3로이니 4/9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1/2보다 작으므로(옥타브 위) 두 배하여 8/9이 된다. 세 번째 음은 두 번째 음의 2/3로인 16/27이 된다. 네 번째 음은 32/81로 다시 1/2보다 작으므로 2를 곱하여 64/81가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길이가 1/2보다 작게 되어 두 배 하는 과정이 포함된 곳은 ‘2, 4, 6, 7, 9, 11’번째로 모두 6곳이다. 기준 음을 C라고 하면 처음 생성된 음은 완전5도 높은 G음이 된다. 그다음 과정에 한 옥타브 높은 D음이 생성되나 이를 두 배 했으므로 같은 옥타브 안의 D음이 생성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다음과 같은 표를 얻는다. 소수로 표현한 항목이 있는 이유는 크기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함이다.
12번째 생성된 음은 처음 음의 옥타브와 일치하지 않고 그것보다 약간 더 높다. 원래 음의 옥타브 위는 정확하게 길이의 반인 0.5이다. 이 약간의 차이가 화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기본 줄의 길이를 2/3배 하여 구한 완전5도 위의 음은 한 옥타브 위의 음에서 완전4도 아래인 음과 같다. 다시 말하면 C에서 완전5도 위 음 G는 옥타브 C에서 완전4도 내린 음이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2/3=1/2x4/3이다. 띠라서 기본 줄의 길이를 2/3배 한 것은 기본음의 옥타브 음의 길이인 1/2에 4/3배를 하여 내려가며 음을 찾는 것으로 그 결과는 위 표와 같다.
내려쌓는 방법에서 기본음을 내는 줄의 길이는 1/2이므로 그다음 줄의 길이는 3/2배 한 3/4이 된다. 그다음은 9/8이나 이것은 1보다 크므로(옥타브 아래) 반으로 나누어 9/16가 된다. 세 번째 음은 두 번째 음의 3/2인 27/32이 된다. 네 번째 음은 81/64이 되나 이 역시 1보다 크므로 반으로 나누어 81/128이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길이가 1보다 크게 되어 반으로 나누는 과정이 포함된 곳은 올려쌓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2, 4, 6, 7, 9, 11’번째 모두 6곳이다. 기본음을 C라고 하면 첫 번째 음은 완전5도 낮은 F 음이 된다. 그다음 과정에 한 옥타브 낮은 Bb 음이 생성되나 반으로 나누었으므로 같은 옥타브 안의 Bb 음이 생성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또다시 반복하면 다음과 같은 표를 얻는다. 이 표에서 나온 길이의 비를 두 배하여 역수로 만들면 올려쌓는 표에서 제시한 길이의 비가 된다.
12번째 생성된 음은 처음 음의 옥타브 아래와 일치하지 않고 조금 더 낮다. 따라서 올려쌓기나 내려쌓기나 기본음과 12번째 생성된 음의 음 간격은 한 옥타브를 약간 넘는다. 이 차이를 ‘피타고라스 콤마(Pythagorean comma)’라고 한다. 두 방법의 피타고라스 콤마를 비교하면 올려쌓는 방법에서 옥타브 위인 0.5와 12번째 줄의 길이의 상대적 오차는 0.5를 12번째 줄의 길이로 나눈 것이다. 즉 올려쌓는 방법의 12번째 줄의 길이를 두 배한 수의 역수로, 이는 내려쌓는 방법의 12번째 줄의 길이로 서로 같다.
1/(2*(262144/531441))=1.0136
즉 피타고라스 방법으로 음을 만들면 옥타브에서 1.36% 정도의 음의 차이가 생긴다. 이는 귀가 예민한 사람이면 알아차릴 정도의 오차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두 피타고라스 방법으로 생성된 음들을 음의 높이 순으로 나열하고 그 길이를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차는 내려쌓음에서 올려쌓은 것을 뺀 것이다. 두 방법으로 나온 각각의 음들은 서로 같지 않고 약간의 오차가 있다. 정수비가 간단할수록 잘 어울리므로 같은 음에서는 정수비가 간단한 음으로 택하면 그것이 피타고라스 음계가 된다.
길이의 차가 모두 양수인 것으로 보아 내려쌓는 경우의 줄의 길이가 올려쌓는 경우보다 모두 약간 더 길다. 즉 내려쌓는 경우의 음이 아주 조금 떨어진다. 그 차이는 약 1% 안팎이다. 이 두 음 중 정수비가 간단한 음으로 정리한 것이 피타고라스 음계이다.
다음 표는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반음계와 온음계의 이웃한 음끼리의 차이로 각 음에서 이웃한 낮은음으로 나눈 비이다.
이 표에서 보듯이 온음계에서 온음 사이의 간격은 모두 그 비가 8/9로 동일하며 반음 사이도 모두 243/256로 같다. 그러나 반음계에서는 반음 사이의 간격이 모두 일정한 것이 아니라 243/256과 2048/2187가 교대로 나온다. 즉 반음끼리라고 그 음의 차이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243/256 > 2048/2187이므로 미(E)와 파(F) 사이의 반음 차이가 파(F)와 피(F#) 사이의 반음 차이보다 더 좁다. 왜냐하면 높낮이는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43/256과 2048/2187을 각각 피타고라스의 림마(Limma)와 아포토메(Apotome)라 하며, 중국에서는 소반음(小半音)과 대반음(大半音)이라고 한다.
피타고라스 음계를 따르면 기본음보다 온음 높은음은 줄의 길이가 기본음일 때 길이의 8/9일 때 나오며, 반음 높은음은 기본음일 때 줄의 길이의 243/256일 때 나온다. 따라서 반음 위의 반음이 온음 높은 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C보다 반음 높으면 C#이고 C#보다 반음 높으면 D이다. 그러나 C를 내는 줄의 길이를 1로 보았을 때 0.8889 = 8/9 < 243/256 x 243/256 = 0.9010 이므로 반음씩 두 번 올라온 음이 온음 높은 것보다 음이 낮다. 피타고라스 콤마는 반음씩 두 번 올라 온음이 되기 위해 부족함을 메우는 수로 사용된다. 즉 8/9 x 531441/524288 = 243/256 x 243/256 으로 반음정 올린 음과 반음정 내린 음 사이의 간격이 피타고라스 콤마이다. 참고로 피타고라스 콤마 531441/524288를 소인수 분해하면 3^12/2^19 이다.
88개의 표준 피아노 건반에서 가장 낮은 C1에서 출발하여 가장 높은 C8에 도착하려면 한 옥타브씩 7번 올라가거나 또는 완전5도씩 12번 올라가면 된다. 이를 수식적으로 표현하면 (1/2)^7 = (2/3)^12 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성립한다면 3^12 = 2^19 가 된다. 왼쪽은 홀수이고 오른쪽은 짝수이다. 이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바로 피타고라스 콤마가 이 두 수의 간격을 채워준다.
(1/2)^7/(2/3)^12 = 3^12/2^19 = 1.01364
화성을 주로 사용하는 서양 음악에서 피타고라스 콤마란 부족한 2%에 해당한다. 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 결과 순정률과 평균율이 나왔다. 피아노는 평균율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한 옥타브씩 7번 올라가거나 또는 완전5도씩 12번 올라가면 두 음은 일치한다.
단순 정수비 순정률
피타고라스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피타고라스 콤마가 생기는 것이다. 한 옥타브 안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옥타브 아래위로 음을 쌓다 보면 약간의 차이로 불협화음이 생긴다. 이는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일부 음에 대해서 그 정수비가 복잡하다. 음정은 그 차이가 간단한 자연비일수록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는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정수비가 복잡한 비, 즉 분모와 분자가 둘이나 세 자리인 경우 약분이 가능한 가까운 수로 대체하여 간단한 정수비로 나타냈다. 길이의 비는 진동수(주파수)의 비와 반비례하므로 이제부터는 진동수의 비로 살펴보자. 진동수가 클수록 음이 높고 작을수록 음이 낮음을 상기하자.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정수비가 복잡한 경우 좀 더 단순하게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81/64=80/64=5/4, 27/16=25/15=5/3, 243/128=240/128=15/8
즉 도의 진동수를 1로 보았을 때 미에 해당하는 비 61/64 대신에 5/4로, 라에 해당하는 비 27/16 대신에 5/3로, 그리고 시에 해당하는 243/128 대신에 15/8로 대신하여 순정률의 비가 모두 피타고라스의 비보다 약간 작다. 다음 표는 도(C)의 진동수를 1로 했을 때 피타고라스 음계와 순정률의 진동수를 비교한 것이다. 차이는 피타고라스에서 순정률을 뺀 것이다. 그 차이가 모두 양수이므로 순정률이 E, A, B 음에서 모두 약간 낮다.
순정률의 음계로 보면 주요 화음인 ‘도미솔’, ‘솔시레’, ‘파라도’는 모두 진동수의 비가 4:5:6이다. G7 화음인 ‘G-B-D-F’의 진동수의 비는 36:45:54:64이다. 그러나 64를 63으로 약간 바꾸면 이는 4:5:6:7로 간단히 표현이 된다. 보통 사람은 G7을 36:45:54:64의 비로 듣기보다는 4:5:6:7의 정수비로 듣게 된다고 수학자 오일러는 주장한다.
순정률에도 문제가 있다. 다(C)장조의 노래 ‘도도솔솔 라라솔’을 한 음 올려 조옮김하면 라(D)장조 ‘레레라라 시시라’가 된다. 이때 원곡의 ‘도-솔’의 진동수 비는 2:3이나 조옮김한 곡의 ‘레-라’는 27:40으로 서로 다르다. 이 차이는 불협화음으로 인식할 정도로 크다.
9/8 : 5/3 = 27:40 != 2:3 = 1:3/2
따라서 순정률 역시 피타고라스 방법과 똑같은 조옮김이 불편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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