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몸 사용기 (필독 구걸)    -   Mule  ID:regenet ( 2013-07-10 오전 10:22:00)


캐스터 : (다른 선수를 지칭하며) 아무래도 마흔이 되면 파워가 많이 떨어지죠
박재홍 : (뭔가 빈정상한 말투로) 절대 안 그렇습니다.
캐스터 : (다소 당황스럽지만 쪼개는 말투로) 그런가요?
박재홍 : (강한 어조로) 근력과 지구력 절대 젊은 선수에 밀리지 않습니다.
캐스터 : (재미있다는 말투로) 그럼 어디가...?
박재홍 : (수그러드는 말투로) 순발력이 좀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회복이 느립니다. 경기 한번 뛰고 나면 전에는 그 다음 경기도 팔팔했는데, 그게 달라지네요. 부상이라도 한번 당하면... (한숨)
캐스터 : (안쓰러운 목소리로) 아... 그렇군요.

악기 사용기 란에 이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몸, 정신(마음), 돈 사용기'로 3부로 구성해서 써 보겠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든 좁은 의미에서는 이 세가지가 음악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3가지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음악 자체이지만, 음악/악기의 실기 & 이론에 대해서는 제가 감히 뭐라 말씀드릴 만한 수준도 안 되므로 그래도 좀 겪어 본 위 세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73년생 사무직 직장인 남자입니다. 뭐든 다 평범합니다.
이 글을 쓴 목적은 크게 다음 세가지입니다.

1)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께서는 덧글로 고견 부탁드립니다.
2) 저보다 연배가 낮으신 분께는 (특히 제 나이가 다가오는 분들) 앞으로 다가올 삶을 미리 살펴보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3) 저와 동년배인 분께서는 서로 도움이 될만한 의견들을 교환했으면 합니다.

자... 그럼, 첫번째 주제. <몸>입니다. 

몸! 어렸을 때, 특히 이십대에 어르신들이 하시는 '몸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 잃으면 다 잃는다. 쿨럭~'하시는 말씀 들으면 막 짜증났습니다. 저랑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 몸의 변화
참 신기하게도 40의 나이가 되면 몸이 변합니다. 의학/건강 관련된 책을 참 많이 읽었고, 의사선생님들께 여쭤어 보아도 그건 의학적으로 그렇게 나와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주위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면 비슷하더군요. 40이라는 나이를 전후로 몸이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는 게 과반수 이상의 답변입니다. 그럼 어디가 달라지는가.... 머리카락이 가늘어집니다 (탈모의 시초입니다). 똑같은 운동을 해도 효과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회복이 현저히 느려집니다. 순발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야구의 황금기라는 저와 동갑내기 73년생들 -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박재홍 염종석 정민철 등등 - 등의 슈퍼 히어로 중에서 박찬호, 박재홍 선수가 작년까지 운동을 하고 은퇴한 게 이해가 갑니다. (맨 앞에 쓴 대화는 저주받은 기억력을 더듬어 약간 각색하여 써 보았습니다) 몸으로 먹고 사는, '리틀 쿠바' 소리 듣던 선수의 한 말이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좀 빗나간 이야기지만, 요즘 박찬호 선수 자서전 읽으면서 참 감동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야구 볼 때마다 이병규, 이승엽, 송지만 선수같은 노장(?!)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전 두산팬이지만, 이들은 열심히 응원합니다.)

중요한 건, 만약 이런 사실을 좀더 알았더라면, 몇년 전부터 미리 대비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후배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리오니, 살을 빼고 싶으시면 38살 전에 완료하세요. 40 넘어가면 정말 열심히 운동해도 근육량, 체지방량, 순발력, 근지구력 등등 한달에 009 게이지만큼 늘어납니다. (오! 간지 나는 비유!)

2. 운동
이제 관절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달리기 하다가 무릎 발목 허리 날아갈까 두렵습니다. 십대에는 '졸라 연습하면 슬램덩크는 못 하더라도 백보드보다 더 위 림 비스무레한 데까진 점프하겠다' 싶었죠. 이승환이 괜히 '덩크슛 한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어쩌고 노래를 불렀겠슴까? 달리기 예찬론자들도 많지만, 부상이 두렵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뭐든 무리한 운동은 위험합니다. 특히 제 나이엔... ㅠㅠ (작년에 줄넘기 하다가 석달간 앓았습니다 ㅠㅠ) 몸짱? 식스팩? 그런 거 포기하십시오. (비의 식스펙이 부럽지만, 전문의의 의견을 들어보면 보기엔 근사하나 망가진 몸이라 하더군요. 뭐라더라... 보기 좋은 몸이지만 실은 좀비라고... )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입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피트니스 센터 꾸준히 다니고, 로드바이크(사이클), MTB, 수영, 농구, 라켓볼 등등 두루두루 해 보았지만 중년이 넘어서면서 가장 좋은 운동은 '앞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 칠순 넘은 철인삼종경기 참가자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현혹되지 마십시오. 그들은 진짜 아이언맨입니다.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저 할배도 하는데 내가...' 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겪어본 것 중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1) 걷기 2) 자전거 3) 수영 입니다. 그중에서 전 2번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숨이 가빠질 만큼'의 강도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순식간에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BBC의 다큐멘타리 중에 일주일에 단 한번, 붙박이 자전거에서 전력으로 페달질을 하는 걸로도 운동은 충분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걷기는 강도가 높아지려면 경사가 가팔라지거나(등산), 속도가 빨라져야(달리기) 합니다.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옵니다. 수영은 '어푸어푸'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자전거는 3분만 강하게 페달질해도 숨이 찹니다. 심장과 허파가 튼튼해집니다. 그래서 전 자전거와 걷기를 주로 합니다.

걷기는 공원 산책 + 거리나 백화점이나 마트 산책이 좋더군요. 특히 마트 산책 좋습니다. 카트에 상체를 기대고 천천히 발끝으로 걸으면 종아리와 햄스트링(허벅지 뒷쪽 근육)과 대둔근(엉덩이)까지 근력 운동 상당합니다. 런닝머신 위에서 걸으면 30분도 참 지루합니다. TV 보면서 걸어도 지루하죠. 그렇지만 마트에서 걷거나 거리에서 걸으면 한시간 금방 걷습니다. 명심하세요!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직업은 스포츠맨입니다. 졸라 운동하면 졸라 일찍 죽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쪼개져도 하루에 한시간은 걷자구요!

3. 잠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중 올빼미 많으시죠? 얼리버드를 권하는 사회이지만 그 이면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죽도록 일하라'라는 기득권자들의 무서운 세뇌가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사이클이 있습니다. 새벽형 인간도, 올빼미형 이간도, 종일형 인간도 있습니다. 직장생활하다보면 특히 잠자는 시간이 엄청나게 불규칙해지더군요. (이 부분에서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제일 불쌍합니다. 비행기 타면 진상 떨지 맙시다) 차라리 조금 적게 자더라도 잠자는 사이클이 똑같은 게 더 좋습니다.

40살 넘어가면서 회복이 느려진다고 위에서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선 하루에 7~8시간 자야 합니다. (이건 무조건입니다. 외우세요!) 전 하루에 7시간 잡니다. 10시~5시로 매일 같은 시간입니다. 주말에도 동일하구요. 삼십대까지는 야근이니 뭐니 해서 밤새 일한 적 많습니다만, 이제는 절대 야근 안 합니다. (이에 대한 노하우는 나중에 '돈 사용법'에 '일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할 때 써 보겠습니다) 제 몸에 맞는 최적의 수면 시간과 시간대를 알아보기 위해서 수면 시간은 4시간부터 9시간까지,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6개월에 걸쳐 다양하게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제게는 앞서 말씀드린 10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는 게 가장 좋더군요. 아주 개운하고, 낮에도 피곤하지 않으며, 어쩌다가 과음을 하고 늦게 자도 5시면 반드시 일어나고 회복이 빠릅니다.

절대 주말이라고 늦잠 자지 않습니다. 늦잠 자면 더 피곤하더군요. 여러분도 자신의 몸에 맞는 수면 시간대와 시간을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해서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던 분도 다른 시간대로 시도해 보십시오. 의외로 자신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데 맞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과 시간대를 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렇게 2주일 정도 생활해 보고 깨어있는 시간에 몸이 개운하고 피곤하지 않으면 가장 잘 맞는 겁니다.  지구가 쪼개져도 하루 7시간은 자야 해요. 매일 같은 시간에!!!

4. 식사
요즘의 대세는 1일 1식이더군요. 간헐적 단식이라고도 하구요. 도올 선생께서는 저녁 먹지 말라고 하시구요.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아주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인생의 지혜이기도 합니다만, 뭐든 극단적인 건 좋지 않습니다. 극악 게인의 살벌한 디스토션 페달, 절대 안 좋아요. ^^* 원푸드 다이어트? 극단적이죠? 역시 안 좋아요. 고기만 먹는 앳킨스 다이어트? 극단적이죠? 역시 안 좋아요. 그럼? 전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먹는 거 좋아하고, 음식 문화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아서 이에 관한 공부도 많이 했는데, 정답은 간단해요. 뭐든 골고루 먹고 과식하지 않는 거예요. 아참, 몸에 나쁜 게 맛나죠. 근데 아주 가끔은 한번 먹어 주세요. 안 먹으려고 애쓰면 정신건강에 안 좋아요. 가끔 라면도 먹자구요. 반면 뭐든 기를 쓰고 먹으려는 거, 그다지 좋지 않아요. (굳이 뱀 안 먹어도 돼요. ㅋ)

미국 식약청(FDA) 국장이 쓴 책 중에 굉장히 흥미로운 게 있어요. (제목이 생각 안 나는데, 집에 가서 나중에 댓글로 달든지 수정해서 올릴께요) 콜레스테롤, 우유, 달걀, 요구르트 등의 진실을 쓴 책이예요. 정말 읽으면서 황당하고 어이없더군요. 예를 들께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심장발작으로 쓰려졌어요. 난리가 났겠죠? 그래서 조사해 보고 결론을 내렸어요. '각하께선 스테이크를 너무 많이 드셨고, 콜레스테롤로 인해 심장병이 생기셨다!' 이제 진짜 난리가 났겠죠? 고기, 달걀노른자 등등이 식탁에서 사라져갔죠. 미국 농축산업체에서 가만히 있었을까요? 연구소에 돈 대면서 이에 반하는 리포트 써내라고 했죠. 그래서 '콜레스테롤이 문제 아니다! 각하께선 체인스모커였다. 담배가 문제였다!' - 웃기죠?

더 웃긴 건 요구르트예요. 우리나라에서도 불가리스 나오면서 '불가리아의 장수마을' 어쩌고 했잖아요. 요구르트 먹고 장수했다! 우왓!!! 120살!!! 나도 나도!!! 했죠. 진실은 정말 웃겨요. 그 나라는 '김세황'이 아들을 낳으면 '김세황'이라고 이름을 짓는 거예요. 그러니 '김세황'의 손자도 '김세황'인 거죠. 1840년에 태어난 김세황이 1960년까지 파릇하게 살아있는 거라 생각한 거예요. 진짜 웃기지 않으세요? 참고로, 불가리아에서는 유산균의 관리 및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국영 기업 LB 불가리쿰에서 유산균을 공급해요. 자.. 뭔가 스멜이 나지 않으세요?

FDA 국장의 맺음말은 이래요. - 미국이 생긴 이래 일관적으로 어떤 특정한 걸 먹으라거나 먹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매번 바뀌고 또 바뀌었다. 언론에서 무언가를 먹으라고 한다거나, 먹지 말라고 하면 그걸로 인해 이익을 볼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 그럼 뭘 먹냐? 골고루 과식하지 말아라.

5. 건강보조식품
결론부터 말해 비타민에서부터 각종 건강보조식품 같은 것들 먹지 마세요. 식사 할 때 골고루 먹으면 이런 거 다 필요없어요. 대부분 위약효과예요. 아시죠? 컴퓨터 모니터나 TV의 색감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지 닦는 거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니터의 먼지를 닦으면 컴퓨터 CPU 속도가 빨라져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볼께요. 당근 먹으면 시력 좋아지죠? 베타 카로틴이라는 성분 때문예요. 그러니 당근 열심히 드세요. 아, 그런데 당근 먹기 귀찮죠? 아, 그럼 베타 카로틴이 든 건강보조제가 있으니 그거 먹으면 돼요. 간편하잖아요. 알약 몇알 먹으면 되니까. - 저도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실은 2차대전때 영국이 자국이 레이다 갖고 있는 걸 독일에 숨기기 위해 '우리 비행사들은 눈이 좋아. 왜냐? 당근을 먹거등!' 한 거예요. 시금치 먹으면 힘 나는 뽀빠이 기억 나세요? (앗, 그런데 시금치엔 칼슘 많아요. 우유와 멸치만 칼슘 많은 거 아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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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모님께 효도선물로 많이 드리는 글루코사민 계열도 마찬가지예요. 무릎 연골이 닳아서 관절염이 생기고 너무 아파. 어쩌지? 무릎 연골이 글루코사민 성분이래. 앗? 그래? 상어 연골이 그건데... 그걸 먹으면 되겠다! 아싸! 였던 거예요. 글루코사민 먹으면 어떻게 되냐구요? 우리 몸에서 잘 소화해서 흡수하고 똥으로 나옵니다. 연골의 성분이 글루코사민인 건 사실이지만, 대단히 불행하게도, 그걸 먹으면 그게 무릎 연골로 가서 재생되지 않아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모니터 닦으니 컴퓨터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거예요. 통증이 덜어지는 건 위약효과랍니다.

6. 약
약 정말 많이 먹는 사람들 많아요. 역시 책 제목은 잘 생각 안 나는데 (나중에 업데이트할께요) 양심적인 약사님들께서 쓰신 책 있어요. 참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그중에서 '간이 문제야~';하는 우루사와 대한민국 대표 강장제 박카스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우루사는 소화제더군요. 허허~ 다른 약들도 마찬가지지만, 피로회복제 드시지 마세요. 피곤하면 주무세요.

두통약이든, 소화제든, 꼭 필요할 때만 드세요. 자주 먹으면 '약빨'이 안 받아요.

자, 이 정도로 마칩니다.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하고픈 말이 많은데 그건 좀 어려운 거라서 생략하고 몸에 대한 것만 썼습니다. 이 글에 대한 잘못된 부분의 비판과 여러분의 경험담과 전문적인 글 덧글로 부탁드립니다. 뮬인들의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

그럼, 몸 잘 사용하세요! 우리 건강하게 살자구요!!!

* 업데이트 내용
넣을까 말까 고민하던 한줄, 이젠 용기 내어 넣어봅니다.

'젊다는 건 잘난 거지. 잘난 거야' - <달콤한 인생>에서 김영철. 신민아에게 하는 말.

라고 쓰고 '그래. 나 늙었다! 아침에 잘 서지도 않는다. 그래 넌 안 늙을 줄 알지? 어디 두고 봐라. 마더파더!!!' 라고 읽습니다.

(아오... 속 시원하지만... 웃픕니다. 왜냐구요? 늙어가니까요.)