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이어매여 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곧 가면 누른해 흰달 가는비 굵은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제야 뉘우친들 어이리


【 정철 : 008 참조 】


[ 註 ]

- 산놓고  : 셈을 하면서
- 유소보장 : 호화롭게 꾸민 상여
- 울어 예나 : 울며 따라감
- 어욱새 : 억새풀
- 잿납이 : 회색 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