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은 승자처벌법

金永龍 < 전남대 교수·경제학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부당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그 의도와는 달리 경쟁을 억제하는 법률이다.

공정거래법이 경쟁 억제법인 것은 경쟁의 출발점이 되는 사유(私有)재산권을 쉽게 침해하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경쟁은 사유재산권을 전제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는데,법률은 공정거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뜻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소유제한,의결권 제한,진입제한,행위제한 등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공정거래법이 경쟁촉진법이 되려면 '경쟁' 개념이 바로 서야 한다.

그러나 법률이 전제하고 있는 경쟁 개념은 '경쟁 촉진'이 아닌 '경쟁 억제'를 뜻하고 있다.

경쟁의 본래 의미는 동적(動的)인 '과정(process)'을 의미하는 것이지 정적(靜的)인 '상태(state)'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사업자가 정부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 지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경쟁 과정을 통해 나온 일시적 상태를 의미한다.

그 상태가 높은 시장점유율로 나타났다는 것은 그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들보다 경쟁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므로,이는 장려의 대상이지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기업결합이나 카르텔도 본질적으로 경쟁이라는 발견적 절차에 따른 산물이다.

자발적 카르텔은 각자가 소유하는 자산의 운용을 중앙 조직의 의사결정에 맡기고 그에 따른 이득은 상호 계약에 의해 나누는 것이다.

자발적 기업결합은 각자 소유하던 자산을 합쳐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이윤은 상호 계약에 의해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결합은 항구적인 카르텔이다.

두 조직 형태 모두 기업들이 소비자의 선호,생산요소 가격,생산기술 등의 시장 여건에 대해 가졌던 지식 부족으로 생긴 오류(誤謬)를,이제 경쟁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지식에 의거해 수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산물이다.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도 않다.

따라서 이러한 자발적 조직의 탄생을 규제하는 것은 경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결국 공정거래법은 경쟁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더 나은 기회를 포착하고,이전의 오류를 더 빨리 수정함으로써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한 성공적인 사업자에게 규제의 탈을 씌워 처벌하는 법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불공정거래법이며 승자 처벌법이다.

공정거래법과 같은 입법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각종 규제로 상업 활동이 제약받아 잃게 되는 생산 감소는 물론,규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소요되는 자원 낭비,이러한 입법들의 효과 분석,개선 및 폐지 노력 등에 쏟아붓는 학자들의 지적 낭비 활동 등이 모두 잘못된 입법의 폐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전(法典)의 길이는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입법 건수가 의정 활동의 성과로 평가받는 국회의원이나 상상의 날개를 편 머릿속에서 세상 설계도를 많이 만들어낼수록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공무원의 세계를 보면 법전이 길어지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길어진 법전은 모두 국민들의 삶을 옥죄는 규제로 이어진다.

각종 규제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은 규제는 완화되거나 개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완화나 개혁은 일시적 행정 사항에 국한될 뿐,규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더 강화된 모습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수많은 규제 연구를 통한 폐해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 모양과 형태를 달리하면서 확대돼 가는 규제의 실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규제 폐지만이 질곡(桎梏)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