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기타리스트에게 바라는 방향

                                                                                                        - 뮬 ID:young22(머글)   2015-02-10 오전 2:40:00


오늘 문득 그래미시상식에서 AC/DC의 앵거스영옹께서 연주하는 기타를 듣고 드는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내용은  제가 걸어온 기타수련(?)의 걸음과는 정말 반대되는 얘기입니다만.. 개인적으로 20여년동안 잘못된 길을 걸었던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서 비판의 대상은 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훌륭한 기타리스트란?

 

우리나라 기타리스트 또는 기타리스트 지망생들에게 좋은 기타리스트라는 명제는 좋은 테크니션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과연 현란한 손가락스피드, 난해한 기교, 해박한 음악이론이 당신을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만들어 줄까?

 

 

음악인의 색깔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우리나라 기타리스트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덴티티(Identity)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기타리스트도 결국엔 음악인입니다. 빌보드가 되었건 국내 음악프로가 되었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건 대부분 멜로디가 좋거나, 가사가 좋거나, 리듬이 좋거나 등등 의 이유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음악인은 그러한 요소들과 더불어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훌륭한 가수는 첫음을 내뱉는 순간 아…이건 누구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죠. 위아더월드 같은 곡에서 다양한 여러 가수들에 대한 그런 카타르시스를 누구나 느꼈을것이다. 오랜 세월, 대가로 인정받는 가수일수록 강렬한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가게 마련입니다. 이 목소리는 스팅같기도 하고, 스티비원더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이런경우가 있을까요?

 

우리가 어떤 가수나 음악인의 팬이 되는 이유는 그 사람의 다음 레코드에서 내가 좋아했던 그 느낌을 계속해서 동일하게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그 만큼 음악인은 그만의 색깔과 맛으로  팬들을 만들어가야합니다.

  

 

좋은 테크니션 = 좋은 기타리스트 ?

 

좋은 기타리스트 중엔 좋은 테크니션이 많지만, 그반대는 꼭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유명 음악시상식에서 테크닉에 대해 시상한다는건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또한 일부 연주인 관련층들을 제외하곤 어떤 사람들도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기술때문에 좋아하는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툭하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되는 Yngwie같은 Virtuoso에 대한 비하를 하자는건 아닙니다. 그러한 기술들도 일종의 자기 색깔이 되기도 하고, Yngwie 음악도 속주없이 한두음만 들어도 Yngwie 임을 알수 있는 그만의 아이덴티티가 엄청난 연주인임에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기타리스트의 역사

 

다시 우리나라 상황에서 지난 우리나라 기타음악의 역사를 보자면, 기타연주인을 평가할때 전영혁 평론가 시절부터의 미덕이 항상 음악자체보다는 테크닉으로 평가하는게 버릇이 되었던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 음악에 있어서 연주인은 항상 을의 위치였던 탓도 큰것 같습니다.

 

좋은 기타리스트는 자신만의 음악인으로서 평가 받기 보단, 항상 좋은 가수나 프로듀서들에게 반주자, 세션맨으로 선택받아야 하는 을의 위치였던게 사실이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아이덴티티보단  이것저것 다 잘할수 있는 만능 기술자여야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록의 원산지 서구의 음악에서 기타리스트는 많은 그룹음악의 중심이 되어왔고, 그 기타리스트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경우가 많았던 반면, 우리나라에서 기타의 위치가 과연 노래보다 우선시 되는 경우가 있었을까?  안타깝지만,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개인적인 생각으론 단 한번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메탈음악이 반짝했던 시절조차도 결국 최종 승자는  임재범,이승철,김종서 등이었던게 사실이고, 그나마, 훗날 연예프로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김태원,신대철,김도균씨가 지금정도의 입지를 갖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중의 취향의 탓이 가장 크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기타리스트들의 음악적인 잘못된 성향도 분명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구 록음악에서의 기타음악 성향

 

우리가 아는 서구의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 정말 강렬한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롤링스톤즈나 기타 음악지에서 역대 최고의 기타리프나 솔로를 선정하는것을 보면 우리가 아는 테크니션들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훌륭한 기타연주는 생각보다 복잡하지않죠. 연주자체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표현이 강렬하다는 특징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모두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에릭클립톤은 속주를 할 필요가 없고, 지미페이지는 리프음 몇개로 세계최고의 기타리스트 반열에 올라있고, 아마 그가 라이트핸드를 구사할줄 아는지 궁금한 사람도 없을것이고, 앵거스영에게 하모닉마이너스케일이나 디미니쉬스케일 속주를 기대하거나,바라는 사람도 없을것 같습니다. 반면에 잉베이는 재즈연주를 할 필요도 없구요.

 

한시대를 풍미하고 록의 최고 경지에 오르는데는 코드 3개로도 충분할수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장 빠지면 안되는게 있다면  그건 자신의 색깔입니다.

  

우리나라 기타음악인들의 현실을 생각해 봅니다. 속주는 기본에 서커스같은 태핑,아밍등등에, 한때 얘기처럼 솔로는 잉베이에 리프는 메탈리카, 블루스한다면 스티비레이본필도 좀 낼줄 알아야되고, 재즈스러운 스케일도 쭉쭉 뽑아져 나와야 프로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듣게 되는 우리나라 기타연주인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정말 테크닉의 과잉을 느끼게 됩니다. 할줄 아는건 다 넣어야 되는것 같습니다. 하나의 테마를 표현하는데 오만가지 기술이 다 들어가고, 도무지 생략의 미학이라곤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남들의 것들로만 섞여 있고, 화려한듯 하지만, 결국 자기의 느낌이라곤 찾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기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단 기본적으로 테크닉들과 이론들 부터 다 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론은 중요하지만,  결국, 이론은 창작을 도와주는 도구일뿐입니다. 소설을 잘 쓰기위해 문법 공부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필요한것이긴 하지만, 우선적인것은 아닌거죠. 카피와 이론이 필요한 만큼,  지난 대가들과는 다른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일이 창작의 최우선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이 많은 서구 기타리스트들의 플레이를 복제해내고,  또 훌륭한 이론과 기술을 익히지만,

기타키즈들의 환호속에 일반대중과의 괴리감은 커져만 가는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수십년간 전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굴지의 기타리스트의 입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유명가수의 반주자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슬픈건…  그들이 홀로 해내는 음악들에서조차 전혀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를 찾아낼수 없다는 부분 입니다.

  

 

결론

 

그렇다고 이건 결코 비관론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색깔이라는게 수십년에 걸친 테크닉의 연마보다 훠~얼씬 쉬울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멜로디가 느릿느릿하더라도  인상적인 멜로디를 보여주고, 기타 경력 몇년밖에 안되어도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추앙받을 수 있는 그런 음악환경을 보고 싶습니다.

 

일반대중 누구나 기억하는 신중현씨의 미인, 송골매의 세상만사 같은 우리가요사의 인상적인 기타리프가 채10개도 생각이 안나는것 같습니다.

 

좋은 기타리스트가 되기위해 5년-10년씩 이카피 저카피 다 해야되고, 이기술,저기술 다 배워서 해야된다는 인식은 정말 시간낭비, 재능낭비, 돈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사족...

 

아이들 때문이거나,  간혹 뭔가 이벤트때문에 간혹 부페음식을 먹을때가 있습니다. 부페음식을 먹고나서 항상 드는 생각은.. 화려하게 뭔가 많이 먹긴 했는데, 결론은  뭘 먹은지 모르겠다… 그냥 저녁은 김치찌개 같은거 하나만 잘하는 집에서 먹는게 나은것 같다…였던것 같습니다.

 

앵거스영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기타리프 하나하나가 정말 가슴에 불을 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